'누나' 이주승 "배우 성유리, 다시 보게 됐죠"(인터뷰)

영화 '누나'의 진호 역 이주승 인터뷰

안이슬 기자 / 입력 : 2012.12.2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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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구혜정 기자 photonine@


처음 보자마자 엄청난 동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몸집도 작고, 앳된 얼굴은 아직 소년 같다. 어려보이는 외모 때문인지 지금까지 맡은 역할들은 대부분 '소년'이다. 그러나 보통의 소년은 결코 아니다. 소설 한 편을 남기고 자살하는 소년, UFO를 본 후 알 수 없는 사건에 휘말리는 소년, 아파트 복도에서 밤새 누군가를 지켜보는 관음증적인 소년까지, 이주승(23)이 표현하는 10대는 밝고 명랑한 소년은 아니었다.

그의 필모그래피 중 유일하게 따뜻함을 담은 영화 '누나'가 2년 반 만에 세상에 나온다. 교복을 입고 상처 많은 10대 진호를 연기했던 21살의 이주승은 어느새 23살의 예비역이 됐다. 호기롭게 연기를 시작한지 어언 7년, 이제는 교복을 벗고 성인 연기자로 거듭나길 바라는 이주승을 한파가 닥친 크리스마스 이브에 만났다.


이주승은 스스로 자신의 캐릭터를 '겉은 육식동물, 속은 초식동물'이라고 표현했다. 센 척 하지만 내면은 약한 진호는 이주승의 청소년기의 모습과도 닮아있어 진호 역에 더욱 정감이 갔다.

"학창시절을 돌이켜보면 참 방황도 많이 했어요. 나쁜 짓은 안했지만. 나약했고 전학도 많이 다니다보니 친구들과 부딪힐 일도 많았죠. 강해보여야만 한다는 강박관념도 생겼고 강한 아이들과 어울려야 살수 있다는 걸 남들보다 많이 느꼈던 것 같아요. 제가 마음은 약한데 태권도 4단이거든요. 정작 싸움을 건 적은 없는데 괜한 사건에 휘말려서 경찰서에 간 적도 있었어요."

영화 '누나'는 어린 시절 자신 때문에 동생이 죽었다는 죄책감을 안고 사는 여인이 동생을 닮은 소년을 만나며 서로의 상처를 치유해가는 과정을 그린 영화다. 영화를 통해 성유리는 겉으로는 강한 척 하지만 속은 누구보다 여린 진호를 연기한 이주승의 누나가 되어 주었다.


"어릴 때 TV를 잘 안 봐서 사실 핑클을 잘 몰랐어요. 나중에 배우 성유리로 접하게 됐는데 그때는 매력 있는 여배우, 인기 있는 여배우라고 생각했어요. 누나가 발랄한 역을 많이 했는데 실제 성격은 그렇지 않은 것 같아요. 누나가 전에 '(밝은 연기를 하면서)가면을 쓰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이 강하다'는 말을 했는데 이번 영화를 통해 그 트라우마를 깬 것 같아요. 저도 배우 성유리를 다시 보게 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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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구혜정 기자 photonine@


중학교 때까지 태권도 선수를 꿈꿨다는 이주승, 왜 운동을 그만두고 연기를 선택했는지 묻자 "왜 맞아야 하나 싶었다"는 예상밖의 대답이 돌아왔다. 태권도를 하면서도 유명해지면 영화를 찍어야지 하고 막연하게 생각했던 그는 정말로 배우의 꿈을 이루었다.

"운동은 중학교 2학년 때 그만 뒀어요. 왜 맞아야 하나 싶은 생각도 들었고, 운동이 정말 너무 힘들었어요. 한번은 전지훈련 갔을 때 대련 중에 상대방 선수가 입술을 크게 다쳤어요. 그때 그런 생각을 많이 했어요. 내가 왜 맞아야하나, 왜 때려나하나. 어릴 때도 태권도로 금메달을 따서 유명해지면 영화를 찍어야지 하는 생각을 하고 혼자 연기 연습도 하고 그랬어요."

어린 나이에 연기에 도전하려니 위험한 순간도 있었다. 길거리 캐스팅이 유행하던 시절 처음으로 문을 두드린 소속사에 사기를 당했다.

"전 어릴 때 배우는 배우로 태어난 사람만 하는 건줄 알았어요. 그런데 돌아다니다 보면 길거리 캐스팅도 많이 되고 하는 걸 보고 '나도 배우가 될 수 있나?'하는 생각이 들었죠. 사기도 많이 당했어요. 처음으로 간 기획사에 사기를 당했죠. 그래도 사기를 친 그 사람들에게 어쨌든 배우를 시작하게 해줬으니까 고마운 마음도 있어요."

중학교 3학년 때부터 연기를 시작한 그는 7년이 지난 지금까지 '교복'을 입고 연기를 한다. 학생을 연기하는 것에는 불만이 없지만 점점 그 나이의 감성을 연기하기는 힘들어졌다.

"교복을 입는 것이 어색하지는 않은데, 시간이 지날수록 할 수 있는 게 적어져요. 예전에는 고등학생처럼 잘 했는데 지금은 고등학생인 것처럼 연기를 해야 하는 거잖아요."

남들은 모두 부럽다 하는 동안, 농담을 섞어 워낙 동안이라 불편한 점도 있는지 묻자 "어린 애들이 우습게 본다"며 억울한 표정을 짓는다.

"저보다 어린 친구들이 너무 편하게 대해요.(웃음) 고등학생들과 친구로 연기를 하니까 7살 어린 배우도 친구역이고. 그런 점이 장점이기도 하죠. 배우들끼리 금방 친해지니까. '누나' 때도 전 그때 만 21살이었는데 고등학생인 보조출연자들이 '넌 몇살이야?'하고 물어보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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곱상한 외모와는 달리 그는 병역의 의무를 다한 예비군이다. 군대에 있는 동안 마지막 작품 '누나'는 후반작업을 끝냈고 그 전에 찍은 많은 영화들이 영화제에 다녀왔다. 정작 주인공인 자신은 그 순간을 즐기지 못한 것이 그는 못내 아쉽다.

"군대를 꼭 빨리 다녀와야겠다고 계획은 세운 건 아닌데, 뭔가 앞에 2년짜리 숙제가 있다는 것이 너무 찝찝했어요. 지금 당장 스타가 되고 싶다는 욕심도 없었고, 군대 가기 직전에 1년 동안 영화를 다섯 편이나 찍었고 허진호 감독님의 연극도 했어요. 마지막으로 '누나'를 찍고 보니 영화가 완성될 동안 나는 군대를 다녀오면 되겠구나 싶었어요. 타이밍이 적절했던 것 같아요."

내년이면 만 24살, 이제 교복을 벗을 때도 됐다. 어떤 것을 하고 싶냐 하자 지체없이 "멜로"라는 대답이 나왔다. 지금까지 강한 캐릭터만 했던 그는 감성을 울리는 영화에 목말라있다.

"한 번도 멜로를 못해봤어요. 거의 센 역할만 했죠. 짝사랑하고, 스토킹 하고, 사람도 죽이고...따뜻한 영화는 '누나'가 처음인데 관객들이 눈시울을 적시고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가는 모습을 보니 기분이 좋더라고요."

많은 사람들이 이주승을 보고 한국의 야기라 유야'라는 말을 한다. 겨우 열 넷의 나이로 2004년 칸국제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던 연기 천재 야기라 유야, 물론 연기에 대한 호평이지만 수식어로 다른 배우의 이름이 붙는 것은 아쉽지 않을까. 자신만의 수식어로 어떤 말을 듣고 싶은지 물었다.

"'원나잇 스탠드'에 야기라 유야와 비슷한 느낌이 나오는 장면들이 있었어요. 그래서 그렇게들 불러주시는 것 같아요. 감사하죠. 매력 있는 배우니까요. 저에게 수식어를 붙인다면, 카멜레온? 어디에 두어도 금세 적응해버리는 카멜레온 같은 배우. 그런 배우가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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