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백' 알리 "우여곡절 지나 책임감 더 생겼죠"(인터뷰)

두번재 미니앨범 '지우개' 30일 발표 "어디서든 흘러나오는 음악 하고파"

윤성열 기자 /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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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 ⓒ사진=예당엔터테인먼트 제공
알리 ⓒ사진=예당엔터테인먼트 제공


실력파 여성보컬리스트 알리(29·본명 조용진). 그는 한 때 거칠 것 없이 승승장구하던 시절이 있었다. KBS 2TV '자유선언 토요일-불후의 명곡:전설을 노래하다'에서 보여준 돋보이는 가창력과 인상적인 퍼포먼스는 시청자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그는 2011년 말 8세 여아를 성폭행한 '조두순 사건'을 소재로 한 자작곡이 논란의 도마 위에 오르며 비난의 대상이 됐다. 결국 그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사회적인 물의를 빚은데 대해 정중히 사죄드린다"며 머리를 숙였다.


또한 그는 자신이 성폭력 범죄 피해자임을 밝히며 "이번 파문을 겪으며 오해를 풀고 싶어 비밀을 공개하게 됐다"고 눈물을 흘렸다. 일련의 사태는 그를 벼랑 끝에 내몰았고, 상처가 아무는 과정에서 만만치 않은 진통도 겪어야만 했다.

"내가 평생 짊어져야 되는 거니까..대신 더 열심히 하고, 올해는 사람들을 통해 치유될 수 있는 부분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지금은 노래, 오직 한 길만 보고 가는 게 내가 할 수 있는 일인 것인 것 같아요."

그래도 땅은 비가 온 뒤에 더 굳어진다고 했던가. 1년 1개월 만에 두 번째 미니앨범 '지우개'를 발매하고 활동을 재개하는 알리는 한층 더 성장하고 변화한 모습이 배어났다. 올해 한국 나이로 서른 살이 된 알리, 그녀를 만나 롤러코스터 같았던 그의 인생과 음악 스토리에 귀를 기울였다.


"많이 배우고 깨달았죠. 응원해주시는 '불후의 명곡' 식구들과 팬들이 아니었으면 회복기간이 더 더디었을 것 같아요. 내 실수임에도 불구하고 본질에 대해 이해해 주시는 분들도 많았어요. 그 힘을 받아 다시 열심히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새 앨범에는 다채로운 감수성으로 표현된 사랑과 이별의 노래들을 담겨 있다. 타이틀곡 '지우개'는 2009년 알리의 데뷔곡인 '365일'을 만들어준 임기훈, 최준영 콤비의 작품. 사실적인 가사와 담담한 감정으로 부르는 알리의 보컬이 어우러져 또 하나의 '알리표' 슬픈 발라드가 완성됐다.

'지우개로 널 지울 수만 있다면/백번이고 모두 지우고 싶어/ 내 가슴에 문신처럼 박힌/우리의 사랑이/아무리 해도 지워지지 않아' 알리는 이 부분을 곡에서 가장 인상적인 노랫말로 꼽았다.

"처음에 곡을 받을 때 가사 먼저 주시더라고요. 읽으면서 역시 여성의 맘을 잘 대변해주고 있다는 것을 느꼈죠. 그래도 진짜 사랑은 가슴 깊이 박히도록 그 사람을 새기는 것이라 생각해요."

알리 ⓒ사진=예당엔터테인먼트 제공
알리 ⓒ사진=예당엔터테인먼트 제공


이번 앨범에 유일하게 자작곡으로 수록한 '이기적이야'는 정반대로 인스턴트식 사랑을 하는 남녀에 대한 이야기를 그렸다. 알리는 "과거 '지우개' 같은 사랑을 했다면 이제는 세월이 흐르면서 '이기적이야' 같은 사랑도 생각하는 것 같다"며 "이젠 뭔가 사람을 만날 때도 거침없이 만나보고도 싶다"고 말했다.

뮤지션으로서 매번 앨범에 자작곡을 실어왔던 그이지만, 이번 공백기에는 일련의 사건으로 인한 후유증으로 한동안 작사를 하지 못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래서 더 신중하게 가사를 떠올렸고, 깊이 고민했다. 그리고 다시 펜을 들었다. "'이기적이야'가 선택되지 않길 바랐지만, 감동적 이었다"는 그의 얼굴엔 만감이 교차하는 듯했다.

"그 간 자신이 없었거든요. 나와 다른 시각을 가진 분도 많다는 것을 깨닫게 되고, 그래서 아직은 그것을 분별할 만한 눈이 없다고 여겼어요. 그래서 선택이 안 받길 바랐을 때도 있었죠. 마니아 적 성향이 짙어서 이번에 국악리듬을 섞어 넣었는데 생각보다 반응이 좋아서 기분이 좋아요."

이 밖에 수록곡 '눈물이 흘려버렸어'는 소속사 식구인 그룹 씨클라운 강준이 피처링으로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말 돌리지마'는 군 복무 중인 가수 휘성이 입대하기 전 알리에게 선물한 노래. 그는 "어릴 적 휘성 선배의 코러스를 한 적이 있어 친분이 있다"며 "선배의 특유의 세련미가 많이 묻어 있는 곡"이라고 설명했다.

알리 ⓒ사진=예당엔터테인먼트 제공
알리 ⓒ사진=예당엔터테인먼트 제공


알리는 올해 한국 나이로 서른 살이 됐다. 여자 나이 서른이면, 앞으로 이뤄야 할 일도, 스스로 지켜야 할 것도 많아지는 나이. 그는 "20대와 또 다른 자유를 느낀다"며 도리어 미소를 지었다.

"벽지를 스스로 바꾼 게 작년이 처음이에요. 이젠 제 자신이 뭘 좋아하는 지에 대해 고민하고 많이 실행하고 싶더라고요. 책임감도 더 생기는 것 같아요. 음악적으로는 20대에 다양한 장르를 한 앨범에 담아냈다면 이제는 여유롭게 한 장르를 깊게 파고픈 생각이 들어요."

이미 실력을 검증받은 가수지만, 좌절하지 않고 또 다른 꿈을 향해 달려가는 그의 모습에 새로운 기대가 모아진다. 알리는 인터뷰 말미 어디서든 흘러나오는 음악을 하고 싶다고 했다.

"음악은 사람이 태어날 때부터 흐르는 거잖아요. 드라마, 광고 어디든 제가 흐를 수 있는 곳이면 다 흘러나올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대신 지루하지 않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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