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가 미리 본 '전설의 주먹'.."황정민을 변호합니다"

[이변정변의 법으로 푸는 ★이야기]

정희원 / 입력 : 2013.03.28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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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전설의 주먹' 시사회에 참석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강우석 감독의 19번째 작품이며, 황정민/유준상/윤제문이 출연한 것만으로도 기대가 되는 영화였다. '전설의 주먹'은 TV쇼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격렬한 파이트 액션영화일 뿐 아니라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세 친구의 가슴 뜨거운 이야기를 그린 휴먼액션 영화다.

1. 세 인물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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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전설의 주먹' 스틸(이하 동일)
1. 황정민(임덕규 역)

복싱 챔피언을 꿈꾸던 강철 주먹 임덕규. 장학금을 받는 올림픽 기대주였던 그는 숱한 싸움의 유혹에도 불구하고 오직 복싱을 위해서만 주먹을 쓰고 싶었다. 하지만 올림픽 출전의 꿈이 80년대다운 방식으로 좌절된다. 이후 평범한 삶을 살게 되어 홀로 딸을 키우며 국수집 사장으로 살고 있는 임덕규. 그에게 화제의 TV 파이트 쇼 출연 제의가 들어온다. 망설이던 그는 사랑하는 딸을 위해서 출연을 결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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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유준상(이상훈 역)


사당고를 제패한 조용한 카리스마 이상훈. 완벽한 외모와 위협적인 태권도 실력으로 강남 일대를 평정했던 일진 중의 일진이었다. 카리스마 넘쳤던 그였지만 학창시절 친구이기도 했던 손진호의 회사에서 회장인 진호가 저지른 사고처리를 도맡아 하는 홍보부장으로 일하다 어쩔 수 없이 TV쇼 '전설의 주먹'에 참여하게 된다. 일진의 과거를 잊고 성공한 샐러리맨이 된 상훈은 원치 않은 방송 출연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잊고 지냈던 파이터의 본능과 승부욕이 되살아나면서 화려한 실력을 보여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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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윤제문(신재석 역)

한번 찍은 놈은 지구 끝까지라도 쫓아가서 끝장을 보는 지독한 근성으로 남서울고 미친개라 불렸던 신재석. 주먹다짐 말곤 할 줄 아는 것이 없기에 주먹만큼은 누구에게도 지고 싶지 않은 것이 유일한 자존심이다. 한때 최강의 주먹이 되기를 바라던 꿈이 무색하게 지금은 뒷골목 삼류건달로 전락한 재석은 TV쇼 '전설의 주먹'을 통해 파이터로서 자존심 회복과 함께 이번에야말로 진정한 최강자의 자리에 오르리라 다짐한다.

2. 상당히 여러 가지 사회문제가 등장하는 영화

법으로 푸는 스타이야기를 써야 한다는 생각에 영화를 볼 때도 건수(?)가 많길 바라며 보곤 한다. '전설의 주먹'은 단순히 주먹영화가 아니라 사회문제도 피하지 않는, 사람 사는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감사합니다, 강우석 감독님.)

황정민이 승부조작의 유혹을 받는 순간 절로 탄식이 나왔다. 돈을 받기라도 한다면 형법 377조 배임수재죄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관하여 부정한 청탁을 받고 재물을 취득하는 순간 배임수재죄가 성립한다. 적극적으로 승부조작행위를 한다면 형법 347조 사기죄와 형법 314조 업무방해죄로도 처벌받을 수 있다.

근래 승부조작이 여러 스포츠에서 벌어지는 것 같다. 승부조작행위에 가담해서 돈을 받으면 나중에 돌려줘도 소용없다. 받은 순간 배임수재죄가 성립하기 때문에 나중에 미안하다고 돌려줘도 죄는 사라지지 않는다. 물론 돌려주면 참작은 된다. 형사절차에서 피의자나 피고인들이 흔히 하는 변명이 자신의 행동이 범죄가 되는 줄 몰랐다는 것이다. 그러나 죄가 되는지 몰랐다고 해도 죄는 성립한다.

하지만 이러한 경우에 변호사의 도움이 필요한 법이다. 원작에서 황정민 배역의 임덕규는 승부조작 대가로 돈을 받고 나중에 돌려준다. 만약 원작의 황정민이 내게 와서 변호를 의뢰한다면 나는 재판부에 이렇게 변론할 것이다.

가. 대법원은 배임수재죄의 성립에 불법영득의사를 필요로 한다고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피고인 황정민에게 불법영득의사가 인정될 수 없으므로 배임수재죄는 성립하지 않습니다.

나. 불법영득의사의 내용에 관하여 대법원은 "불법영득의 의사라 함은 권리자를 배제하고 타인의 물건을 자기의 소유물과 같이 그 경제적 용법에 따라서 이용하고 처분할 의사를 말한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

다, 라. (영화 스포일러가 되기 때문에 구체적 변론은 생략)

마. 이에 성지루를 이 사건의 증인으로 신청합니다!

3. 여러 가지 면에서 볼만한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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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에는 승부조작 외에도 학교폭력, 왕따, 시청률만 쫓는 TV, 파이트클럽 등 다양한 사회문제가 자연스럽게 등장한다. 우리나라의 일반적인 사람들이 느끼는 현 사회의 문제가 어떤 것인지 알고 싶다면 이 영화 한 편으로 해결 될 정도. 굳이 빼지도 심하게 더하지도 않으려고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전설의 주먹'을 본 후 영화의 감동을 갈무리하는데, ‘대부 PART2'가 떠올랐다. 두 영화 모두 1)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편집, 2) 2시간 혹은 3시간을 훌쩍 넘는 러닝타임, 3) 자기만의 영화철학이 확고한 감독의 작품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걱정되는 점은 2013년의 관객은 1974년의 관객보다 인내심이 적다는 것이다. 이 영화의 백미인 마지막 대결장면에 이르기 전에 관객이 지쳐버리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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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원 변호사 프로필 1975년생. 한국외국어대학교 졸업. 전 온미디어 PD.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법적분쟁과 공정거래 및 하도급분쟁의 원만한 조정이 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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