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경표 "실제로 보니 멀쩡하단 소리 많이들어요"(인터뷰)

영화 '무서운 이야기''탈출'로 첫 주연..고경표 인터뷰

김현록 기자 / 입력 : 2013.06.03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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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표 / 사진=머니투데이 스타뉴스


실제로 보니 너~무 멀쩡했다. "'되게 멀쩡하다' 하는 이야기 많이 들어요. 흐흐." 말쑥한 2대8 가르마에 푸른 셔츠를 입고 수줍게 웃고 앉은 이는 다름 아닌 고경표(23)다.

얼치기 역할을 도맡았던 'SNL코리아'의 능청맞은 크루로 얼굴과 이름을 알린 그는 2000년 '정글피쉬2'의 양아치 고교생을 시작으로 '프로포즈 대작전', '스탠바이', '이웃집 꽃미남', '신의 퀴즈' 등에서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해 온 연기자다. 그리고 6월 5일 개봉을 앞둔 옴니버스 공포영화 '무서운 이야기2'에서는 '탈출' 편의 주연을 맡았다.


'탈출'은 호기심에 흑마술을 따라했다가 지옥의 입구에 갇혀버린 지지리 운 나쁜 교생 선생님의 이야기. 정범식 감독이 "'개병맛 코믹호러판타지'를 표방한다"고 선언한 에피소드답게 재기발랄한 유머와 허를 찌르는 장치가 가득하다.

고경표가 맡은 주인공 교생 선생님의 이름은 의미심장하게도 고병신! 엉덩이 노출 정도는 약과다. 고병신씨가 된 고경표는 얼굴 근육을 자유자재로 움직이며 그 이름에 결코 모자라지 않는 굴욕의 끝을 보여준다. 멀쩡하지 않은 캐릭터와의 질긴 인연 앞에, 멀쩡한 청년의 답은 의외로 담담했다.

"제가 걷고 있는 이 길이 남들과 다른 저만의 특색이라고 생각해요. 처음엔 부담을 느꼈는데 요즘에는 즐거워하는 분들이 많아서 좋아요. 감사히 받아들여요. 이런 이미지를 쌓다가 나중에는 다른 모습을 보여드릴 수도 있으니까요."


예능 '무한도전'을 너무나 좋아했던 10대 시절, 고경표는 막연히 개그맨이 되고 싶었다. 연기를 배우기 시작하며 희극 연기의 맛을 알았고 데뷔 후엔 '배우는 망가져도 멋있다'며 열심히 연기했다. 그런 그에게 'SNL코리아'는 더 특별한 기회였다.

"처음 들어갈 땐 무서웠어요. 내가 망가질 수 있을까. 하지만 개그맨이 하는 코미디가 아니라 배우들이 희극 연기를 하는 콩트라고 생각했어요. 내가 꿈꿨던 것도 이룰 수 있으면서, 망가질수록 연기 잘한다는 이야기를 들으니까 너무 좋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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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표 / 사진=머니투데이 스타뉴스


단순무식 고교생, 양아치, 문제아 역할로 이름을 알린 고경표의 10대는 어땠을까. 고경표는 "어려운 일 없고 아파한 적도 딱히 없었던 시절"이라고 몇 년 전을 돌이켰다. 다만 인천부터 서울까지 몇 시간을 오가며 연기를 배우러 다니면서도 힘들다는 불평 하나를 하지 않았고, 고경표의 부모님은 거기서는 아들이 '잘한다'는 칭찬 듣는 게 좋아 연기 학원에 보냈다. 고3 시절엔 선생님에게 '학교 그만 오라'는 말도 들었지만, 고경표는 결국 연기로 원하는 대학을 갔고 엄청 통쾌해 했다고.

연기를 시작하고 이런저런 생각이 부쩍 많아진 요즘 그는 "이제야 늦은 사춘기를 겪고 있는 것 같다"고 털어놨다. "술 마시고 놀고 하는 게 남는 게 없다", "다 해본 일들이라 재미가 없다"며 "도덕책처럼 살고 싶다"고도 했다.

"질풍 노도의 시기를 이제야 겪고 있다고, 그래도 지금은 많이 지났다고 생각해요. 학창 시절이 끝났으니까 마냥 즐거울 수만은 없는 것 같아요. 어떨 땐 막 서너 달을 쉼 없이 일하다보면 숨통이 조여오기도 하고, 이게 내가 좋아 하는 일인지 계약서 때문에 하는 일인지 고민하기도 하고요. 하지만 사회에 나와 느끼는 책임감, 작업하는 데 따르는 여러 약속들. 그게 저를 더 단단하게 해주는 것 같아요."

'무서운 이야기2'의 '탈출'은 비록 옴니버스 영화의 한 꼭지이기는 하나 단 7회차에 모든 걸 완성해야 했던 쉽지 않은 작업이었다. 첫 주연에 대한 부담도 컸다. 고경표는 연기는 물론이고 음색이며 톤 하나하나까지 잡아 주는 정범식 감독의 디렉션에 철저하게 맞췄다. 하면서도 즐거웠고 뜻 깊었다고.

"고등학교 때 엑스트라를 했었거든요. 그때 많이 생각했어요. 주연 배우들이 감독들과 상의하고 이야기하는 걸 멀리서 보면서 '나도 저기에 가고 싶다'고. 만약에 그런 시간을 안 겪고 주연을 맡았으면 으쓱하고 다녔을 것 같아요. 다 같이 고생하는 데도 나 혼자 고생하는 것 마냥 챙겨 주시니까요. 제가 그러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엉덩이 노출이며 철저하게 망가지는 연기가 어렵지 않냐고도 물어봤다. 혹시 창피하고 하기 싫은데 꾹 참고 하는 것이냐고도. 돌아온 답은 "그게 뭐 어려워요. 옷 벗는 거 수영장 가면 하는 거잖아요"라는 거였다.

"남들 앞에서 멋있어 보이고 싶다는 생각이 안 드는 건 아닌데, 아닐 땐 아닌 게 맞다고 생각해요. 내려 놨어요. 기왕 할 때 확실하게 하는 게 좋지, 어영부영 내 이미지 관리한다고 하면 그게 몹쓸 짓이죠. 망가져야 할 땐 망가져야 하고, 멋있는 척 할 땐 멋있어야 하는 거고. 못하겠는데 꾹 참고, 이런 거 없어요. 그런 스트레스 안 받아요. 감사한 건 망가지는 연기 했다고 저를 그냥 가볍게 봐주시지 않는다는 거예요."

고경표는 '무서운 이야기2'에 이어 영화 '하이힐'과 '명량-회오리바다'를 차례로 선보인다. 아직은 작은 역할들이지만 그의 몫은 왠지 더 커갈 것 같다. 꼭 하고 싶은 역할은, 누가 봐도 섬뜩한 악역.

"막강 살인마 이런 거 말고, 머리 쓰는 악역요. 열심히 하다 보면 그런 역이 올 날도 있지 않을까요. 아, 대사 많으면 안되는데."(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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