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수칼럼]오디오와 인생⑮

이광수 / 입력 : 2014.01.24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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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력 파워트랜스


모든 전기 회로에 있어서 변압기는 빼놓을 수 없는 존재다. 발전소에서 2만 볼트 가량의 전압이 생산되면 변전소에 설치된 변압기를 거쳐 15만, 33만 또는 50만 볼트 이상까지도 승압된 전기는 선로를 타고 각 지역으로 송전이 된다. 변전소에 설치된 변압기는 송전 용량에 따라 그 크기가 정해지지만 집채만한 크기의 변압기가 설치된 변전소도 있다. 220볼트의 전압이 각 가정에 들어오기까지의 과정은 모두 변압기의 역할이다.

혹시 여러분들은 집 앞 전봇대에 얹혀져 있는 변압기의 고마움을 느껴본 적이 있는가? 전기의 역사는 곧 변압기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변압기를 빼고는 전기를 말 할 수가 없다는 뜻이다.


그런데 일반 가정에서 사용되는 전자 제품에도 소형 변압기들이 들어가는데 변압기라는 말을 잘 쓰지 않고 트랜스라는 말을 많이 한다. 대개 선로 쪽에서는 변압기라는 말을 많이 쓰고 가전용 전자 제품에서는 트랜스라는 말을 많이 한다. 그 이유를 나름대로 설명해 보자면 송전에는 전압을 승압하고 강압하는 역할밖에 없지만, 가전제품의 경우 변압기가 소형인데다 역할이 다른 종류의 트랜스들이 많이 들어가 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이 된다.

모든 오디오 제품에도 역시 트랜스는 빼놓을 수가 없다. 빼놓을 수 없기는커녕 모든 기기마다 구태 의연하게 자리 잡고 온갖 모양과 값비싼 옷으로 외모를 치장하고 가장 좋은 자리에 앉아 권좌를 누리고 있다. 처음 탄생한 이후부터 지금까지 트랜스의 위치는 요지부동이다. 지금도 하이파이 쪽은트랜스에 사활을 걸고 매달리는 지경이고 자작 마니아들 중 일부는 1930~1950년대 만들어진 것들을 가지고 앰프를 만들어 소리를 듣는 사람들이 있으니그동안 하이파이에 사용되는 트랜스는 기술의 진보가 없었다는 말과도 같을 것이다. 물론 그 시대의 제작된 것들이 그렇게 좋다고 하는 것에 동의하진 않지만 그것들이 가지고 있는 각각의 고유한 음의 특성이 있는 것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 .(그 고유한 음의 특성의 대해서도 논의의 여지가 있기는 하지만...)

출력 트랜스를 비롯한 신호 계통의 각종 트랜스들은 철심의 재질과 코일, 절연물 등 좋은 자재와 기술자의 권선 기술 그리고 이론적 설계가 합쳐져서 나오게 된다. 여기서 한 가지 짚어가고 싶은 것은 소리의 신호는 주파수를 가진 싸인 파형이기 때문에 트랜스를 어떻게 만들어도 그냥 소리는 다 나오게 되어 있다. 이것이 곧 트랜스 제작의 맹점이기도 하다.


영화관에서 영화상영 중 토키앰프의 출력 트랜스가 고장이 나서 사운드가 멈췄다. 기술자는 임시방편으로 파워 트랜스의 2차측 양파의 B전원을 출력관에 연결하고 히터 선에 스피커를 연결하여 소리를 내었다는 일화가 있다. 이 이야기는 곧 신호의 싸인 파형의 맹점을 잘 설명하고 있는 말이다. 그러므로 누가 만들어도 어떻게 바인딩해도 소리는 근사하게 나온다. 아직 음에 대해 미숙한, 또는 일부 사람들에게는 추종을 받기도하고, 더러는 만들어 팔기도 하고, 카더라 하는 소문이 퍼지기도 한다.

여기서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출력 트랜스에 대한 설명을 간단히 하겠다. 출력 트랜스는 음성 신호를 받은 전력 증폭관에 부하를 걸어 높은 임피던스와 다이내믹 스피커의 낮은 임피던스를 정합을 시켜주는 매개체이다. 간단히 말하면 스피커를 울려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이해하면 될 것이다.

여러 가지 함수 관계가 해결된 성능 좋은 트랜스를 만드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고 또 입-출력에 따르는 기기의 계산된 적합성과의 정합 등을 고려해야 하는데, 예를 들면 주파수, 임피던스, 전압, 전류, 비율, 그리고 바인딩 기술 그리고 좋은 자재 등등의 문제들이 겹쳐 있다.

영국의 오디오 회사들 중에 LEAK라고 하는 회사가 있다. 우리가 잘 알다시피 런던은 음악의 도시다. 독일이 음악의 생산지면 영국은 음악을 소비하는 나라다. 리크 회사가 음악 마니아들의 눈높이를 맞추기 위한 노력으로 각종 부품들과 함께 출력 트랜스의 코어를 철강회사에 특주해 합금된 코어를 가지고 만든 아웃 트랜스가 그 유명한 partridge 트랜스다.

지금까지 개인이나 회사가 수많은 종류의 각종 트랜스들을 만들어 왔다. 그러나 단언하건대 완전한 트랜스는 세상에 없다. 비유로 말하면, 쇼팽의 피아노 곡 중에 에튜드가 있다. 피아노 연습곡이지만 작품성 못지않은 훌륭한 곡들이다. 피아노 연주자들도 자주 무대에 올려놓는 우수한 곡들이다. 트랜스도 마찬가지다. 훌륭하고 무대에 올려 놓을 만한 것들이 있기는 하지만 쇼팽의 1번 협주곡이나 브람스의 77번이나 베토벤의 6번 또는 쇼스타코비치의 5번과 바흐의 골드베르그와 같이 완전한 작품으로 무대에서 기립 박수를 받을 만한 트랜스는 아직까지는 없다. 다 훌륭한 etude 수준이다. 그 만큼 음질에 대한 개발의 여지가 트랜스에는 얼마든지 있다는 말이다.

이 글을 읽는 분들 중에 생소하고 이해가 안 되는 분들에게 이러한 글을 쓰게 되어 송구스럽고 미안한 마음이 있다. 그러나 이것도 한 분야이고 우리 생활에 밀접하게 연관된 부분이라고 이해해 주면 좋겠다.

/이광수 메타뮤직사운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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