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왕국·무도·현빈..가요계는 1,2월이 싫다

왼쪽위부터 시계방향으로 '겨울왕국' '박명수의 어떤가요' '해를 품은 달' '시크릿 가든'

추워서 극장이나 안방극장에만 머물기 때문일까. 아니면 유독 화제작이 때를 가려 터졌기 때문일까. 이쯤 되면 징크스가 아니라 어쩌면 피할 수 없는 운명이다.

해마다 1, 2월 음원차트에는 어김없이 예상못했던 'OST 복병'이 등장, 위세를 과시하면서 가요계에 주름살이 늘었다. 차트 상위권에 살짝 걸치는 정도가 아니다. 월간차트 1, 2위를 다툴 때도 있고, 온갖 사회적 화제의 중심에 서는 경우도 많다. 몇개월에 걸쳐 음반을 준비, 발매 전후 바람몰이와 입소문이 필요한 가수들과 제작자 입장에서는 울상을 지을 수밖에 없다.


음악사이트 멜론 기준으로, 최근 몇년간 1, 2월 월간차트에서 두각을 보인 복병은 다음과 같다. 한마디로 영화, 드라마, 예능 OST의 가요계 침탈사건, 가요계의 흑역사다. OST 역시 가수가 부르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이 경우에도 제작과정에서 가요 제작사 역할과 저작권 수입 등 돌아가는 몫과 혜택은 미미한 실정이다.

▷2005년 = 미안하다 사랑한다 OST(눈의 꽃, 박효신, 1월 4위), 봄날 OST(봄날, 아이, 2월 5위), 쾌걸춘향 OST(응급실, 이지, 2월 6위)

▷2006년 = 궁 OST(Perhaps Love, 하울 제이, 2월 4위)


▷2007년 = 미녀는 괴로워 OST(Maria, 김아중, 1월 4위), 미녀는 괴로워 OST(별, 김아중, 1월 12위)

▷2009년 = 꽃보다 남자 OST(내 머리가 나빠서, SS501, 2월 3위), 꽃보다 남자 OST(파라다이스, 티맥스, 2월 12위)

▷2010년 = 우결 관련(우리 사랑하게 됐어요, 가인 조권, 1월 1위)

▷2011년 = 시크릿가든 OST(그남자, 현빈, 1월 4위), 시크릿가든 OST(너는 나의 봄이다, 성시경, 1월 6위), 시크릿가든 OST(그여자, 백지영, 1월 7위), 아테나 OST(사랑해요, 태연, 1월 10위), 드림하이 OST(Someday, 아이유, 2월 1위)

▷2012년 = 무도 나름 가수다 OST(키큰 노총각 이야기, 정준하, 1월 7위), 해를 품은 달 OST(시간을 거슬러, 린, 2월 1위), 사랑을 보다2 OST(널 사랑하겠어, 효린, 2월 8위)

▷2013년 = 무도 관련(강북멋쟁이, 정형돈, 1월 2위), K팝스타2 관련(매력있어, 악동뮤지션, 1월 11위), 학교 OST(혼자라고 생각말기, 김보경, 2월 9위), 야왕 OST(얼음꽃, 에일리, 2월 10위)

▷2014년 = 별에서 온 그대 OST(My Destiny, 린, 1월 4위), 별에서 온 그대 OST(별처럼, 케이윌, 1월 11위)

이게 다가 아니다. 2014년 2월은 더욱 가공할 만한 수준이다. 620만명이 본 디즈니 애니메이션 '겨울왕국' OST의 기세가 그야말로 하늘을 찌른다. 지난해 11월, 12월 나온 음원인데도 애니메이션이 1월16일 개봉, 관객이 급증하면서 지난달 말부터 불이 붙었다. 이디나 멘젤이 부른 메인 주제가 'Let It Go'는 4일 오전 멜론, 엠넷, 네이버뮤직 등 주요 실시간차트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벌써 6일째다. 이런 추세라면 2월 월간차트에서 'Let It Go'가 1등을 차지할 확률이 높다. 게다가 더빙판에서 효린이 부른 한국어버전 'Let It Go', 뮤지컬배우 박혜나가 부른 '다 잊어'도 곧 공개된다. 'Do You Want To Build A Snowman?'(멜론 6위) 등 다른 수록곡도 덩달아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같은 '겨울왕국' OST 음원의 질주로 제작사의 아이디어와 창작력이 오롯이 담긴 정통 가요음원은 뒤로 밀렸다. 2위를 차지한 효린의 '안녕'은 SBS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OST이고, 10위곡인 린의 'My Destiny' 역시 '별에서 온 그대' OST다. 11위는 이디나 멘젤의 다른 버전 'Let It Go'. 2월 신곡 중에서는 긱스의 'F.I.L.A'(14위), B.A.P의 '1004(Angel)'(15위) 정도만이 선전하고 있는 형국이다.

2012~2013년 '슈퍼스타K' 경연곡에 연이어 밀렸고, 지난해 11월에는 '무한도전 자유로 가요제'에, 12월에는 '응답하라 1994' 음원에 꼼짝없이 밀린 가요계. 올 1, 2월도 어김없이 춥기만 하다.

김관명 기자 minji2002@mtstar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