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수칼럼]오디오와 인생(16)

사람의 귀는 정면에서 보았을 때 그렇게 모양이 좋다고는 할 수 없다. 귓바퀴는 마치 소라 껍질과 흡사하게 생겨 우리 얼굴에서는 제일 못 생겼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떤 사람들은 자기의 못 생긴 귀 때문에 열등의식에 빠져 있을 때가 자주 있다고 한다.

사람의 귀는 외이, 중이, 내이 세 단계로 구분이 되는데, 외이는 외부에서 들어오는 소리를 확대시켜서 중이로 보내주고, 중이는 외이에서 들어오는 소리를 고막까지 전달해 주는 장치이며 내이는 고막 안에 있는 것으로 그 역할은 소리의 신호를 신경 신호로 바꾸어 주는(transfer) 역할을 한다.


위의 메카니즘을 오디오의 시각으로 풀어보면 외이는 증폭장치인 앰프로 비유가 되고, 중이는 앰프에서 스피커로 연결되는 케이블에 해당이 되며, 음성 신호에서 신경 신호로 바꾸는 역할을 하는 내이는 스피커로 비유해 말하면 좀 엉뚱한 표현이 될까?

신경 신호로 바꿔진 소리는 다시 복잡한 구조를 통해 뇌로 전달이 되어서 우리가 소리로 느끼게 된다. 어쨌든 우리 귀는 매우 복잡하고 미묘한 구조를 가지고 있고, 이 복잡 미묘한 구조만큼이나 복잡 미묘한 소리들을 듣고 감정과 정서를 느끼기도 한다. 단순한 의미의 의사소통이나 감정표현을 넘어 소리가 가지고 있는 특징이나 표현을 정확히 듣는 능력을 우리의 귀는 가지고 있으며 소리가 발생되는 위치를 알아내고, 소리의 크기(volume)와 색깔(tone color) 그리고 각각의 수많은 소리들을 구별해 낸다.

기억된 음은 시간이 지나도 잊혀지지 않으며 음악에 대해서 조금만 상식이 있고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그것도 소리만 듣는 것이 아니라 악기가 가지고 있는 여러 가지 뉘앙스를 분간해낸다. 예를 들면 악기의 배음, 공명, 색채 등이다.


배음(제2 harmonics)은 일정한 주파수, 가령 A음인 440 cycle의 주파수가 발생되었다면 그 배수음의 주파수인 880 cycle의 음이 일어나는 것이다. (이 배음에 대해서는 설명이 조금 복잡하다. 그리고 사람들마다 조금씩 이견이 있기도 하며 이 배음 관계로 음색이 변하기도 한다) 공명(resonance)은 소리가 발생되면 그 소리의 진동으로 인해서 악기의 통이나 소리 골의 공명을 일으켜 울려나는 현상이다. (이 공명도 배음과 관련이 깊다) 음색(tone color)은 같은 피아노의 음이라도 영창 피아노와 삼익 피아노의 색깔이 다르고 각 악기마다 음색이 다르다.

또한 피아노의 C 건반을 치면 미와 솔 그리고 한 옥타브 위인 도까지도 인지할 수 있는 능력도 귀는 가지고 있다. 성악을 하는 사람들이 발성 연습을 할 때 복식 호흡과 더불어 자기의 신체적 조건들을 이용해서 하는 모든 연습들이 결국 위의 세 가지 즉 배음과 공명 그리고 음색을 잘 내기위한 연습이 아닐까 생각한다. 왜냐하면 노래를 할 때는 사람의 목소리도 현악기의 아름다운 선과 같이 나와야 하고 그러한 음을 내려면 위의 조건들을 필수적으로 갖춰 노래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위에서 말한 요소들은 오디오에서도 빠질 수 없는 것으로 작동 시에는 전기적인 면과 기계적인 측면이 강하지만 소리가 나는 순간에는 악기적인 면에서 접근해 들어야 하기 때문에 위에서 언급한 내용들이 자연스럽게 불거지게 되고 그 정도에 따라서 오디오 가격이 수십만원에서부터 수억원대에 이르기도 하는데, 그 값을 결정짓는 것은 다름 아닌 우리 얼굴 옆에 붙어 있는 못 생긴 귀가 결정한다 해도 틀림이 없을 것이다. 물론 이 외에 다른 요인도 가격에 미치는 영향이 많기는 하다. 또 수만원에서 부터 십수억원에 달하는 바이올린의 가격이나 그리고 300만원대부터 수억 원대 이르는 피아노의 가격도 다 우리 귀에 의해 결정이 된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악기들과 오디오와 통신 그리고 첨단 모바일까지 이 모든 역사는 모두 우리 귀에 의해서 이루어진 것들이다.

토마스 아퀴나스가 쓴 그의 고백록 가운데 이런 글이 있다. "가사보다는 아름다운 곡에 의해서 더욱 큰 감명을 받는다" 조용한 실내, 잘 갖춰진 시스템, 아름다운 음악, 실로 들을 수 있는 귀를 가진 자와 누릴 수 있는 귀를 가진 자는 복이 있다.

/이광수 메타뮤직사운드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