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수칼럼]오디오와 인생(21)

이광수 / 입력 : 2014.03.28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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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EF 1000 /사진제공=메티뮤직사운드


광석 라디오부터 시작해서 5672 초 미니 튜브를 비롯해 미니어처 관인 1u5, 3s4, 6ar5, 6v6, 2a3, 42, 45, 10y, 50, 211, 845까지 이러한 관들을 가지고 앰프를 만들어서 소리를 듣는 게 재미있었다.

이 공부를 시작한 이후, 처음 내가 앰프를 만든 것은 새끼 다마라고 불리는 미니 진공관 5672를 가지고 만든 것이다. 아니 앰프를 만드는 것이라기보다 학교에서 하는 과제물 또는 실습하는 것 같은 그런 것이었다. 이 진공관은 두께와 넓이가 각각 7.8mm와 10mm 정도에 길이는 약 4cm 가량 되는 아주 작은 관이다. 이 진공관은 소켓에 꽂는 핀이 없는 대신 아래에 선이 길게 나와 있어 러그에 바로 때워서 사용 하게 되어 있다.


히터 전압이 1.25볼트 그리고 플레이트 전압은 60볼트를 가지고 작동 시키는 진공관인데, 출력관 한 개로 소리를 들을 수 있으며 말똥 전지를 가지고 전원을 쓴다. 당시 군용으로 270이라고 하는 배터리가 통신 장비용으로 나온 것들이 많이 있었는데, 이것을 뜯어서 전압을 맞춰 전원으로 사용하였다.

이 앰프는 광석 라디오의 신호를 받아 소리를 좀 더 크게 들으려고 만들었는데, 유리관 안에서 희미한 불빛을 보이며 소리를 내는 것이 참 신비했다. 다른 사람들과 같이 나도 신비하고 흥미로울 때는 만져보고 손끝으로 톡톡 쳐 보기도하고, 얼마나 열이 나는지 잡아 보기도 하고 그런다. 톡톡 쳐 볼 때는 피아노 건반을 치는 것처럼 띵띵 소리가 나오는 것이 재미있어 켜 놓고는 자주 건드려 보곤 했었다. 하루는 그게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해서 하나를 깨뜨려 속을 뜯어보았다.

어떻게 만들었을까?


하얀 실 같은 히터선과 머리카락처럼 가는 선을 기둥을 세워 동그랗고 일정하게 감아놓은 그리드와 아주 작으며 좁고 긴 플레이트 속에 그것을 넣고 다리를 빼서...또 유리는 어떻게 만들어 씌었는지... 그리고 이론과 수치는 어떻게 측정해 밝혀내서 특성을 발표했는지 내 머리는 어떤 것 하나도 알 수가 없고, 그 큰 사람의 손으로 그렇게 가늘고 정밀한 것들을 만들어 냈는지 그저 신비할 뿐이었다. 미치고 환장할 지경이라고 하는 말이 이럴 때 하는 말일까?

이 앰프를 사용하면서 있었던 일을 덧붙여 말하면 이 앰프는 출력 트랜스가 없는 앰프였는데, 한 때 유행하고 있었던 마그네틱 스피커를 플레이트에 바로 연결해서 들었었다. 그 스피커는 내가 망가뜨린 우리 집 빅터 라디오에서 떼어낸 밤색으로 된 마그네틱 스피커였는데 음질을 말하기는 좀 그렇지만 그 때는 소리를 크게 듣는 것이 목적이었기 때문에 별 불만 없이 배터리가 다 달아 버리면 새 것으로 바꿔 가면서 들었었다.

사실 5672 진공관은 내부저항이 매우 높아 20k 가까이나 되는 진공관이다. 그렇게 높은 부하 임피던스에 수백 옴의 저항치밖에 되지 않는 마그네틱 스피커는 애초부터 매칭이 되지 않는 것이었으나, 그래도 맹맹하지만 큰 소리로 음이 나오는 것이 나는 꽤 좋았었다.

재미있는 것은 이 앰프는 볼륨이 없었는데, 광석 수신기의 동조 바리콘과 재생 바리콘을 이용해 음량을 조정해서 소리를 들었었다. 그 때는 전기를 많이 쓰지 않던 시절이라 잡음이나 선택도 같은 것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 후 3s4출력관과 1u5 미니어처 관을 가지고 증폭기를 만들어 들었는데, 이것들도 역시 전원을 배터리로 사용하는 진공관 들이다. 역시 소스는 광석 라디오의 신호를 받아서 소리를 들었다.

여기서 잠시 광석 라디오에 대해서 들었던 추억을 쓰고자 한다. 나는 어린 시절 광석 라디오를 매우 즐겨 들었다고 쓴 적이 있다. 그 라디오는 내가 이 공부를 할 때까지 오랜 동안 듣고 있었는데,

그 이유는 소리의 맑고 깨끗함과 자연스러움의 매력도 있고 나팔이 달려있는 수화기에서 나오는 소리가 조금은 원시적 형태의 것이긴 하지만 어릴 적 추억의 공감성을 마음속에 남기고 싶은 것도 있기 때문이었다.

“소리에 대한 추억이라면, 78 회전의 레코드 판을 돌려 소리를 내는 유성기도 있기도 하였으나 부정확한 회전에 지글지글 거리며 돌아가는 소리와 레코드 위에 올려진 무거운 사운드복스의 침의 불안함과 곡이 끝날 때마다 태엽을 감아 주어야 하는 번거러움 때문에 유성기는 음질을 추구하는 이들에게서는 두어 발짝 떨어져 있는 느낌이 든다.”

그 때는 FM 방송이 없는 때라 비교를 안 해봐서 모르겠으나, 자연스러움의 소리는 지금 생각해 봐도 그 소리가 더 낳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직렬 3극 증폭관과 직렬 5극 출력관인 이 관들은 맑고 투명한 소리가 일품인데, 전기를 이용해 만든 일반 3극관 앰프들의 소리보다 훨씬 더 소리가 청명하고 험이나 노이즈는 물론 잡음 지수가 0에 가까웠다. 그리고 RL이 8k로 아웃 트랜스 역시 쉽게 구하여 사용할 수 있어 만들기도 용이했다. 자작 마니아들에게 이런 앰프를 만들어 들어 보라고 권하고 싶다.

이 진공관들에 대하여는 아직 내게 숙제가 남아있다. 전부터 Push-Pull(PP)로 앰프를 만들어 보려고 했었는데, 지금까지 생각만 하고 지내왔다. PP로 만들 경우 약 1와트의 출력이 얻어질 것인데 집에서 듣기에는 충분하다고 생각하고 직류 전원은 요즈음 성능이 좋은 전지들이 많이 나와 문제될 것이 전혀 없어 여건도 좋다. 이 앰프는 조만간 만들어 볼 계획을 가지고 있는데, 수 십 년간 생각만 하고 지나왔던 앰프를 이번엔 만들 수 있을까?

/이광수 메타뮤직사운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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