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코페'를 뒤흔든 테이프사나이 '테이프 페이스'

부산=김소연 기자 / 입력 : 2014.08.30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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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미디 공연 '테이프 페이스'(Tape Face)/사진=제2회 부산국제영화제 조직위원회


입에 테이프를 붙이고 등장했다. 공연장에서 말을 하지 않겠다는 의지다. 그래서 공연 이름도 '테이프 페이스'(Tape Face)다. 말이 사라진 빈틈은 적재적소의 음악과 효과음, 그리고 섬세한 마임이 채웠다. 그것만으로 충분했다. 세계를 사로잡은 코미디언 샘 윌리스의 힘이다.

제2회 부산국제영화제페스티벌(이하 부코페)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한 샘 윌리스가 선보이는 '테이프 페이스'의 장르는 넌버벌(Non-Verbal)이다. 말 그대로 1시간에 달하는 공연 내내 그는 한 마디도 하지 않는다.


얼굴의 3분의 1을 가리는 커다란 테이프를 얼굴에 붙이고 무대에 올라 말을 제외한 모든 소리를 이용해 웃음을 자아낸다. 그가 영국 국적이고, 평소에 사용하는 언어는 영어지만 언어 때문에 그의 공연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는 발생하지 않는다.

일단 그의 손짓은 간결하고 간단하다. 소품 역시 일상생활에서 볼 수 있는 것들이다. 이해를 하는데 있어 오해의 여지가 없다.

여기에 관객을 이용하는 능력도 뛰어나다. 관객을 즉석으로 불러올려 티셔츠에 테이프를 붙이고, 종이를 움직여 립싱크 공연을 펼친다. 아무것도 아닌 티셔츠에서 종이가 노래를 부르는 듯 움직이는 모습에 관객들은 놀라움의 탄성을 지었다.


허름한 외투와 검은 크로스백에서는 손수건, 마우스, 연필, 볼펜 등의 소품들이 쉴 새 없이 쏟아져 나온다. 또 이들은 의외의 조합을 만들어내며 노래하는 인형으로 변신한다. 단순한 플라스틱 병도 그를 만나면 훌륭한 소품이 돼 폭소를 유발한다.

이는 샘 윌리암스의 연륜과 무관하지 않다. 그는 2001년 펄프 코미디 어워드에서 최고 신인상을 수상한데 이어 2008년에는 뉴질랜드 월드 버스커스 페스티벌에서 관객이 뽑는 인기상을 거머쥐었다. 또 2011년에는 영국 쇼틀 어워드, 뉴질랜드 코미디 길드 최고 공연상 등 다수의 수상 경력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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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미디 공연 '테이프 페이스'(Tape Face)/사진=제2회 부산국제영화제 조직위원회


빼어난 능력으로 관객들을 쥐락펴락하며 웃음을 자아내다 보니 관객들도 유쾌하게 공연에 참여했다.

한회 공연에서 무대에 오르는 인물은 10여 명이지만 이들 중 누구도 빼거나 하지 않는다. 무대 위에서 옷을 갈아입고, 엉뚱한 제스처를 취해야 하는 상황에 말려들지만 황당해 하면서도 분위기를 즐기는 모습이었다.

심지어 뭔가를 요구하지 않고 홀로 무대 위에 세워 두자 흘러나오는 음악에 맞춰 홀로 스트립쇼를 선보이며 웃음을 자아내는 관객도 있었다.

뛰어난 상상력과 정교한 몸놀림으로 영화와 쇼의 패러디가 이어졌다. 가장 원초적이고 간단하게 몸동작과 소리를 활용한 개그지만 세밀한 묘사와 관객을 활용하는 빼어난 능력은 '테이프 페이스'를 특별하게 만들었다. 말이 없어도 객석을 빽빽하게 매운 관객들이 그와 소통할 수 있었던 이유다.

한편 '테이프페이스'는 부산시 남구 경성대 예노소극장에서 9월 1일까지 매일 공연이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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