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호의 체인지업]장충고 권광민 MLB 도전의 위험성

장윤호 스타뉴스 대표 / 입력 : 2015.08.2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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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충고등학교 외야수 권광민이 지난 1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타임스퀘어 코트야드 바이 메리어트 호텔에서 열린 미국 메이저리그 시카고컵스 입단 기자회견에서 시카고 컵스의 폴위버 국제 스카우트와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스1





일본프로야구 요미우리 자이언츠 4번 타자 출신으로 2003년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뉴욕 양키스의 마쓰이 히데키가 2007년 8월5일 캔자스시티전에서 3회 우월 솔로홈런으로 아시아 출신 최초의 메이저리그 통산 100호를 터뜨렸을 때 글쓴이는 조국으로 돌아간 메이저리그 사상 첫 한국인 포지션 플레이어 최희섭을 떠올렸다. 우리 팬들은 그가 1999년 태평양을 건너 2002년 시카고 컵스 유니폼을 입고 메이저리그에 데뷔했을 때 최소한 빅리그에서 100 홈런 이상을 기록해줄 것으로 믿었다. 그러나 2005년 LA 다저스 시절까지 통산 40홈런을 남기고 한국프로야구 KIA 타이거즈 유니폼으로 갈아입었다. 왜 최희섭은 메이저리그에서 꽃을 피우지 못했을까?


글쓴이가 최희섭을 처음 본 것은 그의 미국 진출 두번째 해였던 2000년 스프링캠프 때였다. 플로리다의 뜨거운 태양에 시커멓게 탄 수십명의 선수들 가운데 머리 하나가 더 큰 선수가 있었는데 그가 196㎝ 105㎏의 최희섭이었다. 왜 시카고가 한국에서 투수가 아닌 타자를 스카우트 했는지 저절로 납득이 됐다. 그 정도로 최희섭은 어떤 메이저리그 스타들보다도 단연 돋보이는 체구를 가지고 있고 거기서 나오는 파워가 마침내 그를 한국인 최초의 메이저리그 타자로 만들었으나 결국 실패했다.

지난 17일 장충고 3학년에 재학 중인 좌타자 외야수 권광민(18)이 계약금 120만 달러의 조건으로 시카고 컵스에 입단하고 기자회견을 했다. 그는 목표로 "3년 안에 메이저리그에 진출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이 자리에는 컵스의 폴 위버 국제 담당 스카우트, 장충고 송민수 감독, 그리고 권광민의 가족이 참석했다.

글쓴이는 이번 권광민의 시카고 컵스 행이 성급한 판단이 아닌가 걱정이 됐다. 다시 최희섭을 떠올렸고, 권광민이 롤 모델로 생각하는 텍사스 레인저스의 추신수가 풀 타임 메이저리거가 되기까지 무려 8시즌을 마이너리그에서 보낸 사실을 생각했다.


한편으로는 권광민이 추신수의 에이전트인 스캇 보라스나 강정호의 메이저리그 진출을 도운 앨런 네로와 같은 확실하고 믿을 수 있는 에이전시의 체계적인 지원을 받았는지가 먼저 궁금했다. 대구 상원고에 재학 중이던 좌완 김성민이 2학년에 재학 중이었을 때 메이저리그 볼티모어 구단과 사전 접촉해 계약했다가 대한야구협회로부터 무기한 자격정지를 받고 결국 볼티모어 행이 좌절된 바 있다. 글쓴이는 당시 메이저리거들을 관리하는 전문 에이전시가 볼티모어와의 계약을 진행했다면 그런 어처구니없는 계약 파기는 없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장충고 송민수 감독에 따르면 권광민의 경우도 미국 현지에 에이전트가 현재까지는 없다고 한다. 그렇다면 그 세세한 계약 조건을 어떻게 조율했는지 궁금하다.

계약금 120만 달러는 현재 환율로 14억원이 넘는 돈이다. 그런데 여기에 함정이 있다. 한국프로야구에서 계약금을 받으면 사실상 전부를 가지게 된다. 그리고 프로야구에 진출하면 숙식을 모두 구단이 제공해 돈 쓸 일이 없다.

메이저리그는 다르다. 일단 미국의 경우 세금이 50% 가까이 된다. 그리고 반드시 생각해야 하는 것이 가령 60만 달러, 약 7억원을 세금으로 내고 나면 남는 60만달러를 가지고 마이너리그 생활 동안 자신에게 투자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그렇지 않으면 마이너리그에서 피눈물 나는 고생을 각오해야 한다.

메이저리그의 루키리그 싱글 A등은 월급이 1500달러(약 170만원) 안팎이다. 그 돈으로 숙식을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그래서 마이너리그 선수들은 아파트를 빌려 함께 생활을 하기도 하고, 비시즌에는 아르바이트로 돈을 번다. 마이너리그는 말 그대로 '눈물 젖은 햄버거'를 먹는 곳으로 메이저리그 진출을 놓고 지옥과 같은 경쟁이 펼쳐지는 무대이다. 박찬호가 마늘 냄새 난다고 무시당하고, 송승준은 일본 출신 선수를 두들겨 패기도 했다. 스페인어를 쓰는 중남미 출신 선수들의 텃세와 무시는 말로 설명하기조차 어렵다.

권광민이 한국에서 야구를 해서 고교 야구 최고 타자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부모의 헌신적인 지원을 받았다. 그는 야구만 열심히 하면 됐다.

그러나 미국은 다르다. 부모가 함께 가도 언어, 운전, 미국 생활 등에서 도움을 받기 힘들다. 권광민 스스로 극복해나가야 한다. 싱글A부터 마이너리그를 모두 취재해본 글쓴이는 어느 순간 야구장 가는 것이 죽어도 싫었다는 말을 여러 선수들로부터 들었다.

야구 선수에게 화려한 메이저리그가 꿈이지만 '위험한 유혹'이기도 하다. 한국프로야구에서 검증받고 좋은 대우로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류현진과 강정호가 롤 모델이 되는 것이 맞다. 근본적으로 권광민은 병역 의무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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