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호의 체인지업] '3 김(金) 감독'의 5위 싸움, 조급하면 진다

장윤호 스타뉴스 대표 / 입력 : 2015.08.31 08:00
  • 글자크기조절
image
김성근, 김용희, 김기태 감독(왼쪽부터). /사진=뉴스1





한국프로야구 출신으로 메이저리그에 직행한 첫 포지션 플레이어 강정호(28)의 활약으로 우리 팬들에게 익숙한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의 클린트 허들 감독은 2002년 4월26일 콜로라도 로키스의 4번째 감독으로 선임돼 메이저리그 '스키퍼(skipper)'의 길에 들어섰다.


스키퍼는 감독을 의미하는 구어체 표현인데 기자들이 종종 친근감을 나타내기 위해 쓴다. 클린트 허들 감독은 1957년생으로 1987년 생인 강정호보다 30년 위이다. 2006년 그를 현장에서 취재를 하며 옆에서 봤을 때 고교 시절 미식 축구 쿼터백으로 이름을 날리던 체구에 짧게 깎은 머리, 붉은 얼굴, 그리고 경기 후 인터뷰 때 종종 마시는 캔 맥주에 큰 허스키 목소리까지 모두가 다혈질의 성격임을 짐작하게 해줬다. 그런데 이제는 연륜이 쌓였는지 합리적이고, 침착하다는 평가를 받는 감독으로 변해 있다.

KIA의 김병현이 메이저리그 콜로라도 시절이었던 2006년 8월9일(이하 한국시간) 다저스타디움에서 LA 다저스의 300승 투수 그렉 매덕스와 맞대결을 펼쳤다가 패한 경기 후 클린트 허들 감독은 로키스를 취재하는 콜로라도 지역 기자와 언성을 높였다.

그 기자는 허들 감독에게 "2-1로 앞선 상황에서 선발 김병현이 동점 솔로홈런을 맞고 다음 타자에게 우전안타를 허용하니까 곧 바로 마운드에서 끌어 내렸다. 투수 교체를 그렇게 서둘 정도로 급박한(urgent로 표현) 상황이었는가?"라는 질문을 했다. 이에 허들은 "당신은 어떻게 봤는지 모르지만 내 판단은 급박하다는 것이었다. 급박한가 아닌가는 내가 판단할 문제이다. 당신 생각과는 상관없다"고 날을 세웠다.


유들유들하게 패장의 신경을 건드리는 기자와 흥분해서 대답을 하는 감독의 모습이 글쓴이가 보기에는 아주 재미있었다. 당시 김병현은 6이닝 8피안타 3실점의 투구 내용으로 패전투수가 됐고 투구 수는 93개에 스트라이크가 53개였다. LA 다저스 선발 그렉 매덕스도 6이닝 7피안타 2실점을 기록했으나 승리는 올리지 못했고 경기는 LA 다저스가 이겨 파죽의 11연승을 달렸다.

당시 김병현의 그 다음 선발 등판은 시카고 컵스와의 홈 게임이었다. 그 경기에서도 김병현은 6이닝 밖에 던지지 않았다. 7안타 4실점으로 다소 부진하기는 했으나 투구 수는 87개(스트라이크 57)에 불과했다.

더 거슬러 올라가보자. 김병현은 이에 앞서 7월29일 샌디에이고전에서는 113개의 공을 던지며 7⅔이닝 5안타 1실점을 기록했다. 그리고 8월2일 밀워키전에서도 8이닝 동안 7안타 1실점의 빼어난 투구 내용을 선보였다. 투구수는 106개에 달했다. 2경기 연속 100개 이상을 던지다가 8일 다저스전과 13일 시카고 컵스전은 몇개 던지지 않은 상황에서 일찍 교체된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콜로라도가 선두 LA 다저스와 5경기 차(18일 현재) 밖에 나지 않고 있던 당시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상황과 무관하지 않았다. 19일 뉴욕 플러싱, 셰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뉴욕 메츠전에 선발 등판한 김병현은 초반부터 조급한 모습이었다. 아차 실수를 하면 바로 교체를 당한다는 강박 관념에 시달리다보니 투구 템포가 빨라져 볼 끝의 움직임을 빠르게 잃어갔다. 3-3 동점에서 김병현이 5회말 연속 볼넷을 내주자 로키스 쪽에서는 투수코치가 올라오고 불펜으로 전화를 걸고, 구원 투수가 몸을 풀고 법석을 떨었다. 클린트 허들이 감독 생활 5년 만에 처음으로 8월에도 여전히 포스트시즌 진출 가능성이 남아 있는 상황을 맞자 마음이 급해진 것이다.

감독이 급하면 선수는 더 정신을 못차린다. 결국 김병현은 5회도 못 마치고 교체됐다. 감독이 언제 마운드에 올라오나 신경 쓰느라 정작 자신의 투구에 집중을 못하고 말았던 것이다.

대조적인 경우가 1998년 뉴욕 양키스와 월드시리즈를 펼쳤다가 승리없이 내리 4패를 당하기도 했었고 2005년에는 디비전 시리즈까지 갔었던 샌디에이고 브루스 보치 감독이다.

그는 당시 샌디에이고 소속이던 박찬호가 선발 등판해 13회 연장에서 패한 날 밤 인터뷰에서 모 기자가 "진 기분이 어떠냐?"는 우문을 던지자 "지금 내게 패한 기분을 묻는 것이냐?"며 되묻는 여유를 보인 뒤 간단하게 "나쁘다"라고 대답했다. 스스로의 초조함에 기자와 언성까지 높였던 허들과는 판이한 응대였다. 감독으로서의 경륜 차이가 비교됐다.

브루스 보치(60) 감독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서 2010년, 2012년, 2014년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해 메이저리그 최고 명장의 반열에 올라 있는 인물이다.

2015 KBO리그도 막판 5위 자리를 놓고 3김(金) 감독들이 살벌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현재 순위와 상관없이 한화 김성근(73)감독, SK 김용희(60)감독, KIA 김기태(46)감독이 자신의 야구 인생을 모두 던졌다. 롯데 이종운(49) 감독도 경쟁에 뛰어들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며 버티는 중이다.

글쓴이의 취재 경험으로는 다음 주말이면 그림이 그려질 것으로 본다. 연승과 연패가 나오면 판가름이 난다. 마지막 변수는 감독의 초조함이다. 감독이 초조하면 선수는 더 조급해지고, 결국 경쟁에서 탈락하게 된다.

관련기사

최신뉴스

더보기

베스트클릭

더보기
starpoll 배너 google play app st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