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호의 체인지업]MLB 첫 여성해설가의 탄생과 KBO리그 현실

장윤호 스타뉴스 대표 / 입력 : 2015.09.1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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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시카 멘도사. /AFPBBNews=뉴스1





글쓴이가 계속 확인하고 있는데 단언할 근거는 아직 찾지 못했다. 스탠포드 대학 출신으로 2004년부터 2010년까지 미국 소프트볼 국가대표로 활약한 제시카 멘도사(35)가 지난 8월24일(현지 시간) 애리조나 피닉스에 있는 체이스 필드에서 열린 메이저리그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전 해설을 맡으면서 ‘메이저리그 사상 첫 선수 출신 여성 전문 해설가’가 탄생했다는 기사가 나왔다. 다만 야구 선수가 아닌 소프트볼 출신인데 사실이라면 메이저리그 역사를 내셔널리그 출범 연도인 1876년을 시작으로 계산했을 때 무려 139년 만에 여성 해설가가 등장한 것이 된다.


제시카 멘도사는 미국 소프트볼 국가대표 주전 외야수로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미국이 금메달을 따내는데 기여했다. 다음 대회인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는 미국은 일본에 패해 은메달에 그쳤으나 멘도사의 활약은 계속됐다.

현역에서 은퇴한 작년 6월30일부터 ESPN의 야구 프로그램인 ‘베이스볼 투나잇(Baseball Tonight)“에서 해설가(analyst) 활동을 시작했다. 그리고 금년 6월16일 ESPN의 여자대학야구 월드시리즈(College World Series)에서 처음으로 현장 부스(booth)에 들어가 커트 실링, 존 크룩과 함께 중계한 해설가가 됐다. 그 다음이 바로 8월24일 경기 현장 해설이다. 무료 백과사전 ’위키피디아‘(WIKIPEDIA)’에는 이렇게 표현돼 있다. ‘Jessica Mendoza was the first female analyst for a Major Leageu Baseball game in the history of ESPN’으로 설명됐다. 문장대로라면 제시카 멘도사는 메이저리그 역사상 첫 여성 해설가가 아니라 방송사인 ESPN 사상 최초의 여성 메이저리그 현장 경기 해설가가 된다.

제시카 멘도사는 이어서 8월30일 시카고 컵스-LA 다저스의 경기를 해설했는데 인종 차별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키고 정직된 보스턴 레드삭스 시절 ‘핏빛 양말 투혼’의 명 투수 출신 해설가, 커트 실링의 대타로 기용된 것이다. 공교롭게도 이날 컵스 투수 제이크 아리에타가 다저스를 상대로 노 히터(no hitter) 대기록을 작성해 제시카 멘도사는 미 전국 메이저리그 팬들의 주목을 받았다.


ESPN은 이슬람교를 나치즘과 비교해 비하 발언을 한 커트 실링을 남은 시즌 쓰지 않기로 했고 선데이 나잇 베이스볼 경기 해설을 제시카 멘도사가 맡게 됐다. 물론 내년 부분에 대해서는 결정된 바가 없지만 제시카 멘도사는 어쩌면 ‘여성 첫 풀타임 메이저리그 해설가’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제시카 멘도사는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SI)’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여성들이 중계 부스 안에서도 충분히 경쟁력을 갖출 만큼 야구에 대한 지식이 있고 한편으로는 시청자들에게 다른 각도에서 게임을 볼 수 있을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독특한 시각을 전해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고 강조했다. 자신이 좋은 모습을 보여주면 야구와 멀어져 있는 사람들을 야구장으로 이끌 수 있을 것으로 단언했다.

‘메이저리그 사상 첫 여성 해설가’ 여부를 떠나 제시카 멘도사는 개척자임은 분명하다. 그리고 노히터 경기를 중계하면서 날카로운 분석과 특히 타격 기술(hitting mechanics)에 관한 전문적인 지식으로 주목을 받았다.

메이저리그에서 여(女)기자가 클럽하우스 라커룸에 들어가는데도 무려 102년이 걸렸다. 클럽하우스는 남자 메이저리거들이 자유롭게 옷을 벗고 움직이는 공간이다. 글쓴이도 1996년 LA 다저스 클럽하우스를 취재하다 깜짝 놀란 적이 있다. 경기 후 남녀 기자들이 클럽하우스로 취재를 위해 몰려 들어 갔는데 장난기 많은 모 중미(中美) 출신 스타급 선수가 샤워를 하려는지 벌거벗은 하체를 가리지도 않고 다리를 쩍 벌리고 앉아 있었다. 그런데 취재를 하는 여자 기자들은 전혀 신경도 안 쓰고 자신이 만날 선수들을 분주히 찾았다.

메이저리그에서 여자 기자들의 라커룸 출입이 허용된 것은 1978년 뉴욕 서부 지법의 판결이 나오면서부터이다. 1876년 내셔널리그 출범 후 102년이 걸렸다.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의 여기자 멜리사 러트케가 1977년 LA 다저스-뉴욕 양키스의 월드시리즈를 취재하는 과정에서 라커룸 출입을 할 수 없자 ‘남자 기자들과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없다. 이는 명백한 성차별이라고 당시 메이저리그 커미셔너 보위 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 했다. 메이저리그는 남자 선수들의 프라이버시 침해라고 버텼으나 결국은 패하고 라커룸을 여자기자들에게도 개방했다. 당시 모틀리 판사는 모두가 ’프로페셔널(professional)’하게 행동해야 한다는 것을 조건으로 내 걸었다. 라커룸에는 남녀가 아니라 기자와 선수만 있다는 것이다.

1904년 한국야구의 역사가 시작됐고 프로야구 KBO리그의 원년은 1982년이다. KBO리그에서 여기자는 1990년대에 탄생한 것으로 기억한다. 영화 ‘퍼펙트 게임’에는 1987년에 여기자가 있었던 것으로 나오는데 글쓴이가 당시 현장에서 활동할 때 여기자는 없었다.

1990년 일간스포츠 이윤정기자(현 뉴스1 디지털 전략팀 부장)가 야구장 출입을 시작해 현재는 KBO 리그에서도 많은 여기자들이 치열하게 취재 활동을 펼치며 특종 경쟁을 하고 있다. 방송계에서는 리포터들의 활약이 대단하다. 그러나 아직 KBO리그 경기를 현장 중계 부스에서 해설하는 ‘한국의 제시카 멘도사’는 없다.

한국프로야구 KBO리그의 경우 10개 구단들의 클럽하우스, 특히 선수들이 옷을 벗고 샤워를 하는 공간인 라커룸까지 모두 굳게 닫혀 있다. 남녀 기자들 모두 취재를 할 수 없다. 그래서 선수들의 휴먼 스토리를 찾아보기 어렵다.

10개 구단 시대를 연 KBO리그가 대 도약을 하기 위해서는 변화와 의식 전환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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