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도 있고 가오도 있어야"..위기 넘은 BIFF의 다짐

부산=김현록 기자 / 입력 : 2015.10.10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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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수연 집행위원장 / 사진=김창현 기자


20회를 맞이한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폐막 기자회견을 통해 위기 끝에 맞이한 20년 성년을 결산했다.

10일 오전 제 20회 부산국제영화제는 부산 동서대학교 센텀 캠퍼스에서 결산 기자회견을 갖고 올해 영화제의 성과와 수상결과 등을 발표했다. 지난해를 뛰어넘는 역대 최다 22만 7377명의 관객이 부산을 찾은 가운데, 영화제는 안정적인 프로그래밍으로 위상을 다시 확인시켰다.


이날 기자회견 말미 관심을 모은 것은 특히 영화제 예산에 대한 이용관 강수연 두 공동 집행위원장의 이야기였다. 지난해 '다이빙벨' 상영 논란 이후 이용관 위원장 사퇴 종용 논란, 감사원 감사, 예산 감축 등의 외풍 속에 맞은 20회를 결산하는 자리라 더 의미심장했다.

부산국제영화제가 젊은 영화인을 양성하고 포럼을 확충하는 한편 올해 새로 시작한 엔터테인먼트 지적재산권(E-IP) 마켓을 비롯한 마켓을 더욱 육성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가운데 영화제의 향후 방향성, 예산 문제가 화제의 중심에 올랐다.

"20년은 몰라도 10년의 비전은 제시할 수 있을 것 같다"며 마이크를 잡은 이용관 집행위원장은 "올해 20주년은 지난 20년을 어떻게 해 왔는지를 보여드리는 자리였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집행위원장은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는 게 믿어지지 않았는데, 생각할수록 그렇다. 성장통과 함께 정치적 재정적 어려움을 겪어왔는데 그럼에도 이런 프로그래밍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었다. 그 다음에야 다음 10년을 이야기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털어놨다.

그는 향후 베이징영화제, 칭타오영화제 등 새로 문을 열었거나 시작을 준비하는 신흥 영화제들과 경쟁하면서, 영화제 프로그램과 마켓을 연결시키고 포럼 등 학술 부문과 연결시켜 시너지를 만드는 데 4~5년이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또 이 집행위원장은 "관객 수가 많았는데 왜 조용했냐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예매, 발권 시스템을 보완했기 때문"이라며 "반면 그만큼 썰렁해진 광장문화를 보완해야 했다. 중장년까지 스펙트럼이 넓어진 관객에 맞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게 급선무다. 여러 광장문화를 끌어내고 영화팬과 부산 시민들이 영화의 전당을 즐기게 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강수연 집행위원장은 "예산은 항상 부족하다. 전 세계 어떤 영화제도 풍족한 예산으로 한 적은 없을 것"이라며 "본질 잃고 스폰서십에 의존하거나 한 쪽으로 치우쳐 상업적으로 간다든지 한 부류의 영화제가 되지 않고 밸런스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관객과 전문가가 즐길 수 있는 밸런스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예를 들면 올해 중국 증시 하락이 영화제 영향에 미쳤다. 경제 상황, 시의 상황 등을 고려해 합리적으로 장기적 계획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집행위원장으로서) 첫 회를 끝내며 너무 감사드린다"라며 "영화제가 해야하는 일, 나아가야 하는 방향에 대해 좀 더 진지하고 심도 깊은 고민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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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관 집행위원장 / 사진=김창현 기자


마이크를 이어받은 이용관 집행위원장은 "저는 강위원장과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는 말을 그만 썼으면 좋겠다"며 "이 자리를 빌려 공식 제안한다"고 밝혀 시선을 모았다.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는 강수연 위원장의 입버릇 같은 말은 1300만 영화 '베테랑'의 대사로 쓰이며 유행어로 등극했다.

이 집행위원장은 "영화제의 본질은 훼손되면 안되지만 예산도 필요하다. 돈도 있고 가오도 있는 영화제가 됐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5년간 예산이 동결돼 있다. 하지만 어렵지 않았다. 할 수 있다"면서 "하지만 10년 20년의 계획을 세우려면 예산이 수반돼야 한다. 돈도 있고, 가오는 좀 더 있는 영화제가 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지난 1일 개막해 10일 오후 폐막을 앞둔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는 영화의 전당을 비롯한 6개 극장 35개 관에서 75개국 302편의 영화가 관객과 만났다. 월드 프리미어는 94편, 인터내셔널 프리미어는 31편이었다. 이날 오후 배우 박성웅과 추자현의 사회로 열리는 폐막식에서는 래리 양 감독의 '산이 울다'가 상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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