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소미 "트로트가수 데뷔..대천 소녀 꿈 이뤘죠"(인터뷰)

'술한잔' 내고 트로트가수 데뷔

문완식 기자 / 입력 : 2016.01.14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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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소미 /사진=임성균 기자


소녀는 무대에 오르기 전 침을 꼴짝 삼켰다. 마지막 순서였다. 수줍은 듯 몸을 배배 꼬았다. 마치 이런 무대가 처음 인양 어쩔 줄 몰라 했다. 이내 마이크가 건네졌고 있는 힘껏 노래를 불렀다. '또' 1등이었다. 흐뭇한 미소가 지어졌다. "역시."

개그우먼 안소미(26)에게 어린 시절 대천해수욕장은 '놀이터'였다. 여름이면 할머니와 폭죽 장사를 했는데, 장기 자랑이 열리기만 하면 무대로 달려갔다. 춤이면 춤, 노래면 노래. 나가는 족족 1등을 했고 살림살이를 하나 가득 받았다. 안소미는 폭죽 많이 사는 손님들에게 상품들을 선물로 안겼다. 쏠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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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소미 /사진=임성균 기자


안소미에게는 영광스러운 타이틀이 하나 있다. 'KBS 최연소 공채 개그맨'이 바로 그것이다. 지난 2009년 열아홉 살 나이에 KBS 개그맨이 됐다. 7년이 흘렀고 '개그콘서트' 개그우먼 중 오나미, 김민경, 허민(이들 셋은 동기다) 바로 다음이다. '개그콘서트'를 대표하는 개그우먼으로서 각종 코너에 출연하며 재능을 과시 중이다.

그런 그녀가 최근 '중대한 결심'을 했다. 트로트 가수로 나선 것. 안소미는 지난 12월 24일 트로트 데뷔곡 '술 한잔'을 내놓았다.


인터뷰에 앞서 '술한잔'을 함께 들었다. "술 한잔 따라 주세요. 오늘은 취해 볼래요"라며 사랑의 아픔을 노래한다. 안소미의 가창력에 놀라고 그 감성에 놀랐다. 그녀의 공개된 프로필상 생년월일은 1990년 1월 1일이다. 의심되는 순간이었다. '연예인 나이'인가 싶을 정도로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트로트 감성'이 느껴졌다. 칭찬하니 부끄러워했다. "1990년생 맞냐"고 재차 물으니 주민등록증을 꺼내 보여줬다. '900101'로 시작했다.

애초 안소미는 트로트 가수로 나설 생각이 없었다. '술 한잔'은 '선물'에서 시작했다. 이 노래는 그룹 부활의 베이시스트 서재혁이 작사, 작곡한 곡이다. 서재혁이 안소미를 위해 선물이라며 곡을 안겼고, "그냥 기념앨범이나 내볼까"했던 안소미는 곡을 듣고 트로트 가수로 나서기로 결심했다. 오래전 잊었던 대천해수욕장 무대가 생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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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소미 /사진=임성균 기자


"어릴 적 꿈이 트로트 가수였어요. 대천해수욕장 노래자랑대회에 나가서 김치냉장고 타고 그랬어요. 그때는 무대에 서는 게 그렇게 좋았어요. 제가 어르신들을 좋아하는데 어린 애가 트로트 부르니까 그렇게 좋아하시더라고요. 그래서 트로트 부르는 걸 좋아했어요. '울산 아리랑', '천년바위' 이런 걸 좋아했죠. 조용필 선생님의 '기다림의 아픔'도 좋아했고요. 지금도 노래방 가면 이런 것밖에 안 불러요. 친구들은 싫어하죠. 그래도 전 트로트가 좋아요."

'개그우먼'인 안소미가 내놓았다고 '술 한잔'을 그저 그런 노래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정통 트로트곡이다. 듣고 있으면 아련한 옛 추억이 떠오르는, 가슴 한구석이 먹먹한 노래다. 안소미는 "가사 중 '인생은 혼자라며 강한 척 해보였지만 세월이 흐른 뒤에 이제야 알았답니다'가 제일 좋다"고 했다. '이제야 알았다'는 건 '진짜 사랑을 몰랐다'는 뜻이다.

"사실 가사 같은 사랑의 아픔은 겪어 본 적 없어요. 만났다가 헤어진 경험은 있는데 가사처럼 가슴 아픔 사랑, 다시 붙잡고 싶은 남자는 단 한 명도 없어요. 지금 남자 친구가 없는데, 남자 소개 시켜주겠다고 연락은 많이 와요. 그런데 굉장히 귀찮아요. 좋아해 주는 건 좋아하는데 남자들이 그렇더라고요. 처음에는 잘해주는데 나중에는 별로예요. 그래서 기억하고 싶은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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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소미 /사진=임성균 기자


그러면서 "아마도 '개그콘서트'에서 연기를 하다 보니 감성을 살리는 방법을 터득한 듯하다"고 했다. 가사가 꼭 자기 얘기일 필요는 없다. 문제는 감성이니까.

안소미는 인터뷰 중 계속된 노래 실력 칭찬에 손사래를 쳤다. 자꾸 "저는 그래도 개그우먼일 뿐"이라고 자신을 낮췄다.

"사실 걱정을 많이 했어요. 개그맨이 트로트를 하니까 우습게 보일 수도 있잖아요. 하지 말자고 했는데 정통 트로트곡이라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던 것 같아요. 사실 걱정인 게 저로서는 꿈을 이룬 거지만 트로트 가수분들이 생각하실 때는 영역 침범으로 보일 수도 있잖아요. 조심스러워요. 늘."

조심스러워했지만 벅찬 감정을 숨기지 못했다. 7년 만에 이룬 이 '꿈'은 그냥 얻어진 게 아니다. 할머니, 그리고 고모들의 꿈도 함께 이뤘기 때문이다.

"아버지가 계시긴 했는데 사실 별로 교류는 없었어요. 할머니와 고모들이 지원군이었죠. 늘 '소미야, 넌 연예인 해야한다'고 하셨어요. 그런데 개그맨이 됐죠. 사실 가수가 되고 싶은 마음은 있었어요. 근데 겁이 났어요. 대천에서 장사하는 내가 감시 서울에 가서 연예인을 해? 이런 생각이 들었거든요. 거기는 내가 넘볼 곳이 아니다. 단념했죠. 그러다 개그맨 시험을 봤어요. 그때도 저의 지원군 고모, 그리고 주위 친구들이 권해줘서 겨우 했어요. 사실 개그맨 시험도 무서웠어요. 그런데 또 막상 시험장에 가니 막 나오는 거예요. 그때 성대모사를 했어요. 현영씨 흉내를 냈고 '좋아요!'하면서 노래방 기계음을 따라 했죠. 외화더빙도 흉내 냈고요. 그렇게 붙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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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소미 /사진=임성균 기자


트로트가수 꿈을 이뤘지만 사실 안소미는 재주가 많다. 드라마 '청담동 스캔들'로 연기에도 도전했었고 'DJ쏘미'란 이름으로 디제잉도 한다. 그녀는 "만능 엔터테이너가 목표"라고 했다.

"트로트도 하고, MC도 하고, 개그도 하고, 얕게는 여러 개를 할 수 있어요(웃음). 지금 생각은, 열심히 해서 쉬지 않고 움직였으면 좋겠습니다. 집에 가면 힘들어서 바로 잘 수 있게요. 요즘 잠이 안 와서 큰일이에요(웃음). 하하. 돈 많이 벌어서 어려운 분들에게 나눠 드리며 살고 싶어요."

안소미는 당분간 '술 한잔'으로 '트로트가수 안소미'로 활동할 예정이다. '술 한잔'에 그치지 않고 새로운 트로트곡들도 발표할 예정이다. 안소미는 "제2의 홍진영이 목표"라고도 했다. 안소미는 '제2의' 누군가라 목표라고 했지만, 그 '꿈'의 크기나 재능으로 봤을 때 '제2의' 누군가는 아닐 것 같다. '제1의 안소미'가 될 것이 분명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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