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호의 체인지업] '점 뺀' 김성근 감독의 출사표 '좀 긴장되네요.ㅎㅎ'

장윤호 스타뉴스 대표 / 입력 : 2016.01.2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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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출국한 김성근 감독의 모습. /사진=뉴스1





‘출사표(出師表)’를 사전에 찾아보니 ‘중국 삼국시대 촉한의 제갈량이 유비의 유언을 받들어 군사를 이끌고 위나라를 토벌하러 나서며 촉한의 2대 황제 유선에게 바친 글’이라고 돼 있다. 군대를 일으키며 임금에게 올린 글인데 세월이 흐르면서 의미가 확대돼 ‘주요한 일에 임하면서 심경을 밝히는 것’도 출사표라고 한다.


‘야구의 신(神)’ 김성근 감독은 1942년생으로 새해 만 74세이다. 김성근감독은 새해 한국프로야구 역사에 새로운 기록을 작성했다. 2014년 한화 김응룡감독(1941년생)의 73세 현역 감독 기록을 누르고 사상 첫 74세 현역 감독을 하게 됐다.

메이저리그와 일본 프로야구에서도 74세 현역 감독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메이저리그 워싱턴 내셔널스가 지난 시즌을 마치고 영입한 더스티 베이커 감독(1949년생)의 금년 나이는 67세이다. 그는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시카고 컵스, 신시내티 레즈 등에서 20시즌을 치르며 1671승1504패를 기록한 명장인데 올 시즌 다시 그라운드로 돌아와 과연 워싱턴 내셔널스를 포스트시즌으로 이끌지 주목을 받고 있다. 메이저리그도 새로운 감독들이 40대로 젊어지는 추세인데 워싱턴 내셔널스는 노장의 경륜을 택했다.

한국프로야구 KBO리그에서 올 시즌 새로운 사령탑은 롯데 조원우감독이 유일한데 그는 1971년생으로 45세이다. 김성근 감독의 아들인 김정준 한화 코치보다 한 살이 어리다.한국프로야구 최연소 감독 기록은 MBC의 프로야구와 메이저리그 해설 위원인 허구연 KBO 야구발전위원장이 가지고 있다. 1951년생인 그는 1985년 34세 7개월의 나이에 청보 핀토스 감독이 됐다.


한화 유니폼을 입고 지난해 KBO리그로 돌아온 김성근감독은 첫해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김성근감독의 프로야구 경력에서 첫 시즌 실패를 처음으로 맛보았다.

올 시즌은 김성근감독에게 그 어느 해보다 중요하다. 3년 계약 기간 중 2년차이지만 메이저리그 수준급 투수력을 보여준 에스밀 로저스와 재계약하고 FA 정우람을 거액을 들여 영입하는 등의 전력 보강을 고려하면 포스트시즌은 반드시 진출해야 한다.

글쓴이는 그래서 15일 선수단과 함께 일본 고치로 스프링캠프를 떠난 김성근감독의 출사표가 궁금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낱말이 아주 짧은 문장에 포함돼 있었다.

‘좀 긴장되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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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김성근 감독. /사진=뉴스1





아들뻘인 현역 감독들이 즐비한 KBO리그에서 74세의 나이에 목숨을 건 야구를 하면서 '야구의 신(神)‘으로 불리는 김성근감독 입에서 ’긴장(緊張)'이라는 말이 나왔다. 새로운 시작이 김성근 감독을 긴장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한국시리즈 7차전도 아닌데 김성근 감독에게 긴장이라는 분위기가 어울리는가?

3년 간 독립구장 고양 원더스를 거친 김성근 감독이 지난해 한화 감독 첫해 보여준 야구는 글쓴이의 개인적 생각으로는 ‘인간적’으로 변했다. 야구 자체는 물론 벤치에서 감독의 움직임과 표정 변화까지. 혹사 논란에 신경을 쓰는가 하면 시즌 막판 외국인 용병 투수 에스밀 로저스를 ‘극한(極限)’까지 활용하지 못한채 SK에 5위 자리를 내주었다.

올 시즌 SK 출신 정우람이 선발 투수 한 자리를 맡을 가능성도 있으나 김성근 감독의 야구는 계속 권혁 박정진에 정우람까지 가세할 수 있는 ‘불펜 중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불펜 야구는 감독에게 정신적으로 엄청난 기력(氣力) 소진을 요구한다. 김성근감독은 다시 말하지만 한국프로야구 역사상 최고령 현역 감독이다.

그런데 김성근 감독은 역시 김성근 감독이었다. 새해를 시작하는 각오를 아주 특별하게 보여주었다. 김성근감독은 15일 인천공항에 선글라스를 낀 모습으로 나왔다. 웃는 모습에 환한 표정이었다. 마치 60세 정도의 감독같이 젊어 보였다. 시즌을 마치고 휴식과 재충전을 한 이유도 있겠지만 그 나이의 남자가 하기 쉬운 도전을 했기 때문이다. 바로 얼굴의 점을 빼고 레이저로 검버섯을 제거한 것이다.

김성근감독이 오센(OSEN)의 특별 기획 시리즈에서 써 보인 슬로건은 ‘철저(徹底)’였다. 지난해의 시행착오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 김성근 감독이 LG 시절 2002년 삼성과의 한국시리즈에서 2승4패로 패했을 때 당시 상대였던 김응룡 감독은 '마치 야구의 신과 싸운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성근 감독의 수(手) 싸움에 얼마나 혹독하게 시달렸으면 한국시리즈 10회 우승의 위업을 달성한 김응룡 감독의 입에서 그런 말이 나왔을까 상상이 됐다. 김성근감독에게 ‘야구의 신’이라는 평을 해준 김응룡 감독이 바로 김성근감독의 전임 한화 감독이었다. 그리고 김성근 감독은 김응룡 감독을 제치고 한국프로야구 역사상 최고령 감독으로 올 시즌 한화의 포스트시즌 도전에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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