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하고 또 이상했던 모비스의 잠실 나들이

김동영 기자 / 입력 : 2016.02.03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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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모비스는 삼성의 리카르도 라틀리프 제어에 실패했다. /사진=KBL 제공





울산 모비스 피버스는 최근 KBL을 지배하고 있는 최강팀이다. 올 시즌도 당초 중위권으로 분류됐지만 평가를 비웃듯 1위에 자리하고 있다. 하지만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질 때가 있는 법이다. 2일 서울 삼성 썬더스전이 그랬다. 이상하고 또 이상했다.


모비스는 2일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5-2016 KCC 프로농구' 삼성과의 6라운드 맞대결에서 49-66으로 패했다.

모비스로서는 뼈아픈 패배다. 이날 승리했다면, 최근 3연승과 함께 2위 고양 오리온과의 승차를 두 경기로 벌릴 수 있었다. 시즌 막판임을 감안하면 승차 두 경기는 크다. 더불어 플레이오프에서 만날 수도 있는 삼성에 또 한 번 승리하면서 압도적인 우위를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패하면서 모든 것이 무산됐다. 오리온과의 승차는 1경기로 좁혀졌고, 삼성 원정 11연승도 마감됐다. 반대로 삼성은 모비스전 홈 11연패를 끊었다. 그리고 경기 후 이상민 감독은 "모비스 트라우마는 이제 벗어난 것 같다"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상대의 기만 살려준 셈이다.


냉정히 말해 이렇게 패할 경기는 아니었다. 외국인 선수와 토종 선수의 매치업만 봐도 양 팀은 백중세에 가까웠다. 오히려 심리적인 우위라면 모비스쪽이 더 있어 보였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것이 독이 된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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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동근을 밀착마크하는 이관희. 이날 이관희는 수비에서 큰 공헌을 했다. /사진=KBL 제공





1쿼터부터 이상하리만치 경기가 풀리지 않았다. 일단 슛이 들어가지 않았다. 삼성의 강력한 수비 탓도 있었지만, 2점슛과 3점슛을 더해 총 15개의 슛을 쐈지만, 들어간 것은 4개뿐이었다. 성공률이 26.7%다. 그나마 2점슛은 6개를 던져 3개를 넣었지만(성공률 50%), 삼성이 시도한 14차례(9개 성공, 성공률 64.3%)와 비교하면 확연히 적은 수치다.

동시에 3점슛은 9개를 시도했지만 딱 1개 들어갔다. 성공률이 11.1%다. 팀 3점슛 성공률 34.13%의 1/3 수준이다. 모비스답지 않은 참담한 수준이었다. 또 있다. 시즌 자유투 성공률 84.5%를 자랑하는 양동근(35, 181cm)이 자유투 2개를 다 놓치는 희귀한 장면도 연출해냈다. 즉, 모비스는 1쿼터에서 슛 시도도 적었고, 그나마도 잘 들어가지 않았다. 여기에 리바운드에서도 4-13으로 크게 밀렸다.

2쿼터도 양상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삼성이 2점슛 12번을 쏘는 동안, 모비스는 5번을 던지는데 그쳤다. 삼성은 12개 가운데 5개를 성공시켰고, 모비스는 5개 가운데 2개만 넣었다. 성공률이 41.7%와 40.0%다. 두 팀 다 좋지 못했지만, 모비스가 조금 더 안 좋았다. 결국 모비스는 2쿼터까지 단 19점을 올리는데 그치며, 올 시즌 한 경기 최소득점 기록을 세웠다. 모비스가 매 경기 고득점을 올리는 팀은 아니지만, 이날은 이상하리만치 좋지 못했다.

후반은 그나마 나았다. 3쿼터 모비스는 19점을 올리며 1-2쿼터에 올린 점수를 한 쿼터에 만들어냈다. 2점슛 9개를 던져 7개(성공률 77.8%)를 성공시켰다. 여전이 슈팅 시도에서는 삼성에 밀렸지만(삼성 시도 12회-성공 8회, 성공률 66.7%), 어쨌든 전반보다는 확실히 좋아진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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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숙인 모비스의 사령관 양동근. /사진=KBL 제공





하지만 3쿼터에서 꼬인 부분도 있었다. 아이라 클라크(41, 200cm)가 4반칙을 기록하며 파울트러블에 걸린 것. 이는 골밑에 구멍이 생기는 것을 의미했고, 삼성의 리카르도 라틀리프(27, 199cm)가 활약할 여지를 주고 말았다. 라틀리프는 3쿼터에만 12점을 퍼부었다.

마지막 4쿼터 역시 상황은 비슷했다. 삼성이 18점을 올리는 동안 11점을 만드는데 그쳤다. 2점슛 9개를 쏴서 4개만 성공시켰고(성공률 44.4%), 3점슛은 4개를 던져 1개만 들어갔다(성공률 25.0%). 지독하리만치 슛이 들어가지 않은 셈이다. 여기에 4쿼터 리바운드는 무려 3-12로 뒤졌다. 기록으로 보면 이기려 해도 이길 수 없었던 셈이다.

기본적으로 삼성이 수비를 잘한 부분이 있다. 경기 전 삼성 이상민 감독은 "인사이드에서는 대등하다. 외각을 얼마나 잘 막느냐에 달렸다"라고 해법을 제시했다. 그리고 실제로 수비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며 승리를 낚았다. 경기 후 이상민 감독은 "선수들이 수비를 잘 해줬다"라고 말하며 수비가 승인이었음을 짚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정말 이상하게 모비스의 슛이 들어가지 않았다. 모비스 유재학 감독은 경기 후 "과정 없이 결과만 노렸고, 난사가 나왔다. 과한 자신감이 나온 것 같다. 내 슛 컨디션이 어떤지 테스트 하러 나온 것 같다. 경기가 안 될 수밖에 없다"며 쓴소리를 남겼다.

어쨌든 경기는 끝났다. 삼성은 기분 좋은 승리를, 모비스는 씁쓸한 패배를 당했다. 하지만 아직 시즌은 남아 있다. 모비스로서는 남은 경기를 잘 치르면 된다. 반대로 이날 경기는 몸에 좋은 약이 될 수 있다. 이상하고 또 이상했던 잠실 나들이가 모비스에게 어떤 약이 될지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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