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정복한 알파고, 야구도 넘볼 수 있을까

한동훈 기자 / 입력 : 2016.03.11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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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국 모습. /사진=뉴스1





인류를 대표해 인공지능과 맞붙은 이세돌 9단이 이틀 연속 무릎을 꿇었다. 단순한 수읽기 능력이라도, 극한에 달한다면 인간의 직관을 넘어설 수 있음이 증명된 충격적인 결과였다. 이에 따라 이 인공지능이 과연 어느 수준까지 응용이 될 수 있을지에 벌써 관심이 모인다.


구글 딥마인드의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는 지난 10일 인간 최고수로 평가받는 이세돌 9단과의 대결에서 211수 만에 불계승을 거뒀다. 총 5번기로 치루어지는 이번 대국의 1번기와 2번기를 모두 쓸어담은 것이다. 9일 1번기 승리 때만 하더라도 이세돌 9단이 알파고의 실력을 가늠하느라 자신의 바둑을 온전히 두지 못해 패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2번기 승리로 알파고에 대한 평가는 완전히 달라졌다. 알파고는 해설을 맡은 프로기사들 조차 전혀 예측하지 못한 수를 뒀다. 수십 수를 앞서가고 있음을 증명해 '인간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제아무리 컴퓨터라도 10의 170제곱에 이르는 경우의 수를 계산하기에는 무리가 있기 때문에 아직 인간에게는 이기지 못할 것이라는 예측이 보기 좋게 빗나갔다. 당초 알파고가 1승이라도 할 수 있을까에 맞춰졌던 바둑계의 초점은 이제 이세돌 9단이 1승이라도 할 수 있을까를 걱정하게 됐다. 사실상 바둑은 인공지능에게 정복된 셈이다.

알파고의 다음 도전 종목은 블리자드사의 실시간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 스타크래프트로 알려진 가운데 이제 알파고가 어디까지 응용될 수 있을지 궁금해 질 수밖에 없다. 수를 주고 받는 턴 방식의 바둑과 달리 스타크래프트는 기본적으로 상대방의 전략이 감춰져 있다. 또한 양 측의 플레이가 동시에 진행되기 때문에 바둑과는 전혀 다른 접근법이 필요하다.


극한의 수읽기만으로 승부가 가능한 스포츠로는 야구가 바로 떠오른다. 축구와 농구 역시 복잡한 전략, 전술, 운영의 묘가 필요한 종목이지만 데이터 입력이 제한적이며 실시간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인공지능의 개입 여지가 적다. 하지만 야구는 투수가 공을 던지는 매 순간순간이 타자와의 수읽기 승부다. 여건이 된다면 모든 순간에 지시를 내릴 수 있다. 누적된 데이터만 있다면 경우의 수는 오히려 바둑보다 적어 알파고의 활용 가치는 충분하다.

예를 들어 투수 A는 초구에 어떻게 던지는지, 초구가 볼이 됐을 때 2구 째는 어떤 선택을 하는지, 기다리는 게 좋은지 노려보는 게 좋은지 모든 가능성을 계산할 수 있다. 한 마디로 현대 야구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전력 분석의 끝판왕이 되는 셈이다. 극단적으로 예상하면 '1스트라이크 1볼에서 3구째 바깥쪽 커브 75%' 정도 까지 계산이 가능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물론 바둑은 '착수'에는 실수가 나올 수 없지만 야구에서는 투구와 타격에서 실수가 나올 수 있다. 즉, 무조건 몸 쪽 직구가 온다는 걸 알아도 타자에 따라서는 못 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알파고가 만능이 되기는 힘들 것이다. 또한 더그아웃에 전자기기 반입도 금지돼 있어 기술 구현이 된다 하더라도 실시간 활용은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확률, 통계와 가장 밀접한 스포츠인 야구에 알파고가 도전한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흥미롭다. 알파고도 혹사를 시킬 지, 믿음의 야구를 할 수 있을 지, 바둑에서처럼 그간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뒤바꿀 만한 신선한 전략을 구사할 지 궁금하다. 과연 야구를 산수로 해결할 수 있을지, 사람의 땀에 젖은 스포츠는 단지 숫자놀음으로는 답을 낼 수 없다는 주장이 맞을지, 알파고가 그 끝을 보여줄 날은 분명히 머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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