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속의 러닝..LG 우규민, 무슨 생각 했을까

대구=한동훈 기자 / 입력 : 2016.07.07 0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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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우규민.





아침부터 비가 많이 내렸다. 빗줄기는 굵어졌다, 약해졌다를 반복했지만 그칠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야수들은 당연히 실내 훈련장을 이용했다. 하지만 우규민은 굳이 나와서 비를 맞으며 약 30분을 뛰었다.


지난 시즌, 3년 연속 10승을 달성하며 국내 최정상급 언더핸드 투수 반열에 올랐던 우규민은 최근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7일 현재 14경기서 3승 7패, 평균자책점은 무려 6.19다. 최근 3경기 연속 7실점으로 부진했다. 5일 대구 삼성전에도 1회에만 5점을 주면서 5이닝을 고독하게 버텼다.

다음 날, 장맛비가 쉬지 않고 쏟아지던 와중에도 우규민은 묵묵히 운동장으로 향했다.

"할 건 해야죠"라고 입을 연 우규민은 "잘 던진 다음날은 몸도 마음도 가볍다. 기분도 좋다. 못 던졌을 땐 몸도 무겁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20분~30분 복기를 한다. 뭐가 잘못됐는지. 준비하는 과정부터 마운드에서 내려올때까지 돌아보는 시간이다"라 전했다.


이어 "최근에 이상하게 마운드에 오르면 리셋이 된다. 들어가기 전에 마음먹었던 계획이 있다. 그런데 1회에 실점하고, 홈런 맞고 그러다보니 나도 모르게 안 좋았을 때 패턴으로 간다. 홈런이야 솔직히 맞을 수도 있다. 맞고 나서 그냥 다음 타자 상대하면 되는데 '아, 또 반복이 되는 구나'하는 불안감이 문제다"라 돌아봤다.

아직 뾰족한 수는 없는 모양이다. "사실 마인드컨트롤이 쉽지 않다. 당연히 이기고 싶다. 잘 될때는 좋은 플레이도 나오면서 물 흐르듯 넘어간다. 하지만 막힐 때는 나 혼자 이겨내야 한다. 실책, 포수, 스트라이크 존, 그 어떤 탓도 아니다. 내 로케이션이 안 되고 있다. 작년보다 많이 떨어졌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스스로 진단한 부진의 원인은 자신에게 있었다. "존에 예민한 건 결코 아니다. 요즘에는 가운데에 계속 몰린다. 제구력은 좋은데 로케이션이 안 된다. 솔직히 수비 실책도 전혀 신경쓰지 않는다. 어차피 비자책으로 들어간다. 오히려 덕아웃이나 라커룸에서는 더 해도 괜찮다고 한다. 야수들이 더 미안해 한다"고 말했다.

또한 "포수들의 볼배합에도 문제가 있는 건 아니다. 달라는 대로 던지면 못 친다. 변화구를 요구했는데 하필 변화구를 노리고 있거나 이런 상황이 아닌 이상 다 내 잘못이다. 몸쪽을 요구했는데 가운데로 몰렸다든지"라며 유강남, 박재욱 등 어린 포수들에 대한 신뢰도 보였다.

가장 큰 고민은 역시 팀 성적이었다. "팀이 5강 싸움을 치열하게 하는 중인데 도움이 못 돼서 자책하고 싶다. 몸 상태에는 문제가 없다. 아픈 곳도 없다. 계기가 필요할 것 같다. 예전에 좋았을 때에는 안 좋은 이닝도 잘 이겨냈다. 운도 따랐고 좋은 플레이도 나왔다. 올해는 그것조차 안 된다. 이겨낼 방법을 찾아야 한다"며 비에 젖은 그라운드를 응시했다.

올 시즌 맞이한 두 번째 고비다. 우규민은 이미 2군에 다녀온 바 있다. 하지만 당시와는 다르다. 그 때 우규민은 "손 끝에서 공을 던진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고 말한 바 있는데 지금은 그런 것도 아니다.

"지금은 괜찮다. 패턴이라고 해야되나, 볼배합에 대한 생각이 많은 것 같다. 변화구 비율도 많았다. 파울이 될 게 정타가 되고 빗맞은 안타가 계속 나오고 있다. 예상 외로 타자의 노림수에 걸리는 경우도 잦다. 2군에 다녀온 이후에는 컨디션은 충분히 올라왔다. 어쨌든 맞는 데에는 문제가 있으니 답을 찾아야 한다"라 설명했다.

LG 양상문 감독 역시 "심리적인 문제가 가장 크지 않나 싶다. 한 4~5점 주더라도 승리투수가 되면서 반전의 계기가 필요할 것"이라 걱정했다. 로테이션대로라면 우규민은 오는 10일 부산 롯데전, 늦어도 12일 잠실 한화전에는 다시 마운드에 오른다. 그간의 부진을 털고 LG의 토종 에이스로써의 명예를 회복할 수 있을지 관심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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