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에게 '머리 숙이는' 김기태 감독.. 이런 감독 또 있을까

광주=김동영 기자 / 입력 : 2016.08.03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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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한화전 승리 후 박찬호에게 허리 숙여 인사하는 김기태 감독. /사진=KIA 타이거즈 제공





KIA 타이거즈가 한화 이글스를 잡고 7연승을 질주했다. 파죽지세다. 패색이 짙었던 경기를 뒤집었다. 그리고 김기태(47) 감독은 또 한 번 선수에게 머리를 숙였다. 이런 감독 또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KIA는 2일 광주-기아 챔피언스 필드에서 열린 '2016 타이어뱅크 KBO 리그' 정규시즌 한화와의 주중 3연전 첫 번째 경기에서 천신만고 끝에 10-9로 재역전승을 거뒀다.

어려운 경기였다. 8회까지 8-9로 뒤져 패색이 짙었다. 하지만 9회말 마지막 공격에서 찬스를 살리며 역전승을 거뒀다.

주인공은 박찬호(21)였다. 이범호의 적시타로 9-9 동점을 만든 후, KIA는 무사 만루 기회를 이어갔다. 여기서 백용환이 삼진으로 돌아섰고, 오준혁이 투수 땅볼에 그치며 2사 만루가 됐다.


타석에는 9회초 대수비로 들어간 후 첫 타석에 들어서는 박찬호였다. 냉정히 말해 수비력에 비해 공격력은 아쉬움이 남는 박찬호였다. '기대감'의 측면이라면 그리 크지 않은 선수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박찬호는 상대 마무리 정우람을 맞아 볼카운트 2-2에서 5구째를 밀어쳤고, 이는 끝내기 안타가 됐다. 박찬호의 생애 첫 끝내기 안타였다. 박찬호는 경기 후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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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30일 양현종에게 인사를 건넨 후 하이파이브를 나누는 김기태 감독. /사진=KIA 타이거즈 제공





그런데 경기 후 인상적인 장면이 연출됐다. 선수단과 인사를 나누는 과정에서 김기태 감독이 박찬호에게 모자를 벗고 머리를 숙여 정중한 인사를 전했다. 고졸 3년차에 불과한 만 21세의 어린 선수에게 팀의 수장이 머리를 숙인 것이다. 조계현 수석코치와 박흥식 코치도 옆에 있었지만, 김기태 감독은 개의치 않고 고개를 숙였다.

사실 김기태 감독이 선수들에게 머리를 숙인 것은 이날이 처음이 아니었다. 불과 며칠 전인 지난 7월 30일 인천 SK전에서 그랬다. 이날 '좌완 에이스' 양현종(28)이 선발로 나섰다. 양현종은 9이닝을 통째로 책임지며 완투승을 따냈다. 팀의 연승을 이어가는, 투혼의 완투승이었다.

완투승을 확정한 후 양현종은 포효했다. 그리고 승리 세리모니 과정에서 김기태 감독은 모자를 벗고 양현종에게 인사를 건넸다. 이후 환하게 웃으며 하이파이브를 나눴다.

또 있다. 지난해다. 지난 시즌 8월 2일 대전 한화전에서 KIA는 3-2로 재역전승을 거뒀다. 마무리였던 윤석민이 ⅔이닝 무실점을 기록하고 세이브를 올렸다. 당시 김기태 감독은 경기 후 윤석민에게 모자를 벗고 고개를 숙였다. '고마웠다'는 것이 이유였다.

감독은 팀에서 절대권력자다. 팀 전체를 아우르며, 선수단 기용에 전권을 쥐고 있다. 감독 한 마디에 슈퍼스타가 2군으로 내려가는 것은 시쳇말도 일도 아니다. 한없이 권위주의적일 수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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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 2일 경기 후 윤석민에게 모자를 벗고 인사를 건넨 김기태 감독. /사진=KIA 타이거즈 제공





하지만 김기태 감독은 독특하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선수단을 이끌고 있다. 카리스마 있는 모습과 친근한 모습이 공존한다. 필요한 경우 선수를 1군에서 말소하는 것도 불사하지만, 열심히 하는 선수들에게는 더없는 신뢰를 남긴다.

덕아웃에서 취재진과 만나는 중간에도, 선수가 지나가면 불러서 이야기를 나눈다. 신인 선수에게는 자기소개를 시키기도 하고, 잘하는 선수에게는 "고맙다", "화이팅" 등의 말을 남기기도 한다. 이른바 '형님 리더십'이다.

이런 김기태 감독이기에 후배이자 제자인 선수들에게 고개를 숙일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상하 관계가 엄격하기로 소문난 곳이 한국 스포츠계다. 선배가 먼저 고개를 숙이는 것이 마냥 쉬운 일은 아니다(물론 스포츠계만 그런 것은 아니다). 하물며 감독이 선수에게야 말할 것도 없다.

그렇지만 김기태 감독은 그렇게 하고 있다. 고마우면 선수에게라도 모자를 벗고 허리를 숙일 수 있는 사람, 그것이 김기태 감독이다. 이런 감독 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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