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빈민가의 아이들, 사회 문제가 아니라 해결책"(종합)

제천(충북)=김현록 기자 / 입력 : 2016.08.11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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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화 '바이올린 티처' 스틸컷


"브라질 빈민가의 아이들은 사회의 문제가 아니다. 그들이 해결책이다."

제천영화제 개막작 '바이올린 티처'의 세르지오 마차두 감독이 연출의 변을 밝혔다.


제 12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 개막작 '바이올린 티처'의 세르지오 마차두 감독은 11일 오후 충북 제천 제천영상미디어센터에서 열린 개막작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말했다.

세르지오 마차두 감독의 3번째 연출작이자 제 12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 개막작인 '바이올린 티처'는 남미 최고 오케스트라의 단원이 되고 싶어하는 바이올리니스트 라에르트(라자로 라보스 분)가 단원 오디션과 슬럼가에 있는 헬리오폴리스 공립학교의 수업 사이에서 겪는 갈등과 화해를 그리는 작품이다.

'바이올린 티처'는 감독의 첫 음악영화. 그는 "너무 바빠 자식을 돌볼 틈 었었던" 음악가 부모 아래 자란 탓에 "오케스트라가 나를 키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덕분에 어린 시절부터 클래식을 들으며 자랐다"고 말했다.


세르지오 마차두 감독은 빈민가 아이들로 구성된 영화 속 헬리오폴리스 오케스트라는 실제로 존재한다며 "영화에 담긴 것은 이 오케스트라의 초기 시절"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25만 명이 사는 슬럼가에 2000명의 아이들이 공부하는 학교가 있는데, 그 곳에서 만든 오케스트라가 성장한 것"이라며 "지금은 굉장히 유명해져서 브라질에서 가장 유명한 오케스트라 중 하나가 됐다. 전세계 투어를 하고 교황 앞에서 공연을 했을 정도다. 엔리오 모리꼬네와 협연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브라질에서는 가장 유명한, 성공적인 사회 프로젝트 중 하나로 손꼽힌다며 "기적과 같은 일"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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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2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 개막작 기자회견에 참석한 세르지오 마차두(사진 왼쪽) 감독과 전진수 프로그래머 / 사진=스타뉴스


그에 따르면 영화에 출연한 22명의 학생은 전문 배우가 아닌 실제 슬럼가에서 살고 있는 10대들. 영화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무려 1년 간 매일매일 몇 시간씩 연습하며 영화 속 연주 장면을 직접 소화해냈다.

세르지오 마차두 감독은 "저와 배우-학생들 사이의 관계가 깊이 인상에 남았다"며 "영화 시나리오를 쓸 당시 저도 위기의 순간을 맞고 있었다. 영화를 계속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던 중 그에 대한 시나리오를 써 보자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아티스트가 가장 사랑하는 일을 할까 말까 고민하는 이야기를 썼다"며 "영화를 찍으며 학생들을 통해 내 인생이 변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 영화가 무엇을 이야기하는지 이해하게 된 중요한 순간이 있었다. 바로 리허설 첫 날"이라며 "슬럼가에서 온 아이 22명이 모두 모였다. 여성 캐스팅 감독이 각자 인생에 대해 이야기해 달라고 했다. 웬만한 성인들이 평생 겪는 일보다 힘든 이들을 16살 17살 아이들이 이미 겪었더라. 깊은 인상을 받았다. 너무 힘든 인생이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세르지오 마차두 감독은 "감동을 받았지만 집에 돌아와 많이 울었다. 이 영화를 해낼 수 있을까 고민했다"며 "마음이 무거운 상태로 다음날 나갔는데 캐스팅 감독이 제 기분을 눈치채고 아이들에게 재능을 보여달라고 했다. 춤도 추고 노래도 하는데 참 잘했다. 그래서 영화에서 아이들에게 노래도 시키고 춤도 추게 했다"고 말했다.

이어 감독은 "많은 사람들이 슬럼가 아이들이 브라질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나는 그렇지 않으며 그들이 해결책이라는 걸 알았다"며 "아이들은 이것이 일생일대의 기회라는 걸 모두 인식하고 있었다. 이야기를 반복해서 해야 할 일이 없었을 만큼 한 번 이야기하면 다 따라줬다. 그 경험을 통해 제 인생이 바뀌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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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2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 개막작 기자회견 / 사진=스타뉴스


이번 영화제를 통해 처음 한국에 온 세르지오 마차두 감독은 "제천영화제 초청 소식을 듣고 인터넷에서 제천영화제의 상영 모습을 사진을 봤다. 사진을 보고 너무 아름다워서 꼭 와야겠다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그는 "제 영화를 개막작으로 초대해주셔서 감사드린다"면서 "브라질의 학생들에게 여기서 벌어지는 일들을 모두 찍어 보내주기로 했다"고 너스레를 떨며 기자회견 현장을 휴대전화에 담기도 했다.

세르지오 마차두 감독은 또 "이번 영화로 아시아에 꼭 가보고 싶었다. 극장 개봉을 위해 일본에 갔었고 1주일 전에는 이탈리아 영화제에서 수상하고 다시 스페인을 들렀다 한국에 왔다"며 "덕분에 브라질 올림픽은 보지 못했다"고 웃음 지었다.

제르지오 마차두 감독은 1990년대 후반 대표 브라질 영화로 꼽히는 월터 살레스의 '중앙역'에 조감독으로 참여했던 브라질 감독. '바이올린 티처'는 그의 3번째 연출작이다.

한편 제 12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는 11일 오후 개막식을 갖고 6일간의 축제를 시작한다. 음악과 영화, 그리고 자연과 휴식이 함께하는 음악영화제로 사랑받고 있는 제천국제음악영화제는 올해 전세계 36개국 105편의 장·단편 음악영화를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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