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스틸러]송강호와 맞짱, 그 어려운 걸 해낸 '엄태구'

김현록 기자 / 입력 : 2016.09.17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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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정'의 엄태구(사진 왼쪽) / 사진=스틸컷


추석 극장가에서 사랑받고 있는 영화 '밀정'(감독 김지운)으로 관객의 눈도장을 제대로 찍은 젊은 배우가 있습니다. 송강호와 사사건건 부딪치면서도 결코 밀리지 않았던 일본 경찰 하시모토. 바로 배우 엄태구(33)입니다. 전작들을 본 관객이라면 이미 기억하고 있던 이름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잉투기'와 '인간중독', 그리고 '차이나타운'. 큰 키와 음영 짙은 얼굴, 그리고 거친 낮은 목소리를 지닌 이 배우는 이미 작품마다 묵직한 존재감을 드리워왔으니까요.

'밀정'에선 일본인 경찰 하시모토 역을 맡았습니다. 일제에 영혼을 판 인물이라 해도 될 것 같습니다. 조선인 출신이지만 아예 일본인으로 귀화해 일제의 눈엣가시인 의열단을 잡으려 동분서주하는 캐릭터니까요. 의열단 잡는 일본 경찰이지만 여전히 한국어 이름을 쓰는 송강호의 이정출과 여러 모로 대비를 이룹니다. 영화에선 아예 만날 때마다 불꽃이 튀는 라이벌이죠. 조선 출신 경찰끼리의 알력, 세대 간의 갈등까지를 보여주는 캐릭터입니다.


하지만 말이 쉽지, 송강호와 맞붙어 연기하며 기죽지 않고 불꽃이 튄다는 게 어디 만만한 일입니까. 대선배와 싸워 이기다시피 해야 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 후배의 어려움이야 짐작하고도 남을 정도입니다. 엄태구는 첫 리딩 때 송강호의 얼굴도 쳐다보지 못해 "눈을 깔고" 있었다며, 처음 정면에서 그 눈을 마주봤을 때 "머리가 띵했다"고 털어놨을 정도죠. 하지만 글쎄요. 영화를 보면 엄살이다 싶게 느껴질 정도입니다.

송강호와 엄태구가 함께하는 장면마다 긴장감이 감돕니다. 냉정하게 화면을 장악하는 송강호와 예상치 못한 파열음을 일으키는 엄태구의 대립은 '밀정'의 키 포인트 중 하나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연출자 김지운 감독은 오디션에서 이미 그 기운을 느꼈던 모양입니다. '악마를 보았다'에 단역으로 출연했던 엄태구를 '잉투기'를 보며 발견했던 김지운 감독은 "테크니컬로는 더 적합한 배우도 있었지만, 오디션을 볼 때 엄태구가 동물적인 전율을 줬다"며 "나로선 모험으로 선택했다"고 말했습니다. 감독님의 모험이 보기좋게 적중했습니다.

어느덧 데뷔 10년차. 독립영화와 상업영화를 오가며 스스로를 다져 온 엄태구의 부상이 뿌듯한 건 분명 김지운 감독만이 아닐 겁니다. 계속 변모하고 성장해갈 그의 다음 그 다음이 또 기다려 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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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밀정'의 엄태구 / 사진=스타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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