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FF 중간결산] 5중고 BIFF, 그래도 희망이 보인다 ①

부산=전형화 기자 / 입력 : 2016.10.10 07:00 / 조회 :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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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열린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에서 서로 포옹하고 있는 강수연 집행위원장과 한효주. 두 사람을 지켜보고 있는 김동호 이사장/사진=이동훈


지난 6일 개막한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반환점을 돌았다.

이용관 집행위원장이 해촉되면서 강수연 집행위원장, 김동호 이사장 체제로 첫 출범한 올해 부산국제영화제는 개막부터 진통을 겪었다. 개막식 하루 전날 들이닥친 태풍으로 해운대 백사장에 준비했던 비프빌리지가 무너졌다.

위기가 닥쳤지만, 영화제는 순조롭게 진행 중이다. 비프빌리지에서 예정됐던 행사는, 영화의 전당 두레라움 광장으로 장소를 옮겨 정상 진행됐다.

다만 '다이빙 벨' 상영 이후 2년 여간 지속된 부산시와 갈등은 올해 영화제에 고스란히 영향을 미쳤다.

예산이 20~25% 가량 줄면서 부대행사가 많이 줄었다. 활기가 줄어들 수 밖에 없었다. 보이콧을 철회한 독립영화협회와 달리 한국영화감독조합,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한국영화촬영감독조합, 전국영화산업노조 등 4개 영화단체는 아직까지 부산영화제 보이콧을 풀지 않았다. 때문에 한국영화 화제작들이 출품하지 않으면서, 주연급 배우들이 대거 불참했다. 유명 감독들도 대거 불참했다. 톱스타와 감독들 참여가 크게 줄자, 활기가 크게 줄었다. 시민들이 몰려들었던 해운대 행사가 사라진 것도 활기가 줄어든 데 큰 영향을 줬다.

관객 참여에도 영향을 미쳤다. 감독과 배우 참여가 줄면서 관객과의 대화 행사도 큰 폭으로 줄었다. 이런 여파에 비까지 내리면서 예년보다 관객이 다소 줄었다.

그럼에도 열혈 관객들은 영화를 즐기고 있다. 영화제 초반 화제작은 단연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너의 이름은'과 다미엔 차젤레 감독의 '라라랜드'. 일본에서 천만 관객을 돌파한 '너의 이름은'과 엠마 스톤에게 베니스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안긴 '라라랜드'는 현장표까지 일찌감치 동이 날 정도로 관객이 몰렸다. 켄 로치의 '나, 다니엘 블레이크', 드니 빌뇌브의 '콘텍트' 등 해외 영화제 화제작들도 많은 관객이 찾았다. '환절기' 등 한국영화들도 관심을 얻고 있다.

영화제 보이콧에 부정청탁 및 금품 등의 수수 금지에 관한 법(김영란법) 시행으로 대형 배급사들의 파티들이 사라진 것도 활기를 크게 줄였다. 국내외 영화인들이 교류하던 파티들이 사라지자, 활기차게 진행되던 각종 영화 관련 미팅도 큰 폭으로 줄었다. 마케팅이 상대적으로 쉬운 대형 배급사와는 별도로, 독립영화들의 밤 행사마저 없어지자, 독립영화를 국내외에 알릴 길이 크게 줄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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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열린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 레드카펫에 선 배우들/사진=이동훈 기자


사드 배치 결정도 영향을 미쳤다. 8일 개막한 아시안필름마켓에서 중국 바이어들이 예년에 비해 크게 줄었다. 올해 마켓 참여 배치 신청은 1270여건으로, 지난해 1572건에서 300여 건 가량 줄었다. 이처럼 해외 영화 관계자들 참여가 큰 폭으로 줄어든 건, 중국쪽 참여가 저조한 탓이라는 후문. 아시안필름마켓 측은 "중국에서 예년과 달리 참여하는 바이어들의 비자 발급을 엄격하게 하면서 중국사람들이 훅 빠졌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희망은 보였다. 지난해 아시안필름마켓에서 세계 최초로 런칭한 엔터테인먼트 지적재산권 마켓(이하 E-IP마켓)에서 개막 첫날, 첫 계약을 성사시켰다. 박연선 작가의 '여름, 어디선가 시체가'가 '차이나타운'을 제작한 폴룩스 픽쳐스와 계약을 체결했다.

E-IP 마켓은 소설, 만화, 웹툰, 웹드라마, 웹소설 등 원 저작물을 영화 또는 게임, 방송 등 다양한 형태로 만들 수 있는 지적재산권을 판매하는 마켓. 지난해 아시안필름마켓에서 세계 최초로 시범 런칭했다. 지난해 E-IP 피칭에서 소개된 10개 작품 중 5개가 계약돼 성공적이란 평가를 들었다. E-IP 마켓에 대한 관심으로 올해 중국 대형 영화사들이 자비로, 일본 가도카와 그룹이 참여하는 등 아시아권의 관심이 상당했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는 여러모로 시험대에 올랐다. 오랜 갈등으로 스폰서가 예년보다 줄어 예산 확보가 쉽지 않았다. 정부도 갈수록 지원을 줄이겠다는 방침이다. 한국영화계 보이콧은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다. 보이콧으로 한국영화 수급 자체가 힘들었다. 김영란법 시행 직후 열린 대규모 행사였던 만큼, 여러 제약도 많았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69개국에서 온 301편을 상영할 수 있었던 건, 오로지 21년 동안 쌓은 프로그래머들의 내공 덕이다. 제도적인 지원 없이 사람의 힘 만으로는, 올해처럼 기적 같은 개최가 지속 될 수는 없다. 부산국제영화제가 풀어야 할 숙제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는 여러 악재가 겹치면서 활기가 크게 줄었다. 2년 간의 갈등으로 인한 보이콧 여파, 줄어든 예산, 태풍에 비, 김영란법, 사드 배치 결정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그래도 영화제를 찾는 관객들이 꾸준히 줄을 잇고 있는 게 희망이다. E-IP 마켓 등 미래 먹거리를 위한 시도도 희망이다.

개막식 전날 불어닥친 태풍은 마치 그간 부산국제영화제를 상징하는 듯 하다. 태풍으로 애써 쌓아올린 비프빌리지를 무너뜨렸지만, 개막식 날씨는 쾌청했다. 위기를 겪고 있는 부산국제영화제가 태풍이 지나고 맑은 날씨가 온 것처럼 다시 새 출발할 수 있을지, 영화제는 15일 폐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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