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리 "우승보다 더 행복한 은퇴식"(일문일답)

영종도(인천)=김지현 기자 / 입력 : 2016.10.13 17:42
  • 글자크기조절
image
박세리. /사진=뉴스1





선수 생활의 마침표를 찍은 박세리(39, 하나금융)가 많은 사람들의 응원 속에 은퇴를 할 수 있어 행복하다고 말했다. 그리고 우승을 했을 때보다 더 기뻤다며 웃었다.


박세리는 13일 인천 영종도에 위치한 스카이72 오션코스(파72/7,275야드)에서 열린 LPGA 투어 '2016 KEB 하나은행 챔피언십' 1라운드가 끝난 뒤 18번홀에서 은퇴식을 진행했다.

박세리의 열린 은퇴식에는 박인비(28, KB금융), 박성현(23, 넵스), 전인지(22, 하이트진로), 김세영(23, 미래에셋) 등 한국을 대표하는 골프 스타들은 물론 렉시 톰슨(21, 미국), 펑샨샨(27, 중국) 등 해외 스타들까지 참석했다. 이뿐만이 아니라 박찬호(43), 선동렬(53) 등 다른 분야의 선수들도 박세리의 은퇴식에 모습을 드러냈다.

은퇴식이 끝난 뒤 박세리는 "마지막 18번홀에서 내내 울었다. 많은 감정이 있을 것이라 생각을 못했는데 정말 많이 달랐던 것 같다. 많은 분들이 그 자리에 계시고 응원해주신 것이 우승했던 것보다 더 행복했다. 최고의 순간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다음은 박세리의 일문일답

-소감은 어떤가?

▶연습장에서 연습을 하고 경기 전까지만 해도 실감이 안났다. 하지만 티박스에 올라가니 많은 팬들이 있었다. 많은 응원을 해주셨다. 오늘은 다른 것을 알고 계셨다. 경기를 하면서 잊고 하다가 다시 격해지곤 했다. 많은 일이 있었다. 18번홀에 왔을 때 눈물이 나려고 해서 잘 못할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18번홀에서 내내 울었다. 많은 감정이 있을 것이라 생각을 못했는데 정말 많이 달랐던 것 같다. 많은 분들이 그 자리에 계시고 응원해주신 것이 우승했던 것보다 더 행복했다. 최고의 순간이었다.

-팬이 캐디를 해줬는데?

▶오늘 캐디를 하셨던 분은 오래전부터 저의 최고의 팬이었다. 카톡이나 전화에 제 사진을 도배하는 분이셨다. 저를 위해 싸우셨던 분이었다. 1년에 한 번 뿐이었지만 경기장에 오면 먼저 밝게 인사해주셨다. 이제 그 분도 항상 골프를 치는 제 모습이 익숙해져 있을 것이다. 그것이 아니니 섭섭해 하시는 것 같았다. 첫 홀부터 18번홀까지 같이 울었다.

-팬들이 많이 찾아왔다.

▶정말 저를 좋아하는 팬이 있다. 시간과 스케줄을 바꿔가면서 응원해주는 분들이 있어 감사하다. 행복한 사람이고 복이 많은 사람이라는 것을 또다시 알게 됐다.

-잠은 잘 잤는가? 기분은 어떤가?

▶잠은 계속 못 잤다. 올림픽을 다녀와서 은퇴식이 가까워져서 계속 그랬다. 어제 같은 경우는 특별히 더 그랬던 것 같다. 시합을 치르는 것이 익숙해져서 은퇴가 익숙하지 않았다.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것인지 심란했다. 하지만 너무 많은 팬들이 오셔서 좋았다. 너무 감동을 받아서 행복했다. 전 세계 어떤 선수도 저처럼 은퇴식을 못했을 것 같다. 너무 많은 분들이 고생을 하셨을 것 같은데 행복하다. 감사하다. 실감이 안날 것 같다.

-1라운드를 끝냈는데 내일 다시 치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을까?

▶정말 많은 분들이 그 말씀을 하셨다. 하지만 정해진 대로 아쉬움 없이 원하는 만큼 하고 싶은 만큼 했다. 만족한다. 결정에 후회한 적은 없다. 힘든 시간도 많았지만 은퇴식을 너무 행복하게 치러서 좋다.

-아버지와 은퇴식에서 긴 포옹을 나눴는데?

▶아버지와 오랜 시간 포옹을 하면서 말씀을 안 드려도 제 심정을 알고 있으실 것이다. 저도 아버지 마음을 알고 있다. 저랑 똑같은 심정이실 것이다. 많은 일이 있었다. 덕분에 제가 더 잘 성장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어렵게 시작했지만 가족이 없었다면 지금의 저도 없었을 것이다. 아버지는 가장 중요한 부문을 차지하셨던 분이다. 심장 같은 분이셨다. 가족이 있어 행복하게 은퇴할 수 있었다.

-98년 US오픈 우승을 했을 때 골프계에 큰 영향을 미쳤는데?

▶그 당시에 잃을 것이 없다고 생각했다. 즐기자고 생각했다. 잘 모르는 나라에서 온 신인이었다. 그 주에 좋은 경기를 치렀기 때문에 꿈의 절반이 이뤄진 상황이었다. 그 순간에 최선을 다했다. 그 당시 4라운드를 마치고 공동 선두로 18번홀에 왔었다. 해저드에 빠졌을 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성공 가능성은 몰랐지만 그 순간 샷을 한 것 자체가 즐거운 경험이었다. 그때 그 시도를 하지 않았더라면 지금의 박세리는 없었을 것 같다.

-'박세리 키즈'들이 좋은 성적을 내고 있는데 어떤 느낌이 드는가?

▶너무 든든하다. 만약에 지금의 세리 키즈들이 없었다면 지금 한국의 골프도 없었을 것 같다. 저로 시작이 됐지만 저로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계속 이어지고 있다는 것에 감사함이 크다. 지금은 세리 키즈라고 불리지만 다른 선수들의 키즈가 많이 나와서 오랫동안 대한민국의 골프를 이끌어줬으면 좋겠다. 그것이 제 바람이다.

-선수들의 많은 축하를 받았는데?

▶많은 복을 많은 사람이라고 느꼈다. 전혀 기대하지 못했다. 라운드를 마무리하고 은퇴식에서 동영상이 나오면서 여러 감정을 느꼈다. 복잡한 감정이었다. 제2의 인생을 시작한다고 생각을 한다. 신인 시절 불안했던 적도 있었다. 그런 두려움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잘할 수 있을 것 같다. 많은 분들이 응원을 해주셨고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박찬호가 은퇴식에 방문했는데?

▶아마 같은 시기였던 것 같다. 90년대는 한국 스포츠가 외국에 나가서 인정을 받기 어려웠다. 하지만 박찬호 씨와 저는 시도를 했고 자리를 잡아가기 시작했다. 덕분에 많은 후배들에게 꿈을 키워준 것 같다. 그러면서 저와 같은 마음이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선구자라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런 단어 자체도 힘들고 부담스러운 자리다. 다행히 후배들이 있어서 제가 올라갈 수 있었고 박찬호 씨도 마찬가지다. 이제부터 시작이다. 앞으로 저희 둘은 종목은 다르지만 같은 방향으로 꿈을 이뤄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다른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같이 갔으면 한다.

-이 대회가 큰 의미가 있을 것 같다.

▶제가 정말 복이 많은 사람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낀 대회다. 초대 챔피언이었고 한국에서 첫 개최한 LPGA 대회기도 했다. 시작과 끝을 같은 대회서 할 수 있다는 것은 특별하다고 생각한다. 이런 단단하고 글로벌한 회사에 몸을 담고 있고 커리어를 마칠 수 있어 좋았다. 앞으로도 정말 많은 것을 해야 될 것 같다. 선수였을 때는 저만 생각하면 되지만 지금은 다르다. 골프장 밖에서도 할 것이 참 많다. 앞으로 부족하지만 많이 배울 것이다. 선수 박세리가 아닌 다른 모습으로 후배들과 더 열심히 노력하겠다. 많은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다.

최신뉴스

더보기

베스트클릭

더보기
starpoll 배너 google play app st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