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득점 실종된 가을, 쫄깃한 1점 짜내기의 묘미

한동훈 기자 / 입력 : 2016.10.30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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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1점으로 한국시리즈 1차전을 승리한 두산 선수들.





최근 몇 시즌 동안 리그를 강타한 '타고투저'의 흐름이 이번 포스트시즌에서는 사라졌다. 대신 야구 팬들은 화끈한 타격전이 아닌 쫄깃한 '짜내기'의 묘미를 새삼 느끼고 있다.


지난 10일 LG와 KIA의 와일드카드 결정전으로 막을 올린 2016 KBO리그 포스트시즌은 30일 현재 11경기를 소화했다. 경기당 평균 득점은 5.09점이다. 정규시즌 평균인 11.21점의 절반도 안 된다. 승리 팀의 평균 득점은 3.90점으로 올 가을에는 4점만 내면 이길 수 있다는 주먹구구식 계산이 가능하다.

덕분에 1점의 소중함과 그 1점을 만들어내기 위한 머리싸움이 치열하다. 팀 홈런 1위, 팀 희생번트 9위의 두산이 한국시리즈 1차전서 2차례나 보내기번트를 시도했을 정도다.

한국시리즈 1차전 0-0으로 맞선 11회초, NC는 선두타자 박석민의 볼넷 출루로 기회를 잡았다. 대주자 김종호를 투입했다. 이호준, 김성욱, 손시헌으로 이어지는 타순. 이호준이 보내기번트를 댄다면 1사 2루서 김성욱이나 손시헌은 적시타를 쳐야 했다. 둘이 희생타라도 쳐서 득점을 하려면 이호준에게 강공을 맡기는 것도 방법이었다. 이호준이 안타를 친다면 무사 1, 3루 혹은 무사 1, 2루가 되니 후속 타자들은 안타가 아니어도 타점을 올릴 수 있다. 하지만 이러나 저러나 이호준이 안타를 쳐야 이것도 가능했다.


김경문 NC 감독은 이날 10회까지 무득점 빈타에 허덕였던 타선을 고려해 무안타로도 득점할 수 있는 작전을 썼다. 이호준이 보내기번트 자세를 취해 두산의 내야진을 앞당긴 뒤 대주자 김종호는 도루를 감행했다. 작전은 깔끔하게 성공했다. 무사 2루가 됐고 이호준은 이번에는 진짜로 번트를 대 1사 3루를 만들었다. 김성욱이 3루 강습 땅볼을 쳐 3루 주자 김종호가 태그 아웃 되는 예상치 못한 상황이 벌어져 득점과는 연결되지 않았다.

이는 LG가 KIA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 2차전 9회말에 썼던 작전이기도 하다. 당시 LG는 0-0으로 맞선 9회말 선두타자 정상호의 우전안타로 포문을 열었다. 대주자 황목치승이 들어갔고 손주인 타석에 약속된 플레이를 펼쳤다. 손주인은 번트 모션을 취했다가 방망이를 뺐다. 황목치승이 2루를 훔쳤다. 이후 LG는 고의 볼넷과 안타를 엮어 1사 만루를 만든 뒤 김용의의 희생플라이로 경기를 끝냈다.

홈런과 빅이닝이 수시로 쏟아졌던 페넌트레이스 때는 자주 볼 수 없었던 모습이다. 치밀한 '스몰볼'이 올해 가을을 지배하는 가운데 시즌 득점 1, 2위 팀 두산과 NC의 명승부가 더욱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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