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담' 담담해서 더 생생한 두 여자의 연애

[리뷰]'연애담'

김현록 기자 / 입력 : 2016.11.04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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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애담' 포스터


사랑하는 두 여자의 이야기가 아니라 그냥 사랑하는 두 사람의 이야기. 오는 17일 개봉을 앞둔 이현주 감독의 첫 장편영화 '연애담'(Our Love Story)은 '연애담'이란 짧고 담담한 제목이 더없이 잘 어울리는 퀴어 멜로 영화다.

졸업 전시 준비에 한창인 미대 대학원생 윤주는 작품 재료를 구하러 들른 고물상에서 본 지수에게 끌림을 느낀다. 우연한 만남과 의도된 만남이 거듭된 가운데 두 사람은 조심스럽게 연애를 시작한다. 홀로 있어도 배실배실 비어져 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 없을 만큼 행복한 순간들이 이어진다. 하지만 기쁨이 한결같을 순 없다. 연애에 푹 빠진 윤주의 전시준비는 삐걱거리기 시작한다. 두 사람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연애담'은 사랑하는 두 사람을 마치 곁에서 지켜보는 듯 말갛고 생생하다. 흙수저 예비 아티스트의 팍팍한 삶에 불쑥 찾아든 사랑의 감정은 그의 삶을 충만한 기쁨으로 채운다. 하지만 용기를 내 찾아낸 뮤즈 덕에 미적 영감이 마구 살아난다거나 하는 드라마는 벌어지지 않는다. 대개 연애 초짜의 앞뒤 안 재는 연애는 일과 인간관계를 마구 헝클어트린다. 윤주의 연애담 역시 그렇다. 하물며 그녀의 애인은 여자다. 심지어 할 말을 다 삼키고 사는 자신과는 모든 면에서 반대다. 어려도 노련하고 고양이처럼 앙큼하기까지 하다.

동성과 사랑하는 게 뭐 그리 대수냐는 듯 두 연인을 비추는 '연애담'은 성큼 성큼 제 갈 길을 간다. 이성 커플로 놓고 봐도 괜찮다 싶을 정도다. 남들과 같을 수 없는 둘의 처지를 상기시킬 때조차 유난 떠는 법이 없다. 하지만 툭툭 정곡을 찌른다. 지금 대한민국을 사는 또래 여성이라면 누구에게나 닥쳤을 순간을 포착해 차곡차곡 이야기를 쌓아간 덕이다. 또 그 못지않은 솜씨로 뜨거워지고 또 식어가는 둘 사이의 오묘한 공기를 담아낸 낸 덕이다. 아침 나절, 음악 하나 깔리지 않은 채 그려진 베드신은 떨림마저 전해오는 듯한 농밀함으로 가득하다. 적나라하다는 것과 섹시하다는 것이 전혀 다르다는 걸 새삼 깨닫게 된다. 극강의 여여(女女) 케미스트리를 선보인 이상희 류선영 두 배우는 단연 돋보인다.

'연애담'은 담담해서 더 생생한, 더 특별한 퀴어 멜로다. 지난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부분에서 대상을 공동 수상했고 제18회 서울국제영성영화제에서 예매 2분 만에 매진을 기록한 화제작이기도 하다. 연이은 매진사례에 아쉬움을 삼킨 관객이라면 정식 개봉이 더욱 반가울 터다.


17일 개봉. 러닝타임 99분. 청소년관람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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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애담'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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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 영화대중문화 유닛 김현록 팀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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