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선무비]'목숨 건 연애' 하지원의 힘 그리고 아쉬움

김현록 기자 / 입력 : 2016.12.1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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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목숨 건 연애' 스틸컷


하지원 주연의 '목숨 건 연애'는 오랜만에 나온 로맨틱 코미디입니다. 분명 톡특한 구석이 있습니다. 코미디를 뼈대로 로맨스를 더하고 범죄 스릴러를 곁들여 색다른 재미를 추구했습니다.

주인공 한제인은 신작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추리소설 작가입니다. 멀쩡한 이웃 사람들을 범죄자로 의심해 신고 전화를 해대는 탓에 '이태원 민폐녀'로 통할 정도죠. 동네에서 발생한 연쇄 살인사건을 소재로 삼아 신작을 쓰기로 한 제인은 나름의 비공식 수사에 나섭니다. 범인으로 의심해 신고까지 했던 윗집 남자는 사실 그녀의 이상형에 딱 맞는 미남에 FBI 프로파일러. 제인 마음에 품고 물심양면 돕는 소꿈친구 록환까지. 반전이 거듭되는 로맨틱 수사극이 이어집니다.


하지만 이 반가운 로코는 야심찬 도전만큼 아쉬움도 남습니다. 이종장르의 신선한 조합은 바꿔 말하면 어느 장르 하나 제대로 보여주기 어려운 경우가 허다합니다. '목숨 건 연애' 또한 그로부터 자유롭지 않습니다. 특히 웃기기 위해 고안된 신들이 제 몫을 해내지 못하는 경우가 왕왕 보입니다. 의도가 빤히 보이는 무리수들도 상당하고요. 제인이 긴박한 순간마다 지독한 방귀를 뀐다는 설정은 너무 1차원적인 개그 설정이라 당황스러울 정도입니다. 그냥 가만히 서서 마네킹인 척 딴청을 피우는 장면도 있어요.

하지원은 그 속에서 분투합니다. 로코와 멜로, 스릴러, 액션, 공포까지 다양한 장르를 오가며 입지를 쌓은 배우 특유의 에너지, 분위기가 비현실적인 설정과 묘하게 어우러집니다. 방귀 신이며 마네킹 신도 기꺼이 뻔뻔하게 그려냅니다. 호흡을 맞춘 오정세는 이를 두고 "하지원에게는 하지원만의 힘이 있다"며 "설득력 없을 것 같은 신이 있는데 지원씨가 연기하면 본인 것처럼 딱 달라붙는 배우로서의 장점이 있더라"라고 말했습니다. 물론 아쉬움이 없는 건 아닙니다. 헐거운 서사와 무리수 속에 있는 그녀의 캐릭터는 생기가 느껴졌던 이전의 유사한 캐릭터에 비해 어딘지 겉도는 느낌을 줍니다.

하지만 이 하나만큼은 분명해 보입니다. "다음을 생각하면서 힘을 비축해두지 않는다"는 하지원의 열성적인 투혼이 아니었다면 '목숨 건 연애'는 이만큼의 미덕 또한 갖추기 어려웠을 거라고요. 전작의 무겁고 힘든 캐릭터에서 벗어나 가벼운 역할을 해보고 싶었다는 하지원은 "조금 더 사람 냄새가 나는" 다양한 영화에 장르와 비중을 가리지 않고 도전해보고 싶다 털어놨습니다. 그녀의 바람이 이뤄져 또 다른 모습으로 나타난 스크린의 그녀를 다시 보게 되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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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 영화대중문화 유닛 김현록 팀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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