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병신년 스포츠… '감동과 환희의 순간 TOP5'

김우종 기자 / 입력 : 2016.12.31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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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승선 통과 후 햄블린(왼쪽)을 끌어안은 디아고스티노. /AFPBBNews=뉴스1





올 한 해에도 스포츠는 전 세계 팬들에게 감동과 환희 때로는 좌절과 슬픔을 동시에 안겼다. 2017년 정유년에도 스포츠는 계속해서 팬들과 함께 호흡할 것이다. 2017년을 맞이하기 하루 전, 2016년 병신년에 가장 감동적이었던 순간 TOP5를 꼽아봤다.


5. 세계인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 '올림픽 정신'

리우 올림픽이 한창이던 지난 8월 17일. 브라질 마라카낭 주경기장에서 여자 육상 5000m 예선 경기가 열렸다. 숨이 턱까지 차오르며 2500m를 지나는 순간. 니키 햄블린(28,뉴질랜드)이 경주 도중 갑자기 트랙 위로 쓰러졌다. 그런데 햄블린의 뒤를 바싹 쫓던 애비 디아고스티노(24,미국)가 햄블린을 피하지 못한 채 넘어졌다. 불운이었다.

디아고스티노 입장에서는 햄블린이 원망스러울 법했다. 그런데 바로 이때. 디아고스티노가 일어선 뒤 햄블린에게 다가와 어깨를 두드리는 게 아닌가. 이어 둘이 다시 일어선 뒤 달리려고 했으나 디아고스티노가 넘어졌다. 그러자 이번엔 햄블린이 디아고스티노를 기다리는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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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가자' /AFPBBNews=뉴스1


이미 상위 순위는 바라볼 수 없는 상황. 하지만 이 둘이 보여준 인간애는 진정 뜨거운 올림픽 정신이었다. 둘은 결승선을 통과한 뒤 서로를 뜨겁게 끌어안았다. IOC는 스포츠맨십을 보여준 이들에게 쿠베르탱 메달을 수여했다. 대회 후에도 이를 계기로 둘은 계속 친하게 지낸다고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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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올림픽 축구 대표팀. /사진=뉴스1





4. 우리가 누구! 대.한.민.국. 너희가 누구! 국.가.대.표

'골짜기 세대'라는 주의의 좋지 않은 평가 속에서도 신태용호는 8강 진출이라는 성과를 냈다. 피지를 8-0으로 대파한 뒤 '전차군단' 독일과 3-3 무승부를 거두며 선전했다. 그리고 조별예선 최종전서 멕시코를 1-0으로 격파, 2승 1무 조 선두로 8강에 올랐다. 한국이 조 선두로 8강에 오른 것은 이번 대회가 처음이었다.

8강 진출 확정 후 대한축구협회 공식 동영상 채널 '인사이드캠'은 대표팀의 특별한 영상 하나를 공개했다. 8강행 확정 뒤 라커룸의 모습. 거기서 대한민국 선수단과 코칭스태프는 쩌렁쩌렁하게 소리를 질렀다. '우리가 누구! 대.한.민.국. 너희가 누구! 국.가.대.표'. 비록 8강서 온두라스에 0-1로 패했지만, 2대회 연속 8강 이상 진출은 값진 성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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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 9단. /사진=한국기원 제공(뉴스1)


3. 이세돌 9단, 인류의 자존심을 지킨 한 판

인간과 컴퓨터가 맞붙는 세기의 대결. 온 국민의 관심 속에 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AI) 알파고와의 대결이 펼쳐졌다. 그리고 3월 13일. 앞서 3연속 불계패를 당했던 이세돌 9단이 제4국에서 180수 만에 짜릿한 불계승을 거뒀다.

무기력하게만 보였던 인간의 두뇌가, 단 하나의 허점도 없으리라 생각했던 인공지능 컴퓨터를 시원하게 무찌른 순간이었다. 비록 제5국서 패하며 1승 4패로 마쳤지만, 그 1승은 인류에겐 선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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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영. /사진=뉴스1





2. '할 수 있다'… 펜싱 박상영의 '금빛 찌르기' 기적

8월 10일. 리우 올림픽 남자 에페 개인전. 박상영(21)이 세계 랭킹 3위 게저 임레(헝가리)와 결승전에서 맞붙고 있었다. 10-14로 뒤진 채 이제, 한 점만 허용해도 끝나는 상황. 앞서 3피리어드를 앞두고 박상영이 스스로에게 곱씹은 말은 '할 수 있다'였다.

마침 혼잣말을 하는 순간, 그의 입모양이 TV 중계화면에 포착되며 전파를 탔다.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결국 그는 10-14로 벼랑 끝에 몰렸던 경기를 15-14로 뒤집는 대역전극을 연출, 시청자들에게 전율과 감동을 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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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 직후 시카고 컵스 선수단. /사진=뉴스1


1. 시카고 컵스, 마침내 '염소의 저주'를 깨다

11월 3일. 대망의 월드시리즈 7차전. 연장 10회까지 가는 혈투 끝에 마침내 최후의 승자가 가려졌다. 8-7 시카고 컵스의 승리. 과거 1908년(조선 순종 2년) 마지막 월드시리즈 우승을 끝으로 더 이상 우승과는 연이 없었던 컵스.

이후 108년 만에 시카고 컵스가 감격적인 우승을 차지한 순간이자, 1945년 이후 71년 만에 월드시리즈에 올라 이뤄낸 쾌거였다. 더불어 1945년에 염소를 데리고 들어오다 내쫓긴 한 팬이 퍼부은 저주. '더 이상 컵스는 월드시리즈 우승을 하지 못할 것이다'라는 이 지긋지긋하고도 무서웠던 염소의 저주가 봉인 해제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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