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호의 체인지업] 이대호, 태극마크와 롯데 주장 '4중고(重苦)' 극복할까

장윤호 기자 / 입력 : 2017.02.04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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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호. /사진=뉴스1





‘조선의 4번타자’로 돌아와 고향 팀 롯데 유니폼을 입은 거포, 이대호(35)의 소속팀 롯데 캠프 참가와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국가대표 합류 훈련 일정이 시간 적으로는 상당히 짧게, 거리로는 멀게 잡혀 있어 과연 그가 이동과 시차(jet lag)에서 오는 피로도를 극복할 수 있을지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이대호가 6년 만에 롯데에 복귀하자 2년차 조원우 감독은 그에게 주장의 중책을 맡겼다. 일부 고참들까지 코칭스태프와의 갈등으로 사분오열(四分五裂)돼 있는 것으로 알려진 롯데 선수단의 사정을 고려할 때 새 주장으로 이대호 만한 카드가 없었다.

이로써 이대호는 4중고(重苦)를 지게 됐다. 가장 먼저 연봉 25억원, 4년간 총액 150억원의 한국 프로 스포츠 역사상 최고 몸값에 대해 성적으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야 한다.

그 다음이 주장으로서 ‘원래 강팀이었다’는 롯데를 한국시리즈 우승이 아니더라도 2013시즌부터 포스트시즌과 거리가 멀어진 롯데 구단과 팬들에게 ‘가을 야구’를 선물해야 한다.


조원우 감독의 이대호 주장 카드는 사실 선수 본인에게 대단히 큰 짐이다. 2012 시즌부터 5년의 공백이 있어 상대 투수들에 대한 판단과 KBO리그 적응에도 시간이 필요하다. 이럴 경우 팀에서는 선수를 편하게 해주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주장이 됐다.

롯데는 양승호 감독 시절인 2011년 2위로 플레이오프에 직행했다가 SK에 2승3패로 져 탈락했다. 이때 롯데에는 이대호가 중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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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이대호.





2011 시즌 시작을 앞두고 롯데 자이언츠 구단과 이대호 사이에 엄청난 사건이 벌어졌다. 2010시즌 타격 7관왕을 차지한 이대호와 구단이 연봉 협상에서 합의를 보지 못하고 연봉 조정까지 간 것이다.

당시 이대호가 원한 금액은 7억원이었고 롯데는 6억3000만원을 제시했다. 크다면 크지만 7관왕에, 롯데에서 이대호가 차지하는 비중, 팬 인기를 고려하면 그 판정을 외부 조정 위원들에게 맡길 사안은 아니었다. 조정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려 난상토론 끝에 결국 구단이 승리했다. 이대호는 이어진 2011시즌을 마지막으로 롯데와 이별하고 일본 프로야구로 떠났다. 롯데에는 구단 역사상 너무도 큰 실책에 상처뿐인 승리로 기록돼 있다.

이대호를 놓친 롯데는 양승호 감독 마지막 해인 2012 시즌 페넌트레이스에서 순위가 전년도보다 떨어진 4위로 포스트시즌에 다시 올라갔다. 준플레이오프에서 두산에 3승1패로 이겼으나 플레이오프에서 다시 SK에 2승3패로 고배를 마셨다. 이대호의 공백이 너무도 아프게 다가온 롯데 구단이었다.

그 후 롯데는 김시진 감독(2013, 2014), 이종운 감독(2015), 조원우 감독(2016~)으로 사령탑이 바뀌었으나 구단 경영진과 선수단과의 갈등만 터져 나왔다. 성적은 5위, 7위, 8위, 8위였다.

이대호는 이런 상황을 너무도 잘 알고 있는 듯 월드베이스볼클래식 국가대표 김인식 감독에게 요청해 대표팀 훈련 합류를 오는 24일로 연기했다. 그리고 1월 30일 입단식 후 롯데 선수단과 미국 애리조나 피오리아로 떠났다. 이대호는 2월 20일 귀국해 24일 서울 고척돔 대표팀 훈련에 합류한다. 이 기간 중 미국으로 캠프를 떠나는 팀 선수들은 괌에서 미니 캠프를 하다가 12일부터 22일까지 일본 오키나와에서 열리는 공식 대표팀 전체 훈련에 참가하게 된다. 그러니까 이대호는 일본 오키나와 대표팀 훈련은 빠지고 롯데 선수단과 먼저 호흡을 맞추고 약 20일 후 귀국해 국가대표 훈련에 합류하는 것이다.

그래서 세 번째로 우려되는 게 이런 종합적인 상황에 대한 피로도이다. 이는 정신적인 부분과 육체적인 것이 모두 포함된다. 여기에 마지막으로 미국 애리조나와 서울로 이어지는 시차(jet lag) 적응 문제까지 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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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호. /사진=뉴스1





지난 2008시즌을 앞두고 LA 다저스에 복귀해 재기에 나섰던 박찬호는 3월 15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샌디에이고 파드레스와의 시범 경기에 선발 등판해 5이닝을 던졌다. 문제는 장시간 이동과 시차였다. 당시 박찬호는 시즌 개막에 맞춰 컨디션을 조절하느라 고생했다.

WBC 대표팀 김인식 감독은 이대호의 처지를 너무 잘 알아 국가대표팀 훈련 정상 합류를 설득하지 못하고 선수의 의견을 존중했다. 김인식 감독이 한국의 WBC 성적을 중시했다면 이대호에게 '선(先) 태극마크-후(後) 소속팀'을 주장할 수 있었다.

이제 주목해야 할 것은 이대호가 4중고(重苦)를 극복하느냐, 아니면 시즌 초반에 혼란과 어려움을 겪느냐이다. 박찬호의 경우를 보면 5년 간 700억원이 넘는 총액 6500만달러의 빅 딜을 텍사스 레인저스와 한 뒤 부상이 왔고 부진을 거듭했다. 큰 몸값도 부담이 됐다. 텍사스 레인저스 추신수 역시 비슷하다. 추신수가 구단에 태극마크를 달겠다고 강력하게 주장하지 못한 것도 연봉에 걸맞게 자신의 역할을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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