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호의 MLB산책] 미네소타가 던진 주사위 '박병호 DFA'는 과연..?

장윤호 기자 / 입력 : 2017.02.07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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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네소타 트윈스에서 양도선수로 지정된 박병호./AFPBBNews=뉴스1


지난주 메이저리그에서 나온 가장 큰 뉴스는 미네소타 트윈스가 전격적으로 박병호를 양도선수로 지정한(Designated For Assignment, DFA) 것이었다. 미네소타는 지난 주말 베테랑 오른손 불펜투수 맷 벨라일(36)과 1년 205만달러 계약을 체결한 뒤 그를 40인 로스터에서 올리기 위해 박병호를 양도선수로 지정하고 40인 로스터에서 제외시켰다.

미네소타의 이번 결정은 여러 모로 놀라움을 자아냈다. 비록 박병호가 지난해에 구단의 기대에 전혀 미치지 못했다고는 하나 낯선 이국의 낯선 리그에서 겨우 한 시즌을 보냈고 그나마 중도에 손목 부상으로 수술까지 받았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지나치게 성급한 결정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충분히 반등할 잠재력이 있는 선수이고 무엇보다도 미네소타가 그를 잡기 위해 포스팅 금액과 4년 계약, 그리고 5년차 옵션 바이아웃 금액을 합쳐 2,500만달러가 넘는 상당한 거액을 투자한 사실에 비춰보면 이번 조치는 상당히 충격적이다. 더구나 36살 불펜투수를 위해 이런 결정을 내린 것에 대해 미국 현지에서도 이해하기 힘든 조치라는 반응이 여기저기서 쏟아져 나왔을 정도다.

물론 ‘DFA’ 결정을 내렸다고 미네소타가 박병호를 완전히 포기했다든가, 당장 방출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이번 결정에 대한 미네소타의 정확한 속내가 어떤 것인지는 확실치 않으나 구단 홈페이지는 구단 40인 로스터의 빈자리가 필요했던 미네소타 구단 수뇌부가 박병호의 상당한 잔여연봉 때문에 다른 팀들이 그를 클레임하지 못할 것으로 생각하고 다른 선수 대신 그를 양도선수로 지정했을 뿐 그를 잃기를 원하는 것은 아닐 것이라고 추정했다.

사실 메이저리그에서 구단이 선수를 양도선수로 지정하는 것은 대부분의 경우 40인 로스터에 그 선수 대신 다른 선수를 올리기 위한 목적이 첫 번째다. 그리고 DFA 조치된 선수의 미래는 이후 뒤따를 후속조치에 따라 달라진다. 그 후속조치의 종류는 다음과 같다.


우선 구단은 양도선수 지명 이후 열흘 안에 그 선수를 다시 40인 로스터에 복귀시킬 수 있다. 물론 40인 로스터에 빈자리가 있어야 가능하며 빈자리가 없다면 역시 다른 선수를 양도선수로 지정해 40인 로스터에서 제외한 후에나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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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출국길 인천공항에서의 박병호. 미네소타에서의 2년차도전에 대해 의욕을 드러냈엇다.


만약 구단이 그 선수를 열흘 내에 다시 40인 로스터에 올릴 생각이 없다면 다음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첫 번째는 그 선수를 DFA된 날짜부터 7일 내에 방출자 공시 명단(Waiver wire)에 올리는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에 따라 또 후속조치가 달라진다.

우선 선수가 방출자 명단에 오른 뒤 이틀간 다른 구단이 아무도 클레임을 걸지 않았을 경우 구단은 그 선수를 마이너리그로 보내거나, 아니면 방출하거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하게 된다. 방출시킬 경우 그 선수는 프리에이전트(FA)가 돼 바로 어느 팀과도 계약이 가능해진다. 물론 방출되거나 마이너로 보내지거나 관계없이 기존 계약조건은 그대로 유효하다. 따라서 만약 박병호가 웨이어를 통과해 마이너에 보내지거나 방출되더라도 그의 남은 계약액 925만달러(3년 잔여연봉 875만달러 + 5년차 옵션 바이아웃 50만달러)는 보장된 상태다.

만약 웨이어 와이어에 오른 선수에 대해 다른 팀이 클레임을 걸 경우엔 전 소속팀은 그냥 선수를 내주거나, 아니면 웨이버 트레이드 협상을 시작해야 한다. 아무 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으면 그 선수를 아무런 대가없이 그대로 잃게 되지만 이 경우 선수의 잔여 계약은 새 팀의 책임이 된다. 만약 복수의 구단이 클레임을 할 경우엔 직전 시즌 같은 리그에서 성적이 나쁜 순으로 선수를 데려갈 우선권이 있다.

대개의 경우 클레임이 들어오면 전 소속팀은 바로 그 팀과 트레이드 협상에 나서는 것이 보통이다. 일반적인 웨이버는 해당 선수를 잃고 싶은 생각이 없을 경우 중도에 웨이버 공시를 취소할 수도 있지만 DFA에서 웨이버는 공시 취소가 불가능하기에 일단 웨이버에 오른 뒤 클레임이 들어오면 그 선수를 잃게 된다.

이번의 경우 미네소타는 박병호의 상당한 잔여계약(총 925만달러) 때문에 그가 클레임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 듯하다. 박병호가 클레임없이 웨이버를 통과할 경우 소중한 40인 로스터 자리 하나를 마련하며 스프링캠프에 그를 논 로스터 초청선수로 불러 다른 선수들과 주전경쟁을 통해 그의 위치를 정할 수 있게 된다. 물론 만에 하나 클레임이 들어온다면 그대로 ‘손절매’를 하겠다는 생각도 있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박병호가 양도선수로 지정됐다는 보도가 나간 뒤 이미 탬파베이 레이스, 텍사스 레인저스, 오클랜드 어슬레틱스, 보스턴 레드삭스, 시카고 화이트삭스, 콜로라도 로키스, 피츠버그 파이리츠 등의 팬사이트나 지역 언론에서 박병호의 영입 가능성을 타진하는 기사가 쏟아져 나온 것을 보면 미네소타 구단의 생각대로 될지는 예측 불허다.

3년간 925만달러라는 잔여계약 규모는 보는 관점에 따라 상당한 액수일 수도 있지만, 전혀 부담이 되지 않는 액수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박병호가 컨택트 문제로 고전하긴 했지만 그가 보여준 파워만으로도 충분히 모험을 걸어볼 만 하다는 기사들이 계속 나오고 있다.

또한 메이저리그의 권위 있는 통계 분석 사이트 팬그래프닷컴도 박병호가 컨택트 능력에 문제점이 있지만 타구의 질에선 메이저리그 최상급이라는 통계자료를 토대로 박병호의 올 시즌 반등을 점치고 있다.

만에 하나 박병호가 지난해보다 한결 향상된 모습을 보여준다면 그를 데려가는 팀은 뜻밖에 횡재를 하게 되는 것은 물론이다. 박병호의 포텐셜을 보고 3년간 925만달러짜리 ‘베팅’(클레임)을 하는 팀이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렇게 된다면 미네소타는 눈물을 머금고 ‘손절매’를 하거나 클레임을 건 팀과 트레이드 협상을 해서 무엇이라도 건져야 한다. 이미 넥센에 내준 포스팅 금액 1,285만달러와 지난해 연봉 275만달러 등 1,560만달러를 투자한 미네소타가 현 시점에서 박병호를 손절매하는 것은 구단 차원에서 바람직한 선택이 될 가능성이 희박하기에 이번 DFA 조치가 놀라움을 자아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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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MLB트레이드루머스 캡처


메이저리그 이적관련 전문사이트인 mlb트레이드루머스(mlbtraderumors)닷컴은 ‘박병호가 데려갈 가치가 있는 선수라고 생각하느냐’는 주제로 인터넷 여론조사를 실시중인데 7일 오전까지 약 8천여명이 투표에 참여했고 이중 70%에 달하는 약 5천500명이 박병호의 잠재력이 데려갈 가치가 있다고 응답해, 그럴 가치가 없다고 답한 응답자수 2천500여명을 두 배 이상 압도했다. 박병호에 대한 관심이 상당히 뜨겁다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다.

이제 박병호의 미래는 그가 언제 웨이버 명단에 오르느냐에 따라 빠르면 이번 주, 늦어도 오는 15일(현지시간)까지는 결정될 전망이다. 메이저리그의 웨이버 명단 등재여부는 종종 보도가 새나가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론 대외비로 발표가 되지 않기에 현재 박병호가 이미 웨이버에 올라있는지 여부는 알 수 없다. 지난 3일(현지시간) DFA된 박병호의 경우 미네소타가 그를 열흘안에 다시 40인 로스터에 복귀시킬 생각이 없다면 오는 10일까지는 웨이버에 올려야 하고 웨이버 통과에 필요한 시간 이틀과 웨이버 트레이드 협상기한 48일을 합치면 아무리 늦어도 현지시간으로 오는 15일까지는 박병호가 올 시즌 어디에서 뛰게 될지가 결정되는 것이다.

현재로선 그가 미네소타에 잔류할 가능성이 가장 높아 보이지만 만약 우타 거포 지명타자나 1루수가 필요한 구단이 적극적으로 나선다면 새로운 팀을 찾게 될 가능성도 충분해 보인다. 그리고 그렇게 된다면 박병호에게 오히려 메이저리그 도전에 도움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번 미네소타의 양도선수 지명 조치가 결과적으로 박병호에겐 전화위복이 될 여지가 있는 것이다.

팬그래프닷컴은 지난 주말 박병호의 양도선수 지명이 발표된 후 텍사스와 오클랜드, 그리고 시카고 화이트삭스가 박병호에 관심을 가져볼만한 팀이라고 언급했다. 오프시즌 내내 오른손 거포를 찾았던 탬파베이도 후보가 될 수 있다. 내셔널리그 팀들인 콜로라도와 피츠버그에서도 관심을 드러냈지만 미네소타와 리그가 다른 탓에 클레임을 걸더라도 아메리칸리그 팀들에 비해 우선순위에서 밀리게 된다. 물론 AL 구단 가운데 아무도 클레임을 걸지 않는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현재 FA 시장에는 아직 미계약 상태인 오른손 거포 1루수 겸 지명타자들이 몇 있다. 지난해 밀워키 브루어스에서 41홈런을 때린 크리스 카터와 34홈런을 뽑아낸 마이크 나폴리 등이 그들이다. 구단들이 박병호 대신 이들을 선택할 수도 있다. 하지만 카터와 나폴리 등은 그 나름대로 문제가 있어 이번 오프시즌 내내 아무도 적극적으로 접근하지 않고 있다.

반면 박병호의 경우 3년간 925만달러라는 잔여계약이 메이저리그 구단 입장에선 크게 부담스럽지 않은데다 2년차부터 적응에 성공한다면 엄청난 황재로 변신할 가능성도 있는 선수여서 구단 입장에선 관심이 가지 않을 수가 없다. 물론 박병호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고전을 이어간다면 다음 3년간 925만달러를 날릴 위험성이 있지만 박병호의 잠재력을 감안하면 그 정도 위험은 감수해 볼만 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박병호가 이번 과정을 통해 어떤 좋은 기회를 잡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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