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C] 2006·2009 WBC-2008 베이징은 그저 '신화'.. 현실 직시해야

고척=김동영 기자 / 입력 : 2017.03.08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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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WBC 대표팀 김인식 감독. /사진=뉴스1





'2017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 대표팀이 이스라엘-네덜란드에 연이어 패하며 1라운드 탈락을 눈앞에 두게 됐다. 이루어지기 어려운 희망만이 남은 모양새다. 찬란한 영광은 모두 과거지사가 됐다. 현실을 직시할 때다.


한국 WBC 대표팀은 7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2017 WBC' 1라운드 A조 두 번째 경기였던 네덜란드와의 경기에서 0-5로 패했다. 완패였다. 투타에서 모두 힘을 쓰지 못했다.

개막전이었던 6일 이스라엘전에서 1-2의 충격패를 당했던 한국은 한 수 위의 기량을 가졌다고 평가받는 네덜란드에 다시 패하며 2연패를 기록했다. '고척 참사'다.

이제 한국이 2라운드에 가려면, 이스라엘이 3승을 하고, 네덜란드-대만과 1승 2패로 동률이 되기를 바라야 한다. 하지만 8일 네덜란드가 대만을 잡으면 모든 상황이 종료된다. 한국의 탈락이 확정된다. 사실상 이렇게 될 확률이 매우 높다.


한국은 WBC에서 찬란한 영광을 맛본 바 있다. 초대 대회였던 2006 WBC에서 4강에 오르며 세계를 놀라게 했다. 2009 WBC에서는 이를 넘어 결승까지 진출했다. 우승을 차지하지는 못했지만, 충분히 놀라운 성과였다. 그 사이에 있었던 2008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을 더해 한국 야구의 최고 '황금기'였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이는 모두 '과거'의 일이다. 짧게는 8년 전, 길게는 11년 전에 있었던 '옛날 일'이 됐다. 2013 WBC에서 1라운드 탈락이라는 수모를 맛봤던 한국은 홈에서 열린 2017 WBC에서도 1라운드 탈락이 확정적이다.

잔인한 말일 수 있지만, 한국 야구의 현실이 딱 이만큼이라는 의미다. 단적인 예로, 2006 WBC에서 뛰었던 김태균-오승환이 아직 뛰고 있다. 그것도 주축이자 핵심이다. 이외에도 이대호, 이용규 등도 예전 대회부터 뛰었던 선수들이다.

현 시점에서 한국에는 이들을 대체할 자원이 없다. 메이저리거들이 대거 빠졌고, 국내파 중에도 김광현-강민호 등이 빠졌다. 베스트 멤버는 아니었다. 하지만 어차피 이들도 '터줏대감'격인 선수들이다. 대표팀에 새 얼굴들이 대거 등장하기는 했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적어도 결과만 놓고 보면 세대교체는 남 이야기였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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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에 이어 네덜란드에도 패하며 탈락 위기에 처한 2017 WBC 대표팀. /사진=뉴스1





대회 준비나 대회에 임하는 자세에도 다소간 아쉬움이 남았다. 김인식 감독과 코칭스태프는 선수들의 몸상태를 챙기기에 바빴다. 부상 없이 정상적으로 컨디션을 끌어올려도 시간이 부족한 마당에, 아픈 선수 걱정이 더 컸다. 김인식 감독은 "부상 선수 때문에 내내 걱정이다"라고 토로했다.

마음가짐도 부족함이 엿보였다. '국가대표'의 자부심과 자긍심, 책임감 등이 예전만 못해 보였다. '아파도 참고 뛰어라'라는 잘못된 투혼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경기에 패하더라도 악착같은 모습을 보이고, 더 절박한 모습을 보였다면 팬들은 위안을 삼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 부분이 부족했다.

반대의 예가 이스라엘이라 할 수 있다. 이스라엘은 FA 선수 및 마이너리거 위주로 선수단이 구성됐다. 빅리그 스프링캠프에 초청된 선수들도 있었다. 즉, 이번 WBC가 '기회의 장'이었다는 의미다. 절실함이 있었다. 이는 2연승이라는 결과로 이어졌다.

어쨌든 한국의 2017 WBC가 끝이 보인다. 한 경기만 남았을 뿐이며, 2라운드 진출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 대만에마저 패한다면 WBC 예선으로 떨어지는 수모까지 당할 수 있다. 전혀 예상 외의 일이지만,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기본적으로 이번 2017 WBC 실패로 인해 한국이 야구 강국이라는 사실이 지워지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WBC만 놓고 보면 한국은 두 대회 연속으로 1라운드에서 탈락했다. 한국 야구가 변방으로 전락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찬란했던 시절도 있었다. 2006 WBC 4강-2009 WBC 준우승-2008 베이징 올림픽 전승 금메달이라는 결과물을 낸 바 있다. 하지만 이것은 이제 '신화'가 됐다. 신화는 '절대적이고 획기적인 업적'을 말하지만, '현실성이 다소 떨어지는 신비스러운 이야기'라는 뜻도 된다. 현재 한국 야구에 과거의 신화는 후자에 가깝다.

현실을 제대로 바라봐야 한다. 왜 이번 대회에서 실패했는지, 다음에는 어떻게 해야 만회할 수 있을지 등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그래야 신화 재현이 가능하다. 이번 고척 참사가 단순한 '값비싼 대가'가 아니라 '재도약을 위한 발판'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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