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C] ‘나라를 대표하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

김재동 기자 / 입력 : 2017.03.08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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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에 패한 WBC 대표팀 /사진=뉴스1


‘나라를 대표하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

지난 2013년 방영된 SBS드라마 ‘상속자들’의 부제 ‘왕관을 쓰려는자, 그 무게를 견뎌라’를 인용해보았다.


고척돔에서 치러지고 있는 2017 월드베이스볼 클래식(WBC)에서 한국 대표팀이 이스라엘과 네덜란드에 연속 패하며 2라운드진출의 가능성이 희박해졌다. 2013년 WBC의 다크호스 네덜란드는 이미 이번 대회 시작전부터 강팀으로 분류되었고 마이너리거 주축의 이스라엘 대표팀은 그 전력에 의문부호가 찍히며 다크호스로 분류되었었다. 2승한 기세로 볼 때 네덜란드처럼 다음 대회에선 명실상부한 강팀으로 성장할 것이 예상된다. 그리고 한국은?

지난 5일 MLB.com은 8인의 야구전문기자에게 2017 WBC전망을 물었고 워싱턴 내셔널스 담당 기자인 베리 블룸은 "한국의 우승을 전망한다. 한국이 일본에 2009년 대회 준우승에 대한 복수(reversal)를 할 것으로 보인다"라는 의견을 전했다. 물론 8명의 전문기자중 한국의 우승 가능성을 점친 이는 그가 유일했지만 야구에서만큼 한국은 그 전망에 어울리는 강팀으로 평가되어졌다.

그리고 그런 평가는 단 이틀, 2경기만에 곤두박질쳤다. 이스라엘 개막전 1-2패, 네덜란드전 0-5패. 한국대표팀의 무기력함이 만천하에 공개됐다. 이스라엘이 한국전을 끝내고 12시간만에 다시 치른 대만전에서 20안타를 쏟아부으며 15-7 대승을 거뒀을 때 ‘알고보니 우승후보’라는 평이 돌며 패배의 충격을 희석시키는 듯 했지만 직후 벌어진 네덜란드전에서 한국은 9이닝동안 온몸으로 ‘이것이 대표팀 실력’이라 민망하게 고백하고 만다. 스타뉴스가 관전평을 부탁했던 파주챌린저스 양승호 감독은 "도대체가 할 말이 없다"며 관전평을 보이콧 했다


2009년 WBC 대표팀 코칭스태프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김인식 감독은 “국가가 있어야 야구도 있다”라는 말을 남겼다. 네이버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그 말이 나오게된 배경의 일단을 슬쩍 공개했다. 뇌경색에서 회복중인 몸으로 한화구단을 이끌던 그가 어쩔수없이 감독직을 맡으면서 내건 조건이 현역감독들로 코칭스태프를 꾸려달라는 것이었는데 그것이 잘 안됐던 것. 그는 “누구나 사정이 있다. 자기들만 팀이 있는 게 아니고, 자기들만 연습을 하는 게 아니잖나. 나는 우리 선수들이나 지도자들도 국가관이 확실히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었다. 나라를 대표한다는 자부심보다 현실적인 이익에 얽매이는 풍토에 대한 일침이었다.

이번 대표팀 코칭스태프는 ‘나라를 대표하면 이겨야한다’는 대원칙하에 선수들을 뽑았다. 그러다보니 국제대회 경험있는 선수들이 우선됐다. 그 와중에 선발 자체를 거북해하는 뉘앙스를 전한 선수도 있었고 반대로 유희관처럼 적극적으로 국가대표 되고싶다고 구애한 선수들도 있었다. 결과적으로 15승 투수 유희관과 KBO 구원왕 김세현등은 좋은 데이터에도 불구하고, 그리고 선발되고 싶다는 강렬한 욕망에도 불구하고 선발되지 못했다. 파란도 많았다. 오승환 선발문제부터 김광현 이용찬 정근우등의 부상 낙마, 이대은 군입대 문제, 강정호의 음주운전 파문 등이 이어졌고 오키나와 전훈현장에선 임창용의 무면허 운전 사건도 터졌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꾸려진 대표팀이 무기력하게 2패를 안았다. 태극마크 단골 김태균 이대호는 합해서 16타수 1안타에 그쳐 MLB.com조차 한국팀의 결정적 패인으로 지목했다. 2경기 한국팀 유일한 타점의 주인공은 국가대표에 처음 선발된 서건창이었다. 0-5로 승부가 완전히 기운 네덜란드전 9회초 2사후 민병헌 대타로 나서 3루쪽 땅볼을 치고 전력질주, 내야안타를 만들어내며 마지막 신선함을 안긴 최형우도 국가대표로 맞은 첫타석이었다.

국가대표, 나라를 대표하는 자는 그에 걸맞는 자부심과 간절함의 무게를 견뎌낼수 있어야 될 것이다. 매너리즘에 빠진 자부심으로 나라를 위해 할 일은 많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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