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호의 MLB산책] 강정호가 선배 프리즈에 감사해야할 이유

장윤호 기자 / 입력 : 2017.03.17 0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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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빗 프리즈./AFPBBNews=뉴스1


지난해 이맘때쯤 스프링 트레이닝캠프가 중간 정도 지난 상황에서 피츠버그 파이리츠는 시즌 초반 3루를 맡아줄 베테랑 선수가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했다. 1년전 한국에서 수입해 온 떠오르는 스타 3루수 강정호를 갖고 있었지만 그는 심각한 무릎부상에서 재활중이어서 시즌 중반에나 돌아올 수 있었고 구단 내에선 시즌 초반 그의 빈자리를 채워줄 만한 마땅한 선수를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프리에이전트(FA) 시장으로 쇼핑을 나선 피츠버그는 2011년 월드시리즈에서 MVP를 차지한 바 있는 데이빗 프리즈를 1년 300만달러 계약으로 데려오는데 성공했다. 2012년 올스타로도 뽑혔던 베테랑으로 풍부한 포스트시즌 경험도 갖고 있어 강정호가 돌아올 때까지 3루를 맡기기엔 최적의 선수였다. 더욱이 그는 강정호가 복귀한 뒤에도 백업 3루수는 물론 다른 내야수로도 활용이 가능한 유틸리티 플레이어로 ‘저비용 고효율’을 추구하는 피츠버그로선 더할 나위없었다. 그런 선수가 스프링 캠프 중반까지도 미계약 상태로 남아 있었다는 것도 피츠버그로서는 행운이었다.


세인트루이스 출신으로 불과 2년전 까지만 해도 피츠버그의 라이벌인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서 뛰며 2013년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 최종 5차전에선 피츠버그 에이스 개릿 콜을 상대로 결승 투런홈런까지 때려냈던 기억까지 있는 프리즈로선 일생동안 적군이었던 피츠버그의 유니폼을 입는 것은 다소 어색한 느낌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스프링캠프가 시작된 후에도 팀을 찾지 못해 세인트루이스에 남아 개인훈련을 하던 처지에서 피츠버그의 오퍼를 그냥 넘길 수는 없었다.

그리고 프리즈와 피츠버그는 얼마 지나지 않아 둘 사이가 ‘퍼펙트 파트너’임을 깨달았다. 슈퍼스타급 실력자는 아니더라도 항상 믿을 만하고 안정된 플레이를 하는 것은 물론 좋은 인성으로 팀 동료들에게 신뢰와 인기를 받는 프리즈는 한마디로 피츠버그가 원하는 베테랑 클럽하우스 리더였다. 시즌 중반 강정호가 돌아온 후에도 프리즈는 백업 3루수와 1루수로 계속 출장기회를 얻었고 팀이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더 높은 기여도를 보였다. 프리즈 역시 피츠버그의 구단 분위기가 자신과 꼭 맞아 매우 편한 마음으로 플레이를 할 수 있었다.

시즌 전반기를 거치면서 이 사실을 확인한 양측은 8월이 지나기 전에 일찌감치 2년간 1,100만달러(3년차 구단옵션 바이아웃 50만달러 포함)에 재계약을 체결하기에 이르렀다. 구단옵션 600만달러를 합하면 3년간 1,700만달러에 달하는 상당한 계약이었다. 더구나 그가 어느 포지션에서도 확실한 주전은 아닌, 장기적으로 볼 때 백업 유틸리티 플레이어인 것을 감안하면 대표적인 스몰마켓 구단 중 하나인 피츠버그 입장에선 상당히 과감한 투자였다.


시즌 종료 후 다시 FA로 나서 더 큰 계약을 찾기보단 시즌 중에 피츠버그의 재계약 오퍼를 받아들인 그는 지난해 9월9일(이날은 그의 부모님의 결혼기념일이기도 했다) 피츠버그의 한 커피샵에서 약혼녀였던 마이린 올리어리와 결혼했다. 그땐 아직 시즌 중이어서 결혼파티는 올 1월 세인트루이스에서 추후에 했다.

결국 지난해 스프링캠프 중반까지도 뛸 팀이 없었던 프리즈는 지난해 피츠버그에서 선발 출장 105경기를 포함, 141경기에 출장해 타율 0.270에 출루율 0.352, 13홈런, 55타점, 63득점을 기록하는 탄탄한 시즌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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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호. /사진=뉴스1


그리고 그는 이번 시즌 강정호가 한국에서 음주 뺑소니 사고로 체포된 후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아직도 스프링캠프에 도착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피츠버그가 그렇게 큰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있게 해주는 든든한 보험 역할을 해주고 있다. 사실 그가 이번 시즌 팀에서 얼마나 큰 역할을 맡게 될 것인가는 강정호가 언제쯤 팀에 복귀하느냐에 직접적으로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만 다음 달에 만 34세 생일을 맞는 그는 이미 팀에서 원하는 역할은 무엇이라도 해낼 준비가 됐다고 밝히고 있다.

프리즈는 “나라고 주전으로 뛰고 싶지 않을 리 없다”면서도 “하지만 왜 주전이 아닐까 불평하고 불만에 차 있기 보다는 내 자신의 역할을 이해하고 그것을 위해 최선을 다할 때 내 인생이 행복해지고 실질적으로 팀에 기여할 수 있게 된다“고 자신의 신념을 분명히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나이가 들수록, 내가 오랫동안 선수생활을 할 수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됐고 젊은 선수들의 플레이를 볼 수 있는 것이 행운이며 내가 더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는 채찍질이 된다는 것을 느낀다“면서 ”내가 받은 기회에 대해 진정으로 감사하기에 어떤 상황에서도 즐겁게 운동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지난해 말 강정호가 음주운전으로 체포됐을 때 과거 그 자신도 음주운전으로 체포된 적이 있던 경험을 토대로 진심어린 충고를 보내기도 했다. 그는 “강정호는 훌륭한 팀메이트로 우리는 모두 그를 사랑한다. 하지만 그가 한 일은 큰 실수로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 “나의 경험으로 보건데, 누구보다 우리는 자기 자신을 사랑해야 한다. 음주운전은 결코 가벼운 문제가 아니다. 그는 철저한 자기반성이 필요하고 조금 더 정직할 필요가 있다”고 선배로써 따뜻하면서도 따끔한 충고를 아끼지 않았다. 그러면서 그는 “강정호를 위해 기도하고 있다”면서 “강정호가 주전 3루수로 돌아오는 것은 피츠버그 전체가 환영하는 일이다. 정말 좋은 선수고, 대단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최고의 타자다. 우리는 그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올해 피츠버그 입장에서 이상적인 시나리오는 프리즈가 주전 3루수가 아닌 벤치멤버로 활약해주는 것이다. 프리즈가 주전 3루수로 뛴다면 그것은 곧 강정호가 전열에서 이탈했음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프리즈가 강정호에 비해 타석에서 중량감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일 뿐 아니라 프리즈가 주전으로 승격한다면 그만큼 벤치 라인업이 약화된다. 프리즈와 애덤 프레이저, 존 제이소와 메이저리그 최고의 백업캐처 중 하나로 평가받는 크리스 스튜어트로 짜여진 올해 피츠버그의 벤치는 팀의 강점 중 하나로 꼽히고 있는데 이 라인업에서 프리즈가 주전으로 빠지면 그를 대신할 선수가 마땅치 않다는 문제가 생긴다.

현 시점에서 강정호가 시즌 개막전에 뛸 가능성은 희박하다. 당장 스프링캠프에 온다고 해도 개막전까지 준비를 마치려면 시간이 빠듯한데 아직 미 입국비자 문제가 미결상태로 남아있고 비자문제로 인해 음주운전 재판에 대해 항소도 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강정호와 피츠버그 구단은 원래 음주운전 재판이 열리기 전에 비자 갱신을 신청했는데 강정호의 음주운전 케이스가 약식 기소대신 정식 재판으로 넘어가면서 비자 발급 여부가 미뤄진 상태였다. 또 강정호가 팀에 합류한 뒤에도 팀이나 메이저리그 차원에서 그를 징계할지 여부도 아직 결정되지 않은 상황이다.

결국 피츠버그는 어쩔 수 없이 프리즈를 주전 3루수로 시즌을 시작하게 될 전망이다. 팀이 원하는 이상적인 상황은 아니지만 최소한 이런 상황에서 믿을 수 있는 선수가 있다는 것이 피츠버그 입장에선 불행 중 다행이 아닐 수 없다. 또 강정호 입장에서도 자신의 잘못된 행동으로 인해 발생한 위기상황에서 팀이 그나마 프리즈의 존재로 인해 피해를 어느 정도 흡수할 수 있게 된 것을 행운으로 알고 감사해야 한다. 또 스스로의 잘못으로 이런 위치에 놓였음에도 여전히 팀이 그를 필요로 하고 있음도 감사해야한다.

강정호는 이제 투스트라이크에 몰린 상황이다. 또 한 번의 스트라이크면 피츠버그에서도 삼진아웃 대상이다. 이제 그가 피츠버그에 돌아가 다시 선수 커리어를 재건하는 마지막 도전에 나설 때 프리즈처럼 그를 진심으로 걱정해주는 선배이자 팀메이트가 옆에 있다는 것은 그에게 큰 힘이 되고 놀라운 축복이 될 수 있다. 문제는 강정호가 그것을 깨닫고 잘 받아들일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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