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C 참사 여파, 선수협 논란까지' 뒤숭숭한 KBO리그 개막

김우종 기자 / 입력 : 2017.03.31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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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구장 전경. /사진=뉴스1





드디어 시작이다. 그런데 출발부터 뒤숭숭하다. 2017 KBO리그가 어수선한 상황에서 개막전을 맞이하게 됐다.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가 31일 오후 7시 전국 5개 구장에서 일제히 막을 올린다. 5경기 모두 각 팀의 최고 에이스들을 내세웠다.

모두 빅매치다. 잠실구장에서는 한화(선발 비야누에바)와 두산(니퍼트)이 격돌한다. 고척스카이돔에서는 '엘넥라시코'가 펼쳐진다. 넥센은 밴헤켄, LG는 소사를 각각 내세웠다. 대구 삼성 라이온즈파크에서는 '영·호남 라이벌' KIA(헥터)와 삼성(페트릭)이, 마산구장서는 역시 지역 라이벌인 롯데와 NC가 맞붙는다. 끝으로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는 SK(켈리)와 kt(로치)가 만난다.

야구를 그리워했던 팬들은 이제 매일 매일이 즐겁다. 그런데 마음 한 구석이 찜찜하다. 바로 WBC 1라운드 탈락 참사로 인한 '우물 안 개구리 논란' 그리고 최근 불거지고 있는 '선수협 논란' 때문이다.


당장 WBC 참사로 국내 야구를 보는 시선은 차갑기만 하다. 2000년대 후반에는 WBC의 선전이 프로야구 흥행으로 이어졌다. 세계무대에서도 통하는 한국 선수들을 보기 위해 많은 관중들이 직접 경기장을 찾았다. 그러나 올해는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 WBC에서 참패를 당하면서 '리그 수준'에 대한 의문부호가 계속 붙고 있다. '그들만의 리그', '우물 안 개구리'라는 조소도 받고 있다.

WBC 참사로 팬들의 시선이 싸늘한 상황에서 최근에는 '선수협 논란'까지 불거졌다. 선수들이 메리트 제도의 부활을 요구했으며 이 사안이 관철되지 않을 경우, 팬 사인회를 보이콧하겠다는 내용의 보도가 나온 것이다.

사실이라면 팬들의 감정에 기름을 끼얹은 꼴이다. '돈을 받고 사인을 해주느냐', 'WBC에서 그렇게 졸전을 펼치고도 여전히 정신을 못 차렸다'는 원색적인 팬들의 비난이 쏟아졌다. '그렇다면 우리가 KBO리그를 보이콧하겠다'는 팬들도 보였다.

여론이 악화되자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 이호준(41,NC) 회장은 30일 오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진화에 나섰다. 이 자리에서 이 회장은 "일부 언론 보도를 통해 나온 선수협 측의 메리트 부활 요구 및 팬 사인회 보이콧에 대한 내용은 절대 사실이 아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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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준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선수협) 회장(오른쪽)과 김선웅 사무총장이 30일 서울 강남구 리베라 호텔에서 '메리트(승리수당) 부활' 논란에 대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하지만 메리트 부활은 아닐 지라도 구단 측에 무언가를 요구한 건 사실이라고 밝혔다. 이 회장은 "구체적인 금액을 제시한 건 전혀 없었다"고 단정 지으면서도 "그러나 선수들과 구단 사이에서 이뤄질 수 있는 부분에 대해 듣고 싶었다. 구단 측에 의견을 전달하는 단계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실 최근 이런 부분(메리트와 보너스 등)들이 없어지는 추세다. 그러면 정말 정정당당하게 선수들의 이익을 위해 할 수 있는 게 뭘까 서로 이야기를 나누다가 이런 말들이 나왔다. 혹시라도 단장 회의에서 좋은 내용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뜻으로 전달한 것이었다"고 해명했다.

이 회장은 또 "과거에는 '정(情)'이라는 게 있었다. 과거엔 전지훈련을 떠날 때 보너스 형태의 금액을 줬다. 그런데 올해는 단장 회의서 10개 구단이 일괄적으로 금액을 통일한 뒤 선수단에 통보를 했다. 사실 그 부분에 있어 다들 서운한 감정을 많이 느꼈다. 10개 구단이 그렇게 금액을 딱 정하는 걸 보고 정말 '정'이 없는 것처럼 느꼈다"며 최근 논란이 불거졌던 배경에 대해 이야기했다.

선수협과 구단 측 주장의 사실 여부를 떠나 리그 개막을 코앞에 둔 상황에서 이런 논란이 불거진 게 안타깝기만 하다. 무엇보다 타이밍이 아쉽다. 아직 WBC 참사 상처가 아물지 않은 상황이라 더욱 그렇다. 선수들이 단체로 요구할 중대한 사안이 있었다면, 일단 시즌이 개막한 뒤에 화두를 던졌다면 어땠을까. 프로 선수들은 팬들의 관심과 사랑을 먹고 산다. 조금 더 선수협이 신중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드는 이유. 바로 팬들이 지켜보고 있기 때문이다. 참 어수선한 2017 KBO리그 개막의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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