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래시백] 양상문 감독의 믿음과 이형종의 재능이 만든 역전승

부산=한동훈 기자 / 입력 : 2017.04.08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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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종과 양상문 감독.


승부처에서 LG 양상문 감독의 판단과 이형종의 재능이 완벽하게 조화를 이뤘다.

LG는 7일 부산에서 롯데에 짜릿한 역전승을 거두고 개막 6연승을 달렸다. 중반까지 고전했지만 7회 응집력이 돋보였다. 선수를 믿은 감독과 그 기대에 부응한 선수의 하모니가 돋보였다. 롯데가 유리했던 승부는 7회초 그 한순간에 갈렸다.


양상문 감독은 이날 주전 톱타자 김용의 대신 이형종을 1번 타자 겸 좌익수로 선발 출장 시켰다. 롯데 선발이 우완 김원중이었음에도 좌타자 김용의 대신 이형종을 톱타자로 기용한 것은 나름대로 큰 승부수였다. 이형종이 지난해 롯데전 7경기서 타율 0.647로 강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형종은 세 번째 타석까지 침묵했다. 첫 타석 외야 뜬공, 두 번째 타석 내야 뜬공으로 물러난 뒤 0-4로 뒤진 세 번째 타석에서는 1사 1, 2루의 천금 같은 기회를 얻었으나 병살타로 찬물을 끼얹었다.

이형종의 네 번째 타석은 1-4로 뒤진 7회초 1사 만루에 돌아왔다. 세 타석 결과가 보잘것 없었고 완벽한 대타요원 김용의 서상우도 투입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당연한 대타 수순으로 보였지만 양 감독은 3타수 무안타의 이형종을 그대로 믿었다.


이형종은 롯데 세 번째 투수 박시영을 상대했다. 포크볼을 주무기로 하는 박시영은 이때까지 3경기서 4이닝 무실점 1홀드를 기록 중이었다. 이형종은 초구, 2구 모두 방망이를 헛돌렸다. 전혀 감을 잡지 못하는 모습이었지만 3구째 2타점 좌익선상 2루타를 때렸다.

이형종은 "초구를 헛스윙하고 '아, 이 공은 못 치겠구나' 생각했다. 공이 좋은 걸 알고 있었다. 전력분석을 통해 이미 파악하고 들어갔는데도 못 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혀를 내둘렀다. "2스트라이크로 몰린 후에는 맞히기만 하자고 마음을 먹었다. 그런데 3구째는 살짝 밀려서 들어왔다. 공 2개를 봐서 그런 건지도 모르겠다. 초구 2구는 지금 생각해도 못 칠 것 같다"며 혀를 내둘렀다.

공 3개 전부 포크볼이었다. 3구째가 실투성이기도 했지만 처음보는 공에 곧바로 적응한 이형종의 감각도 인상적이었다.

이형종의 2루타로 3-4까지 추격한 LG는 기세를 몰아 3점을 더 뽑았다. 스포트라이트는 역전 결승타의 주인공 오지환이 받았지만 이형종이 소득없이 물러났다면 오지환도 2사 만루에서 적시타를 때려내기에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경기가 끝난 뒤 양상문 감독은 이형종 타석에 대타 생각은 없었느냐는 질문에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앞에 못 쳤으니 하나 나올 때 된 것 아닌가"라며 웃었다. 믿음이 적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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