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호의 MLB산책] 류현진 30일 COL전, '우드 불펜행' 가늠자

장윤호 기자 / 입력 : 2017.09.29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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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 /AFPBBNews=뉴스1


류현진(LA 다저스)이 30일 오전 9시10분(한국시간)부터 미 콜로라도주 덴버의 쿠어스필드에서 벌어지는 콜로라도 로키스와의 원정경기에 선발 등판한다. 류현진의 올해 정규시즌 마지막 등판이고 이미 알려진 바와 같이 어쩌면 그의 포스트시즌 참가여부가 결정될 수도 있는 운명의 출격이다.

이날 경기의 초점은 처음부터 끝까지 류현진에 맞춰져 있다. 사실 한국 팬들에겐 너무 당연한 이야기지만 이날만큼은 다저스 역시 마찬가지다. 이날 경기의 승패엔 별 관심이 없다.


다저스의 포커스는 류현진이 이날 경기에서 ‘알렉스 우드를 불펜으로 돌려도 되겠다’는 믿음과 확신을 안겨줄 수 있느냐에 맞춰져 있다. 류현진이 이날 포스트시즌 4선발 자격을 입증하는 안정감 있는 투구내용을 보여준다면 다저스는 올 시즌 16승(3패)을 올린 올스타 선발투수 우드를 불펜 필승조로 돌릴 의도를 갖고 있는 것이다. 만약 류현진이 그런 믿음과 확신을 심어주지 못한다면 다저스는 우드를 선발 로테이션에 포함시키고 류현진의 포스트시즌 엔트리 포함여부를 고민하게 될 것이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다저스가 올 시즌 16승3패, 평균자책점 2.72이라는 리그 정상급 성적을 올린 우드를 실제로 선발진에서 빼내 불펜으로 돌리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사실 올해 성적을 비교해 포스트시즌 선발자격을 논한다면 우드가 선발이 돼야 한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또한 우드 본인도 포스트시즌에 선발로 뛰고 싶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하지만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우드의 시즌 전체에 걸친 뛰어난 피칭을 칭찬하면서도 그를 포스트시즌 선발진에 포함시키겠다는 확언을 거부하고 있다. 그 이유는 지금 다저스가 선발 투수진만이 아니라 팀 전체적인 전력의 극대화를 생각해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다저스의 고민은 우드와 류현진 가운데 누가 더 믿음직한 선발투수인가를 결정하려는 것이 아니다. 선발진만 놓고 보면 올해는 당연히 우드의 손을 들어줘야 한다. 하지만 과연 그렇게 하는 것이 전체적인 팀 전력을 극대화시키는 것인가에는 의문이 남는 것이 문제다. 선발진 못지않게, 아니 어쩌면 단기시리즈인 포스트시즌에선 선발진보다 더 중요할지 모르는 불펜 필승조로서 우드의 활용 가능성이 너무도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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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 우드. /AFPBBNews=뉴스1


다저스는 지금 ‘제4선발 우드’와 ‘불펜 필승조 우드’를 놓고 어느 쪽이 팀에 더 보탬이 될 것인가를 놓고 고민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4선발이란 시리즈 내내 한 경기 등판이 전부이고 5전3선승제인 디비전시리즈에서는 필요하지도 않을 수 있는 포지션인 반면 불펜 필승조는 거의 매 경기마다 출격을 준비해야 하는 보직이다. 포스트시즌 성패에 미치는 영향력에서 4선발보다 더 중요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만약 류현진이 우드를 대체해 성공적으로 4선발을 맡아줄 수 있다면 다저스 입장에선 우드를 불펜으로 돌리는 것이 더 이득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또 다저스 입장에서 만약 우드를 4선발로 쓴다면 시즌 후반기에 매우 좋은 투구내용을 보인 전력자산(류현진)을 포스트시즌에 완전히 포기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류현진이 불펜투수로는 적합하지 않다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다. 아무리 다저스가 선발 자원이 넘쳐난다고 해도 후반기 평균자책점이 2.50 미만인 투수를 엔트리에서 제외시키는 것은 고민이 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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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시즌 후반기 다저스 선발투수 성적


더구나 위 도표에서 보듯 후반기 성적만을 놓고 보면 류현진은 결코 우드에 뒤지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또 포스트시즌 경험에서도 류현진은 우드에 앞선다. 우드는 지금까지 4번의 포스트시즌 경기에 불펜투수로 나서 승패없이 평균자책점 4.91을 기록했고 포스트시즌 선발등판 경험은 없다. 반면 류현진은 3경기에 선발로 등판, 1승, 평균자책점 2.81의 좋은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물론 과거 성적만으로 판단할 수는 없지만 류현진이 선발로 나선다면 최소한 우드가 던지는 만큼은 던져줄 가능성이 큰 것이다. 그렇게만 된다면 다저스는 류현진을 선발, 우드를 불펜으로 활용하는 것이 ‘꿩 먹고 알 먹는’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더구나 포스트시즌에 불펜 필승조의 비중이 얼마나 큰 지를 감안한다면 다저스가 우드를 불펜에 두고 싶어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있다. 또 우드 같은 투수가 불펜에 있을 경우 다저스 입장에서 선발 운용이 훨씬 쉬어진다는 이점도 간과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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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브 로버츠 감독./AFPBBNews=뉴스1


모든 것을 종합하면 다저스로선 류현진을 활용하는 것이 팀에 이득이기에 이번 콜로라도전에서 류현진이 어느 정도의 기준치만 충족시키면 선발 기용 가능성이 있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사실 다저스가 ‘류현진 선발, 우드 불펜’ 카드를 심각하게 고려하지 않고 있다면 이런 상황까지 오도록 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류현진이 이번 등판에서 충족시켜야할 최소한의 기준치는 어떤 수준일까. 최소한 퀄리피스타트(선발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투구)는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할지 모르지만 다저스 코칭스태프의 생각은 전혀 다를 것이다. 로버츠 감독은 류현진이 최고 5이닝 정도만 잘 막아준다면 만족하고 그를 마운드에서 내릴 가능성이 크다. 기본적으로 다저스가 포스트시즌에 류현진에게 원하는 것은 선발로 4~5이닝을 막아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 그런 작전은 커쇼를 제외한 다른 선발투수에게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심지어는 커쇼도 선발로 7이닝 이상을 던지게 하는데 주저할 가능성이 있다. 결국 불펜이 승패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깃이고 그 때문에 더욱 우드를 불펜으로 돌리고 싶어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류현진은 이번 콜로라도 등판에서 가능한 많은 이닝을 던지겠다는 생각은 아예 할 필요가 없다. 지금까지는 선발투수로 많은 이닝을 던지는 것이 중요했지만 이제부터는 그렇지 않다. 어차피 로버츠 감독의 머리엔 류현진이 6회에 마운드에 오르는 시나리오는 존재하지 않는다. 무조건 5이닝만을 무실점으로 막겠다는 각오로 체력 배분은 생각하지 말고 초반부터 전력투구로 나가야 한다. 투구 수 걱정이나 승리투수기록 여부도 접어둬도 된다.

‘하필 쿠어스필드냐’는 푸념도 있지만 오히려 이날 경기에서 호투한다면 더욱 다저스의 결심을 쉽게 만들 수 있다. 더구나 콜로라도는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의 와일드카드 단판승부에서 이긴다면 다저스와 디비전시리즈에서 만나는 팀이다. 류현진이 4선발이 된다면 바로 이 쿠어스필드에서 벌어지는 4차전에 나가야 한다는 뜻이다. 이 경기가 좋은 예비고사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문제는 과연 류현진이 쿠어스필드에서 안정감 있게 5이닝을 버틸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이 어떻게 나오느냐가 류현진의 올해 포스트시즌 엔트리포함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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