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기의 스카이박스] 탈락해도 미련 남지 않으려면

김경기 SPOTV 해설위원 / 입력 : 2017.10.14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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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인천' 김경기 SPOTV 해설위원이 <스타뉴스>를 통해 KBO리그 포스트시즌 관전평을 연재합니다. 김 위원은 1990년 태평양 돌핀스서 데뷔해 현대 시절을 거쳐 2001년 SK에서 은퇴한 인천 야구의 상징입니다. 2003년부터 2016년까지 14년 동안 SK에서 지도자의 길을 걸었습니다. 생생한 경험을 바탕으로 날카로운 전문가의 시각을 야구팬들께 전해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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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손아섭



롯데가 4차전서 졌다면 두고두고 아쉬울 시리즈가 될 뻔했다.

롯데는 선 굵은 팀이다. 시원한 공격력을 바탕으로 탄탄한 선발과 든든한 뒷문이 조화롭다. 세밀한 플레이에는 약하다. 기본적으로 타자들이 삼진이나 병살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자신감을 가지고 방망이를 돌렸다. 터질 땐 터지고 답답할 땐 또 꽉 막히기도 했다. 그래도 롯데는 이 색깔로 올해 3위에 올랐다.

3차전까지 롯데는 롯데 야구를 하지 못했다. 예를 들어 주축 타자인 강민호는 스윙이 점점 조급해져 갔다. 1차전 실수로 비난을 한 몸에 받았었다. 부담이 남은 듯 보였다. 손아섭을 제외하면 자기 스윙들이 나오지 않았다. 맞히는 데 급급한 모습을 노출했다.


이른바 '짜내기'는 롯데의 전공이 아니다. 롯데의 승리 공식은 다득점이지 저실점이 아니었다. 병살이나 삼진이 나오더라도 해오던 스윙을 해야 한다. 그래야 장타도 나오고 실마리가 풀린다. 롯데는 3차전까지 공격이 뜻대로 풀리지 않자 롯데의 야구를 하지 못했다. 포스트시즌이 오랜만이라 그럴 수도 있다. 어떻게든 살아만 나가서 1점이라도 짜내려는 전략은 롯데와 거리가 멀다.

4차전에 드디어 롯데가 롯데 야구를 펼쳤다. 선봉장은 역시 손아섭이었다. 자기 스윙이 장타로 연결됐다. 3점 홈런이 터지는 순간, 롯데의 혈도 뚫렸다. 이대호도 손맛을 보면서 경기가 완전히 롯데로 넘어오자 타자들도 그간 쌓인 짐도 내려놨다. 이제야 부담을 떨친 전준우도 홈런을 때렸다. 선발이 버티고 타선이 다득점. 이상적인 승리였다.

자기가 할 수 있는 걸 다 해봐야 결과적으로 탈락하더라도 후회가 크지 않다. 내 것을 전부 쏟아내면 후련하게 패배를 받아들일 수 있다. 3차전까지의 롯데는 소심했다. 민폐를 끼치지 않으려는 눈치였다. 롯데 특유의 컬러가 아니었다. 자기 야구를 해서 지면 할 수 없는 것이다. 4차전에서 보여준 굵은 야구를 5차전까지 훌륭히 이어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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