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클루니

스크린 뒤에는 뭐가 있을까(17)

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 / 입력 : 2018.01.2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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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클루니 /AFPBBNews=뉴스1


2015년 골든 글로브상 시상식이다. 조지 클루니(George Clooney)는 세실 B 데밀 평생공로상 수상자로 나와 부인과 나란히 앉아 있었다. 사회자 에이미 폴러와 티나 페이가 클루니를 소개했다.

"조지 클루니는 작년에 아말 알라무딘과 결혼했습니다. 아말은 인권변호사로서.. 시리아 문제로 코피 아난을 자문했고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의 전쟁법 위반을 조사하는 UN의 3인 위원회에도 참여했습니다. 그래서 오늘 밤 그녀의 남편이 여기서 평생공로상을 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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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골든글로브 시상식에 함께 참석한 조지 클루니-아말 클루니 부부.


유머였지만 사실은 클루니도 부인 못지않은 국제적인 사회활동가다. 특히 다푸르 사태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수단과 차드에 머물면서 TV 프로그램을 제작했다. 2008년에 UN은 클루니를 평화의 사절로 임명했고 클루니는 2010년에 백악관에서 오바마 대통령과 수단 문제를 논의하기도 했다. 그 외에도 아이티, 아르메니아, 시리아 등 재난지역 난민들과 2004년 쓰나미, 911 희생자 유족들을 위한 모금 운동도 열심히 했다.

우선 클루니는 '잘 생긴' 배우로 유명하다. 본인은 억울할 것이다. 배우는 연기력으로 명성이 있어야 하는 데 잘생긴 걸로 한 몫 본다고 사람들이 생각하니까. 특히 여성 팬들이 많다. 산드라 벌록과 줄리아 로버츠는 공개석상에서 누가 더 클루니의 광팬인가를 놓고 설전을 벌기이도 했다. 그래서 젊었을 때는 얼굴값도 좀 했다. 클루니의 모친은 미인대회 우승 경력이 있다. 물려받은 모양이다. 외가 쪽으로 한참 올라가면 링컨 대통령과 혈연관계가 있다.


클루니는 고등학교 때 신시내티 레드 팀에서 농구선수가 되려고 했는데 선발이 되지 못했다. 대학에 진학했으나 졸업을 하지 못했다. 그 후 고생을 꽤 한 사람이다. 여자용 구두 세일즈맨, 호별 방문 보험설계사, 슈퍼마켓 재고관리원, 공사장 인부 등 별별 일을 다 했다. 상상이 잘 안 된다. 그 인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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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의 조지 클루니 /AFPBBNews=뉴스1


할리우드로 옮겨 온 클루니는 1978년에 TV 드라마 단역배우로 연기생활을 시작했다. 한 10년 이런저런 작품에 나오다가 1994년에서 1999년까지 방영된 TV 시리즈 'ER'에서 닥터 로스 역할로 유명해졌다. 그 시기에 영화로는 니콜 키드만과 함께 '피스메이커'(The Peacemaker, 1997)에 나왔다.

ER 이후에는 마크 월버그와 함께 나온 '퍼펙트 스톰'(The Perfect Storm, 2000)에서 세간의 이목을 끌었고 2001년에 초호화 앙상블 캐스트 영화 '오션' 시리즈가 시작되었다. 'Ocean’s Eleven'(2001), 'Ocean’s Twelve'(2004), 'Ocean’s Thirteen'(2007) 세 편으로 3부작이다. 이 중 1편은 클루니가 주연으로 나온 영화들 중에서 가장 크게 흥행에 성공한 영화가 되었다. 클루니는 대장 도둑 대니 오션 역인데 13에서는 겁도 없이 알 파치노를 물 먹인다. 스핀오프로 오는 6월에 개봉될 'Ocean’s Eight'(2018)이 있다. 클루니와는 관계없고 라이너스(맷 데이먼 분)가 카메오 출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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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남우조연상을 수상한 조지 클루니 /AFPBBNews=뉴스1


클루니는 2006년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시리아나'(Syriana, 2005)로 남우조연상을 받았다. 글로벌 석유회사들과 국제정치를 다룬 영화다. 본인은 CIA 요원으로 나왔다. 2년 후 '마이클 클레이튼'(Michael Clayton, 2007)으로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유해 화학물질 제조회사가 집단소송을 당한 이야기다. 대형 로펌의 변호사로 나오는데 동료 변호사의 법조윤리 위반을 추적한다.

'인 디 에어'(Up in the Air, 2009), 골든 글로브를 수상하고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가 된 '디센던트'(The Descendants, 2011), 쿠아론 감독의 '그래비티'(Gravity, 2013) 모두 다 수작이다. 이 중에서도 '디센던트'가 가장 높이 평가되는 것 같다. 가장 최근 출연작은 조디 포스터 감독의 '머니 몬스터'(Money Monster, 2016)다.

클루니는 2002년에 '컨페션'(Confessions of a Dangerous Mind)로 감독으로 데뷔도 했다. 2006년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는 '굿나잇 앤 굿럭'(Good Night, and Good Luck, 2005)으로 감독상 후보에 올랐다. 작년에는 맷 데이먼과 줄리안 무어의 '서버비콘'(Suburbicon, 2017)을 연출했다.

제작에도 열심이다. 2013년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작인 '아르고'(Argo, 2012)를 벤 애플릭, 그랜트 헤슬로브와 공동 제작했다.

클루니는 시나리오도 쓰고 각색도 한다. 여섯 부문에 걸쳐 아카데미상 후보에 오른 유일한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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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클루니 /AFPBBNews=뉴스1


클루니는 스스로 아직 철이 덜 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인지 동료 배우들에게 장난(prank)을 즐겨 치는 것으로 유명하다. 브래드 피트의 차 뒷 범퍼에 'F-k Cops'라는 스티커를 붙여 피트가 경찰의 단속을 당한 일도 있다. 브래드 피트 이름으로 메릴 스트립에게 엉뚱한 선물을 보내기도 했다(브래드 피트는 클루니의 절친이다). 그래서 언젠가는 보복을 당할 거라며 즐겁게 전전긍긍한다. 골든 글로브 평생공로상 선정이 몰래카메라를 찍기 위한 보복 장난이 아니었나 하고 걱정했다는 농담도 했다.

어느 날 클루니는 뜬금없이 14인의 친한 친구들을 저녁식사에 초대했다. 그리고 식사가 끝난 후 그 14인에게 각 100만 달러씩의 현금이 든 가방을 선물했다. 증여세는 이미 대신 납부했다. 자신이 처음 할리우드에 와서 고생할 때 거실에서 잠을 재워주는 등 오랜 세월 도움을 준 친구들이라고 한다. 우리가 보기에는 과하지만 한 마디로 신세를 아는 사람이다. 한 친구가 극구 사양하자 "그러면 아무한테도 안 주겠다"고 협박했고 그 친구는 결국 받아서 전액을 자선단체에 기부했다.

클루니 부부는 이제 쌍동이의 아빠 엄마다. 영국행 비행기 안에서 여섯 달짜리 애기들이 혹시라도 승객들에게 폐를 끼칠까봐 승객 전원에게 소음 캔슬용 헤드폰을 선물한 일화가 있다. 개념 있는 부부다. 돈 많은 사람들이라고 다 그러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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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베니스 국제영화제에 참석한 조지 클루니-아말 클루니 부부 /AFPBBNews=뉴스1


클루니는 2013년에 동업자 두 사람과 함께 테킬라 제조회사(Casamigos)를 설립했는데 이 회사는 2017년에 영국의 주류회사 디아지오에 매각되었다. 매각금액은 10억 달러다. 즉, 우리 돈으로 1조원이 넘는다. 이로써 클루니는 할리우드에서 가장 돈 많은 배우들 중 하나가 되었다.

클루니는 이 회사를 돈을 벌기위해서 세운 것이 아니고 그냥 자신의 취향에 딱 맞는 테킬라를 평생 마시고 싶다는 생각에서 세운 것이라고 한다. 700종의 테킬라를 수집해서 최고의 레시피를 만들어 냈다. 돈 벌 목적이 아니어서 서두르지도 않았고 클루니 자신의 브랜드라고 광고하지도 않았다(폴 뉴먼은 자신의 이름을 붙여 'Newman’s Own'이라는 식품회사를 크게 성공시켰는데 수익 전액을 기부한다).

고생할 만큼 하면서 자리 잡고, 직업에 충실하고, 사회 공헌도 하고, 신세를 알고, 과한 욕심을 부리지 않고,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개념 있게 사는 사람에게는 결국 이런 식으로 일이 잘 풀리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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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클루니 /AFPBBNews=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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