톰 행크스의 미국

스크린 뒤에는 뭐가 있을까(18)

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 / 입력 : 2018.01.27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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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 행크스 /AFPBBNews=뉴스1


톰 행크스(Tom Hanks)는 미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배우다. 트위터 팔로워가 1200만 명이다. 마이클 무어 감독은 공화당이 로널드 레이건이나 아놀드 슈워츠네거를 발탁하고 도널드 트럼프를 대통령으로까지 만들었는데 민주당이 오프라 윈프리나 톰 행크스를 대통령 후보로 내세우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까지 한다.

행크스는 역사상 가장 흥행에 성공한 배우이기도 하다. 행크스는 2014년 현재 약 10조원의 글로벌 흥행기록을 보유했다. 한 편의 영화로는 보안관 우디의 목소리 연기를 한 '토이 스토리 3'(Toy Story 3, 2010)가 기록이다. 10억 달러가 넘었다. 애니메이션 한 편이 1조원을 넘은 것이다.


행크스는 어릴 때 부모가 이혼했기 때문에 쉽지 않은 유년기를 보냈다. 열 살이 될 때까지 열 번이나 이사를 했다. 성격도 사교성이 없고 매우 수줍었다고 한다. 새크라멘토에 있는 캘리포니아 주립대학 시절에는 혼자서 연극 보는데 푹 빠져 지냈고 연극배우로 경력을 시작했다. 영화에 진출해서는 1988년 작 판타지인 '빅'(Big)의 성공으로 비로소 할리우드에 존재감을 드러낸다. 이 영화로 최초의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가 되었다.

이후 성공을 계속한 행크스는 스펜서 트레이시 이후 처음으로 2회 연속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았는데 35 파운드를 감량하고 에이즈 환자의 모습으로 나온 '필라델피아'(Philadelphia, 1993)와 '포레스트 검프'(Forrest Gump, 1994)다. 우연의 일치이지만 각각 37세와 38세로 트레이시와 행크스는 같은 나이에 두 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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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 제 66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필라델피아'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톰 행크스 /AFPBBNews=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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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제67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포레스트 검프'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톰 행크스 /AFPBBNews=뉴스1



행크스는 원래 우주비행사가 되려는 꿈을 가졌었다고 한다. 그래서 NASA 유인우주선 프로그램의 지원자다. 우주개발에 관한 여러 가지 프로그램에 참여하기도 했다. 행크스의 이름을 붙인 소행성도 있다. 행크스에게 짐 로벨 선장의 역을 한 론 하워드 감독의 '아폴로 13'(Apollo 13, 1995) 출연은 의미가 각별했을 것이다.

이 영화는 1970년에 발사되었던 미국의 세 번째 유인 달착륙 우주선 아폴로 13호의 실패한 미션을 그린다. 출발한 지 이틀 후에 산소탱크가 폭발했다. 그러나 온갖 난관을 극복하고 우주인들은 무사히 귀환했다. 13호였고 출발 시각이 13시 13분이어서 실패 이유로 13과 관련된 미신이 다 동원되었다.

로벨 선장 역은 존 트라볼타와 케빈 코스트너를 거쳐 행크스에게 온 것이다. 로벨은 최초로 달 궤도에 진입했던 아폴로 8호의 파일럿이다. 영화에서 로벨은 캡슐 회수함인 이오지마함의 함장으로 출연했다. 배우들은 촬영 전에 모두 알라바마 주 헌츠빌에 있는 우주조종사 훈련원에서 트레이닝을 받았고 약 500개의 버튼과 스위치로 구성되어 있는 우주선 조종장치를 다루는 교육도 받았다고 한다. 무중력 상태를 체험하기 위해 약 중력 특수 항공기를 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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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화 '포레스트 검프' 포스터


행크스의 대표작 '포레스트 검프'는 13개 카테고리에서 아카데미상 후보를 냈고 작품상, 감독상(로버트 저메키스), 남우주연상을 포함해서 6개를 수상했다. 특히 작품상 부문에서 IMDb 1위인 '쇼생크 탈출'(The Shawshank Redemption, 1994)과 7위인 '펄프 픽션'(Pulp Fiction, 1994)을 누른 것이 이변으로 여겨진다. '검프'는 12위.

포레스트 검프 캐릭터는 분열된 사회의 화해와 통합을 매개하는 인물로도 이야기 되었다. 허클베리 핀이나 빌 클린턴, 로널드 레이건과도 비교되었다. 미국 사람들 모두가 선망하는 정직, 용기, 충성, 따뜻한 마음 등 모든 긍정적 요소를 다 갖춘 캐릭터다. 그러나 지체가 있기 때문에 누구도 시기하거나 미워할 수 없다.

이 영화에 정치색은 없다는 것이 행크스의 입장이지만 비평가들은 매우 정치적인 영화로 본다. 이 영화에는 검프의 보수적인 생활양식과 1960년대의 반문화사조를 화체한 제니('하우스 오브 카드'의 영부인 겸 부통령 로빈 라이트)의 리버럴한 인생이 극명하게 대비된다. 결국 제니는 그 여파로 얻은 것으로 추정되는 병으로 죽는다. CNN은 이 주제로 토론프로그램까지 제작한 일이 있다. 이 영화는 전반적으로 공화당 지지자들과 공화당 정치인들에게 많은 영감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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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 행크스와 마이켈 윌리엄스 / 사진=영화 '포레스트 검프' 스틸컷


내가 영화에서 가장 훈훈하게 본 것은 검프와 검프의 전우 버바 블루(마이켈 윌리엄스 분)의 우정이다. 버바는 새우잡이에 대해 모르는 것이 없다. 검프를 설득해서 같이 '버바 검프 새우회사'를 차릴 계획이었는데 전사했다. 그래도 검프는 회사를 차리고 잘 키워 버바의 지분을 버바의 어머니에게 주는 의리를 보인다.

1996년에 같은 이름의 회사가 실제로 설립되어서 현재 전 세계에 체인을 운영하고 있다. 나도 샌프란시스코 피어에 있는 점포에 가 본 적이 있다. 윌리엄스는 영화에서 입을 튀어나게 보이기 위해 특별한 분장을 했는데 그 때문에 잠시 배역을 구하지 못했다고 한다. 사람들이 알아보지를 못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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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 스틸컷


행크스의 또 다른 대표작은 IMDb 전쟁영화 베스트 2위에 올라있는 '라이언 일병 구하기'(Saving Private Ryan, 1998)다. 로튼 토마토 신선도 92%다. 스티븐 스필버그가 감독했다. 좋은 점과 나쁜 점을 다 가진 미국이라는 나라의 좋은 점을 가장 잘 보여주는 영화이기도 하다. 미 육군 레인저 부대의 밀러 대위로 나온 행크스는 이 영화로 네 번째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사형제 중 셋이 전사하고 남은 공정대원 라이언 일병(맷 데이먼 분)을 고향으로 돌려보내기 위해 부하들과 함께 찾아 나선다. 니랜드 형제의 실제 이야기에 기초했다. 미군은 형제가 같이 참전해서 전사자가 나오면 최후로 생존하고 있는 형제를 보호하는 이른바 'The Sole Survivor Policy'라는 정책을 가지고 있다. 2차 대전 때 설리번 오형제가 모두 전사한 후에 만들어진 정책이다.

이 영화는 대단히 사실적인 전투장면과 배우들의 탁월한 연기로 높이 평가받는다. 빈 디젤, 브라이언 크랜스톤, 폴 지아마티의 얼굴도 보인다. 특히 초반 27분간의 D-데이 노르망디 오마하 비치 상륙작전 장면이 압권이다. 모래까지 비슷한 것을 구해 와서 오마하 비치와 똑 같은 세트를 만들었다. 당시로서는 너무나 사실적으로 참혹한 전투를 재현했기 때문에 관객들 중에는 충격을 받은 사람들도 있었다. 스필버그 감독조차도 특수효과 폭발로 배우들이 쓰러지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란 적이 있다고 한다.

이 영화는 희대의 걸작이고 내 'Top 10' 리스트에서 1위지만 1500만 달러를 수상용 홍보비로 쏟아 부은 '셰익스피어 인 러브'(Shakespeare in Love, 1998)에 아카데미 작품상을 양보했다. 누구도 예상 못한 대이변이었다. 그래서 어느 영화 전문 사이트에 가보면 이는 역사상 가장 멍청했던 아카데미상이라고 나온다.

그러나 스티븐 스필버그는 두 번째 감독상을 받았다. 스필버그는 수상 소감에서 2차 대전 때 아들을 잃은 모든 가족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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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 행크스 /AFPBBNews=뉴스1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과 같이 작업해서 작년에 개봉된 '설리: 허드슨강의 기적'(Sully)에서도 행크스는 미국이 가장 신뢰하는 조종사 설리 설렌버거 역을 잘 해냈다. 행크스는 ABC 뉴스의 아침 프로그램에 출연해서 대략 다음과 같은 취지로 영화 출연에 대한 소감을 피력했다.

"비행기 여행에서는 가방을 잃어버린다든지 커피를 무릎 위에 쏟는다든지 하는 나쁜 일이 생길 수 있죠. 그러나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도착한다는 신뢰는 항상 유지되어야 합니다. 우리는 우리 미국의 여러 제도에 대해 그런 믿음을 가질 수 있어야 합니다.. 911을 겪은 뉴욕은 또 다시 여객기가 시내에 추락하는 것을 감당할 수 없습니다. 뉴욕은 바로 이런 스토리를 필요로 했습니다. (일종의 힐링이죠.)"

이 영화에서는 조종사가 비행기를 강에 안전하게 비상착륙시킨 것뿐 아니라 비행기의 승객들을 여러 기관이 신속하고 조직적으로 구조하는 것이 잘 보인다.

톰 행크스는 댄 브라운의 소설이 영화화될 때마다 주인공 하버드대 교수 로버트 랭던역을 한다. 지나치게 날카롭지는 않으면서도 이지적인 이미지를 가졌기 때문일 것이다. 가장 최근작은 '인페르노'(Inferno, 2016)다.

'설리' 외에도 행크스의 최근작으로 제임스 도노반 변호사 역을 한 '스파이 브릿지'(Bridge of Spies, 2015)와 워싱턴 포스트의 벤 브래들리 편집국장 역을 한 '더 포스트'(The Post, 2017)가 있다. 둘 다 스티븐 스필버그 작품이다. 두 영화 다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에 올랐다. 행크스는 올 해 개봉되는 '맘마미아' 2편의 제작에 참여했고 내년에 개봉될 예정인 '토이 스토리' 4편에서 다시 우디의 목소리를 들려준다.

행크스는 미국이라는 나라의 개성을 가장 많이 체화한 배우로 여겨지기도 한다. 미국 사람들 자신들의 말이기는 하지만 미국은 희망과 결단과 고귀함의 나라이고 행크스는 그 핵심적인 가치를 영화를 통해 잘 대변한다는 것이다. 행크스는 밀러 대위의 역할을 통해 국민의 나라에 대한 충성과 나라의 국민에 대한 보살핌의 의무라는 미국이 보전하고자 하는 가치를 잘 보여주었다. 설렌버그 기장의 역할을 통해 사회제도에 대한 신뢰라는 미국사회의 핵심가치도 잘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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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오바마 대통령 취임식 이벤트에서 연단에 오른 톰 행크스 /AFPBBNews=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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