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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호 / 사진=산 엔터테인먼트 |
지난 2000년 MBC 드라마 '가시고기'로 데뷔한 유승호(25)는 18년차 배우다. 국민 아역배우였던 유승호는 어느새 '잘 컸다'는 말이 미안한 어른이 됐다. '집으로'의 귀여운 꼬마 이미지가 강했던 그가 아역에서 성인배우로 어떻게 넘어갈까 걱정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유승호는 보란 듯이 20대 대표 배우가 됐다. 얼핏 보면 그냥 자연스럽게 지나온 것 같지만 그 속에는 유승호만의 고민과 선택이 녹아있다.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스무살에 군대를 갔다 오고 영화와 드라마를 오가며 다양한 연기를 경험했고 유승호는 그렇게 성장했다.
유승호는 최근 서울 강남구 신사동 한 카페에서 최근 종영한 MBC 수목드라마 '로봇이 아니야' 종영 인터뷰를 가졌다. 지난해 MBC '군주'를 끝내고 인터뷰를 진행했던 유승호는 6개월 만에 다시 취재진과 만났다.
사실 그동안 유승호에게 궁금했던 것들이 많았다. 아직 열애설 한 번 나지 않았던 유승호의 사생활 이야기는 거의 알려진 것이 없었기 때문. 평소 수줍음이 많고 낯을 가린다고 알려진 유승호는 가식이나 포장 없이 솔직하게 이야기를 털어놨다.
유승호는 '로봇이 아니야'에서 인간 알러지가 있는 김민규 역할을 맡아 로봇인 아지3(채수빈 분)와 사랑에 빠지는 연기를 펼치며, 로맨틱 코미디를 완벽하게 소화해냈다. 드라마 촬영 후 감기에 걸렸다는 유승호는 모자와 마스크를 장착하고도 '로봇이 아니야'에 대한 애정과 연기에 대한 진심을 열정적으로 이야기했다.
방송 마지막 날까지 촬영을 했다는 유승호는 아직도 드라마의 여운이 가시지 않은듯, 애정을 듬뿍 드러냈다. '로봇이 아니야'는 낮은 시청률로 고전 했지만 작품을 향한 열정만큼은 뜨거웠다.
"저도 시청률이 조금 아쉽다는 생각은 하고 있어요. 하지만 시청률을 빼면 배우들도 좋았고, 감독님의 연출 색깔도 좋았고, 모든 것이 완벽하고 좋았던 것 같아요. 많은분들이 드라마가 잘 안돼서, 제가 인터뷰를 할 줄 몰랐다고 하시더라고요. 저도 작품의 시청률 결과만 봐서는 안 했겠죠. 그런데 저는 이번 작품을 찍었다는 것 자체가 너무 좋고, 드라마를 자랑하고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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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호 / 사진=산 엔터테인먼트 |
'로봇이 아니야'는 MBC 노조파업으로 인해, 수목극이 결방하던 가운데 방송 됐다. 또 드라마 종영 후에서 올림픽으로 인해 후속드라마가 편성되지 않았다. 결국 '로봇이 아니야'는 앞뒤로 힘을 받을 수가 없었다. 또 제목에 '로봇'이 들어가고, 로봇과의 로맨스를 그린다는 것 자체가 시청자에게 낯설게 다가왔다. 그래서일까. '로봇이 아니야'는 평균 3%대 시청률로 아쉬운 마무리를 했다.
"아쉬운 부분도 있지만, 그 숫자로만 이 드라마를 평가하고 싶지는 않았어요. 저에게는 지금까지 촬영했던 작품 중 가장 행복한 현장이었어요. 어쩌면 앞으로도 가장 행복한 작품일 것 같아요. 저도 진짜 제가 이렇게 이 드라마를 이렇게 좋아하게 될 줄 몰랐어요. 찍으면서도 너무 좋고, 재밌었고 끝나고도 너무 좋아요. 이상해요. 보통 시청률이 높고 결과가 좋으면 작품에 더 애정이 생기는 경우도 많거든요. 그런데 '로봇이 아니야'는 시청률도 안 나왔는데 왜 이렇게 좋을까요?"
지난해 '군주' 종영 인터뷰에서 "멜로는 부끄럽고, 너무 자신이 없다"라고 말했던 유승호. 바로 이어서 다시 로맨틱 코미디로 돌아온 유승호는 어느새 멜로 연기가 편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김민규가 느끼는 것처럼, 조금씩 마음을 열며 멜로 연기의 재미를 느꼈다. 극중 화제가 됐던 애교 장면은 실제 유승호의 모습을 담았다고 털어놨다.
"드라마 후반부에 조지아(채수빈 분)에게 집에 가지 말라고 투정부리고 애교 부리는 장면이 나오거든요. 그 모습에 실제로 제 모습이 담겼어요. 제가 가까운 사람들, 부모님이나 친구나 혹은 애인에게 하는 모습이거든요. 그런 모습을 거부감 없이 연기하는 저를 발견했어요. 그때는 수빈씨의 리액션도 예쁘게 받아들여지더라고요. 연기하면서 아무렇지도 않게 자연스럽게 내 모습이 나온 것을 보며 그만큼 편하게 느끼는구나 생각을 했어요. 그런 저의 모습과 거기에 리액션 하는 수빈씨의 모습이 설렜어요. 이번에는 멜로 연기가 부끄럽지 않았어요. 물론 카메라앞에서만요. '컷' 하면 그때부터는 상당히 부끄럽더라고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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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호 / 사진=산 엔터테인먼트 |
극중 유승호와 채수빈의 케미는 방송 내내 화제를 모았다. 연기를 하며 설렜다는 유승호에게 연애할 생각은 없냐고 물었다.
"올해는 마음 가는 대로 하고 싶은대로 하면서 좋은 작품 만나서 활동 하고 싶어요. 연애는 아직 별로 하고 싶은 마음이 안들어요. 좋은 인연이 생기면 만나겠지만, 지금은 연애에 대한 생각이 없어요.(웃음)"
아역배우로 데뷔해 벌써 데뷔 18년차 배우가 된 유승호. 잘 자란 배우를 넘어 20대 대표 배우로 자리매김한 그에게는 여전히 '국민 남동생', '바른 청년'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유승호는 자신도 그런 시선을 알고 있다고 털어놨다.
"어느 순간 그런 것이 부담으로 다가오기도 하더라고요. 그런 이미지를 위해 노력한 것은 아닌데, 워낙 어렸을 때부터 연기를 하다 보니 어른들에 대한 예의를 지키고 조심했던 것들이 성인이 돼서도 몸에 남아있어요. 예의는 지키면서 조금씩 변화해도 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유승호라는 이름이 저 자신을 너무 가렸던 것 같아요. 저도 올해 벌써 스물여섯이니, 예전처럼 똑같이 하지 않고 좀 더 편하게 다가가고 변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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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유승호 / 사진=산 엔터테인먼트 |
조금씩 편해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유승호에게 '나혼자 산다', '삼시세끼' 같은 리얼리티 예능에 출연할 계획은 없는지 다시 한번 물었다. 앞서 "예능은 어렵다"라며 작품으로 만나고 싶다고 했던 유승호는 조금은 긍정적인 대답을 내놨다.
"저는 예능은 정말 자신이 없어요. 섭외가 온 적이 있는데 못했어요. 저를 관찰할게 뭐가 있을까요? 저는 정말 재미가 없어요. 하하. 그래도 요즘은 '절대 안해요'라는 말은 안해요. 지금 당장은 생각이 없지만, 때가 돼서 마음이 바뀌면 할수도 있지 않을까요?"
이제는 로맨스 연기가 편해졌다는 유승호의 다음 도전은 무엇일까. 그는 새로운 모습으로 또 다른 도전을 해보고 싶다고 했다.
"저에게는 사연 있는 인물 캐릭터가 많이 들어와요.(웃음) 이제는 가벼운 연기도 해보고 싶어요. 악역도 하고 싶어요. 하지만 제가 연기할 수 있는 그런 악역을 만나고 싶어요. 제가 과거에는 아역에서 성인배우로 넘어가기 위해 제 몸에 안 맞는 캐릭터를 맡은 적도 있거든요. 이제는 그렇게 하고 싶지는 않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