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시대' DJ 20년, 양희은이 전한 5만8000통의 편지[종합]

MBC 표준FM '여성시대 양희은, 서경석입니다' 양희은 진행 20주년 기자간담회

상암=윤성열 기자 / 입력 : 2019.06.04 16:55 / 조회 :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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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희은 /사진제공=MBC


"비결은 없어요. '여성시대'는 사심이나 욕심을 갖고 글을 써서 보내는 곳이 아니에요. 가슴으로 쓰는 편지입니다."


양희은은 4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사옥 골든 마우스 홀에서 자신의 MBC 표준FM '여성시대 양희은, 서경석입니다'(연출 강희구, 작가 박금선, 이하 '여성시대') 진행 20주년을 기념하는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프로그램이 장수할 수 있었던 비결'에 대해 묻자 이같이 밝혔다.

'여성시대'는 UN(국제 연합)이 세계여성의 해를 선포한 1975년 임국희의 '여성살롱'으로 처음 시작했고, 여성의 편지를 방송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1988년 4월 1일부터 프로그램 명칭을 '여성시대'로 바꿔 31년째 이어오고 있는 MBC 대표 장수 프로그램 중 하나다.

1999년 6월 7일부터 '여성시대' DJ를 맡아온 양희은은 올해로 진행 20주년을 맞아 골든마우스 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게 됐다. 1996년 6월 골든 마우스 상이 제정된 이래 수상자는 양희은을 포함해 9명 밖에 없다. 이에 양희은은 "그저 하루하루가 쌓인 것일 뿐"이라며 담담히 소회를 전했다.

"20년을 목표로 이 방송을 시작했다면 절대 못 해요. 그냥 1, 2년 하려고 생각했다가… 사연의 무게가 너무 무겁고 나도 마침 갱년기였던 때라 견디기 힘들었어요. '이걸 언제까지 해야 하나' 하면서 지나오니까 20년이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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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석(왼쪽부터), 박금선 작가, 양희은, 강희구PD /사진제공=MBC


양희은과 함께 '여성시대'를 진행하고 있는 개그맨 서경석은 "양희은 누님에게 가장 많이 배우고 있는 점은 어마어마한 프로 정신이다"며 "방송 관련해 해가 되지 않으려고 노력하시고 시간관념도 철저하시다"고 말했다.

서경석은 또 "특히 식사시간을 미루거나 당기지 않는다"며 "정확하게 정한 시간 안에 정한 양을 드셔야만 다음 일로 진행이 가능하다"며 "그런 철저함이 20주년 기자간담회를 할 수 있는 원동력이 아니었나 생각한다"고 전했다.

'여성시대'에서 양희은과 호흡을 맞춘 DJ는 김승현, 전유성, 송승환, 강석우에 이어 서경석이 5번째다. 지난 2015년 7월 27일 '여성시대' DJ로 투입된 서경석은 "양희은 누님의 5번째 남자라 영광이다"며 "50번째 남자였어도 감사하게 이 자리에 살포시 앉아 있었을 것 같다"며 뿌듯한 소감을 전했다.

박금선 작가는 양희은과 함께 가장 오랜 기간 '여성시대'를 이끌어온 25년 차 베테랑 방송 작가다. 박 작가는 "편지를 많이 읽으니까 그때그때 배운다는 생각으로 하고 있다"며 "나도 위로받는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한다"고 '여성시대'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전했다.

MBC에 따르면 지난 20년간 양희은이 '여성시대'를 진행하면서 방송된 편지는 5만 8000여 통에 이른다. 방송 시간은 1만4600시간이다. 양희은은 기억에 남는 사연으로 말기 유방암 환자였던 '희재 엄마'의 사연을 꼽았다.

양희은은 "어떤 사연도 죽음만은 못하다"며 "희재 엄마가 아들의 생일을 축하 하는 편지를 사흘에 걸쳐 보내줬던 기억이 난다. 너무 아파서 팔을 쓸 수 없으니까 몇자 쓰고 쉬고 몇자 쓰고 쉬면서 편지를 보내줬다"고 털어놨다.

당시 음성사서함을 통해 '희재 엄마'의 사연을 들은 청취자들의 응원이 쇄도했다고 회상했다. 양희은은 "희재 엄마와 어렵게 전화 연결이 됐고, 이후 떠났다"며 "그때 나는 30주년 음반을 준비 중이었는데 희재 엄마에게, 이땅의 많은 소년소녀 가장에게 헌정하는 음반을 만들었던 기억이 난다"고 전했다.

양희은은 "'여성시대' DJ는 전달만 잘하면 된다"며 진행 20주년의 공을 청취자들에게 돌렸다.

양희은은 "'여성시대'의 모든 힘은 편지를 써서 보내주는 청취자 분들의 가슴에서 온다고 믿는다"며 "DJ로서 기술은 별로 필요가 없다. 나는 정확히 (사연을) 전달하려 애썼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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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열 | bogo109@mt.co.kr

머니투데이 스타뉴스 연예국 가요방송뉴미디어 유닛에서 방송기자로 활동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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