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리즈 4차전 당시 이용찬(왼쪽) 교체 상황. /사진=뉴스1 |
두산은 올해 키움 히어로즈를 상대로 한국시리즈 4연승을 거두고 통합우승을 차지했다. 지난 달 26일 4차전에서 키움과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연장 10회 승부 끝에 11-9 대역전승을 거뒀다.
그런데 이날 마무리로 나섰던 이용찬은 연장 10회말 1사 후 뜻하지 않게 마운드를 내려와야 했다. 김태형 두산 감독이 마운드 방문 횟수를 초과해 무조건 투수 교체를 해야 했다. 결국 이용찬 대신 베테랑 배영수(38)가 남은 아웃카운트 두 개를 잡아내고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이용찬은 10월31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프리미어12 대표팀 훈련에서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조금 아쉬운 마음도 있었지만 팀이 이겼으니 괜찮다. 또 팀 우승 뒤 회식을 했는데 (배)영수 선배가 우리에게 먼저 은퇴 얘기를 하셨다. 좋게 마무리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시리즈 MVP 생각은 없었다. 4차전도 승리해 빨리 끝내자는 생각뿐이었다"고 회상했다.
아찔한 순간도 있었다. 팀이 9-8로 앞선 9회말 2사 만루서 이용찬은 서건창의 땅볼을 유도했지만, 3루수 허경민(29)이 공을 놓쳐 동점을 헌납했다. 두산이 승리하지 못했다면 두고두고 아쉬운 순간이 될 뻔했다. 이용찬은 "그 때는 역전만 당하지 말자는 생각이었다. 경기가 끝난 뒤 허경민에게 장난스럽게 욕을 했다"고 하하 웃었다.
대표팀에 대해선 "언제나 영광이다. 잘 하는 선수들이 모여 있는 곳인데 피해 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 내가 두 개(선발·마무리)의 보직을 맡을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뽑힌 것 같다. 사실 많이 지쳐 있는 상태이지만 2일에 있을 (푸에르토리코와) 연습경기에 맞춰 컨디션을 끌어 올리겠다"고 각오를 전했다.
10월31일 대표팀 훈련에서 만난 이용찬. /사진=이원희 기자 |
어느덧 이용찬은 대표팀에서 고참급 선수가 됐다. 투수진 내 선배는 원종현(32·NC)과 차우찬(32·LG)뿐이다. 이용찬은 이에 대해 "부담감이 있기보다는 내가 더 편하게 할 수도 있다. 팀 분위기가 좋은 것 같다. 무조건 이겨 좋은 성적을 내도록 하겠다"고 힘줘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