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빵' 비난 의식한 인삼공사, 디우프 의존 일부러 낮추나 '황당 고민' [★현장]

인천=한동훈 기자 / 입력 : 2020.02.02 06:36
  • 글자크기조절
image
디우프(가운데)와 인삼공사 선수들. /사진=KOVO
KGC인삼공사 이영택 감독대행이 '몰빵 배구' 비판에 대해 솔직한 심정을 털어놨다.

인삼공사는 1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2019~2020 V리그 여자부 4라운드서 흥국생명과 풀세트 난타전 끝에 세트스코어 3-2(16-25, 22-25, 25-22, 25-15, 20-18) 대역전승을 거뒀다.


하지만 이영택 대행은 활짝 웃지 못했다. 외국인선수 디우프에게 지나치게 의존한다는 시각 탓이다. 이날도 디우프는 공격 점유율 45.79%를 책임지며 41점을 폭발시켰다. 특히 승패의 갈림길에 선 5세트에는 디우프의 공격 점유율이 81.08%까지 치솟았다. 인삼공사가 5세트에 뽑은 20점 중 14점을 디우프가 해냈다.

디우프의 체력 소모도 크겠지만 국내 공격수 기량 정체, 단조로운 공격 패턴으로 인한 흥미 감소 등이 부가적인 문제로 지적된다. 당장 1승이 중요한 프로 스포츠에서 '에이스 혹사' 논란은 종목을 막론하고 결론이 나지 않는 이슈다.

경기가 끝나고 이영택 대행은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 그는 먼저 "다른 것보다 일단 이겨서 다행"이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서 "몰빵에 대해 많은 기사와 팬들의 이야기가 나온다"고 이야기를 꺼내 논란을 피해가지 않았다.


image
이영택 감독대행. /사진=KOVO
그는 외부의 잡음이 경기력에 실제로 영향을 미친다고 걱정했다. 공격을 배분하는 세터 염혜선이 큰 고민에 빠졌다는 것이다. 이 대행은 "사실 (염)혜선이가 스트레스가 많다. 의식하지 말라고 해도 어쩔 수 없나보다"고 털어놨다. 그는 "(염혜선이) 초반에 될 수 있으면 디우프에게 안 주려고 한다. 국내선수로 풀어보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디우프는 이날 경기 2세트까지는 12점에 그쳤다. 인삼공사는 1, 2세트 다 빼앗겼다. 3세트부터 반격에 나섰다. 디우프는 3세트 7점, 4세트 8점, 5세트 14점을 몰아쳤다.

이영택 감독대행은 "초반에 국내선수로 풀어갈 때 해결이 되면 괜찮은데 거기서 안 되면 경기를 지고 나가는 경향이 있다. 디우프도 볼을 자꾸 때려야 리듬을 찬는다"고 아쉬워했다.

디우프도 나름대로 고충이 크다. 초반에는 처리하기 쉬운 공 대신 이단공격이나 어려운 상황에만 디우프를 찾기 때문이다. 디우프는 "그 점에 대해 세터와 꾸준히 이야기를 나눈다. 오늘(1일)은 쉽지 않은 공이 많이 와서 성공률이 처음에 떨어졌다. 분배가 고르게 잘 돼서 전체적으로 성공률이 올라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디우프는 에이스로서 책임감이 강하다. 이영택 감독대행은 "디우프가 리더 기질이 있다. 프로의식이 굉장히 좋다. 우리 선수들을 자기가 끌고 가려고 한다. 공을 더 때리고 싶어하고 자기에게 더 달라고 파이팅 넘치게 외친다"고 듬직해 했다.

분배도 중요하지만 프로에서는 승리가 더 중요하다. 이 감독대행은 "잘하는 선수가 눈앞에 있는데 안 올리기도 그렇다. 안 써서 져도 곤란하고 이렇게 이겨도 개운치는 않다. 디우프도 팀 사정을 잘 알고 있다. 너무 안 좋게 생각하지 않으셨으면 한다"고 바랐다.

디우프 역시 '몰빵'을 오히려 즐거워했다. 디우프는 "내 사랑스런 임무다. 즐겁고 자랑스럽다. 팀과 동료가 날 신뢰한다는 뜻 아닌가. 그럴수록 우리는 함께 강해지고 책임감도 더욱 느낀다"고 힘주어 말했다.

최신뉴스

더보기

베스트클릭

더보기
starpoll 배너 google play app st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