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격적인 셧아웃 패배를 당했지만 연패는 없었다. 인천 대한항공의 선두 독주 뒤엔 백전노장 헤난 달 조토(65) 감독의 확고한 철칙이 있었다.
헤난 감독이 이끄는 대한항공은 16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천안 현대캐피탈과 진에어 2025~2026 V리그 남자부 홈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0(29-27, 27-25, 25-23) 셧아웃 승리를 거뒀다.
승점 3을 보탠 대한항공은 12승 2패, 승점 34로 2위 현대캐피탈(승점 26)과 격차를 벌리며 선두를 공고히 지켰다.
1,2세트 접전 상황에서도 집중력이 돋보였다. 전반적인 수치에서 큰 차이가 없었다. 총 득점은 단 6점 차이였다. 그러나 범실에서 14-23으로 크게 앞섰고 결국 이 차이가 결과를 바꿔놨다.
경기 후 만난 헤난 감독은 지난 안산 OK저축은행전 패배의 기억을 지워냈냐는 질문에 "배구만 50년을 넘게 하면서 느낀 건 졌을 때 너무 빠져들지 않고 이겼을 때에도 그러는 것"이라며 "우리가 잘하고 있다는 의지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느낀다. 공 하나, 디테일 하나가 결과의 차이를 만들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고 전했다.
간단하면서도 너무도 어려운 부분이다. 선수는 물론이고 감독도 뼈아픈 결과를 받아들었을 때는 그 부분에 빠져들기 쉽다. 이러한 영향이 부정적 효과를 일으켜 연패가 길어지기도 한다. 반면 시즌은 길기에 이겼을 때도 결과 자체에만 집중하다보면 더 나아갈 수 있는 기회를 놓치기도 한다.

무려 33세에 현역 은퇴 후 지도자로 더 긴 세월을 보낸 그가 수 없이 시행착오를 겪으며 체득해 매 경기마다 다짐하고 있는 철칙이다.
경기 내에서도 이러한 그의 철학은 그대로 적용됐다. 3세트 24-21로 앞선 매치 포인트 상황에서 헤난 감독은 경기를 잘 이끌어 온 세터 한선수와 외국인 선수 카일 러셀(등록명 러셀)을 빼고 임동혁과 유광우를 투입하는 변화를 시도했다.
헤난 감독은 "서브를 하는 것 자체가 임동혁을 투입하면서 거기서 블로킹으로 마무리를 보길 바랐다"면서 "리시브가 흔들리며 옵션이 레프트로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결국 잘 안 맞아떨어져서 다시 사이드아웃으로 돌리며 원상 복귀해 마무리했다"고 말했다. 결과는 아쉬웠지만 좋은 흐름에서도 안주하지 않으려는 헤난 감독의 마음가짐을 읽어볼 수 있었다.
다소 아쉬움을 보인 선수는 격려했다. 이날 아웃사이드 히터 정한용이 리시브에서 고전하기도 했는데 헤난 감독은 "정한용은 서브도, 리시브도 좋은 한국 배구의 좋은 선수 중 하나"라며 "비록 오늘 리시브가 흔들리기도 했지만 정말 좋은 선수는 코트에서 두드려 맞으면서 성장하는 선수다. 그 안에서 헤쳐 나오기도 하고 성장했다고 본다"고 격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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