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31세 선발 데뷔 악몽' 1회 8실점이 모두 비자책... '운도 없었다'

부산=김우종 기자 / 입력 : 2020.10.13 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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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회 만루포를 허용한 뒤 아쉬워하는 LG 류원석.
지난 1월 겨울,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와 대한선수트레이너협회가 따로 저연차, 저연봉 선수들을 위해 제주도에서 트레이닝 캠프를 열었다. 그리고 그곳에는 수염을 덥수룩하게 기른 LG 투수 류원석(31)도 있었다.

13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LG-롯데전. LG 선발 투수를 알리는 전광판에는 류원석이라는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2013년 육성 선수 신분으로 LG 유니폼을 입은 뒤 2018년까지 6년 간 단 한 번도 1군 마운드를 밟아보지 못한 류원석. 지난해가 돼서야 정식 계약을 맺은 그가 입단 8년 만에 데뷔 후 처음으로 선발 등판한 순간이었다.


꿈에 그리던 선발 마운드였다. 류원석은 지난 겨울 "간절해서 제주도에 왔다. 올해는 1군서 꼭 자리를 잡고 싶다. 1군에 많이 왔다 갔다 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했다. 이미 지난해 '팔도 안 좋고, 방출돼 야구를 그만 둘 수 있다'는 말을 부모님께 전한 류원석은 간절함으로 무장한 선수였다.

이날 경기를 앞두고 류중일 감독은 류원석에 대해 "몸이 정말 좋다. 말처럼 탄력 있는 몸"이라면서 "볼은 빠른데, 관건은 제구다. 내가 무엇을 바라겠노"라고 말했다. 전날(12일) LG 선수단이 부산에 미리 도착한 가운데, 둘이 숙소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쳤다. 그리고 이 자리에서 류 감독이 류원석에게 전한 말. "원석아. 네 몸이 아깝다. (13일) 두들겨 맞고 내려와라. 볼질하지 말고. 홈런이랑 안타 맞고 내려와." 류원석의 답은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였다.

하지만 실전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지난 겨울보다 수염을 더욱 많이 기른 류원석이 1회말 마운드에 올랐다. 롯데 선두타자는 오윤석. 긴장한 듯 초구와 2구째 볼을 연거푸 던진 그는 3구째 스트라이크를 꽂았다. 4구째는 헛스윙. 이어 5구째. 오윤석을 2루 땅볼로 유도했으나 이날 생일을 맞은 2루수 정주현이 그만 뒤로 빠트리는 실책을 범하고 말았다. 운도 없었다. 비극의 서막이었다.


포일 후 후속 손아섭을 3루 땅볼 처리하며 1사 3루가 됐고, 전준우의 유격수 땅볼 때 3루 주자 오윤석이 홈을 밟았다. 이어 이대호에게 좌중간 2루타를 얻어맞은 뒤 이병규와 정훈에게 연속 볼넷을 허용했다. 여기서 한동희에게 2루수 정주현 글러브 맞고 굴절되는 2타점 적시타를 허용했다.

류원석의 목에는 굵은 땀이 흐르고 있었다. 계속해서 정보근에게 볼넷, 마차도에게 몸에 맞는 볼을 허용하며 추가 실점했고, 결국 오윤석에게 만루포를 얻어맞으며 점수는 0-8이 됐다. 실책에서 비롯된 실점이었기에 8실점 모두 비자책이었다. 한 이닝 개인 최다 비자책 기록(유창식·당시 한화, 2011년 10월 4일·9점)에 1점 모자란 기록이었다.

1회부터 8점 차로 뒤진 LG는 사실상 전의를 상실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2-17이라는 스코어로 경기를 내줬다. 류원석은 2회 2실점 한 뒤 3회 3실점을 더 허용한 끝에 마운드를 이상규에게 넘겼다. 더그아웃으로 들어오는 그를 향해 팀 동료들과 LG 팬들이 따뜻한 격려의 박수를 보내줬다.

간절함이 가득했지만 끝내 악몽으로 끝난 선발 데뷔전이었다. 2이닝(90구) 7피안타(1피홈런) 7볼넷 1탈삼진 13실점(5자책). 류 감독의 우려대로 제구도 들쑥날쑥했으며, 1회 야수들의 도움을 받지 못한 것도 뼈아팠다. 류 감독은 '류원석이 호투할 경우 또 선발 등판할 가능성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일단 말을 아꼈다. 과연 류원석에게 다시 한 번 기회가 찾아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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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류원석이 3회 더그아웃으로 돌아오자 동료들이 격려의 박수를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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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역투하는 LG 류원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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