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직구장에 뜬 추신수 "정말 소중한 곳, 20년 만에 다시 오니..."

부산=심혜진 기자 / 입력 : 2021.03.11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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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신수./사진=뉴스1
추신수(39·SSG)가 자신의 고향인 부산에 상륙했다.

추신수는 11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팀 합류 소감을 전했다.


추신수는 지난 16년 동안 빅리그 생활을 마무리하고 올해 새롭게 KBO리그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KBO 역대 최고 연봉(27억원)에 SSG 랜더스에 입단했다. 지난달 25일 입국한 추신수는 2주 간의 자가격리를 마치고 이날 선수단에 합류했다.

특히 부산은 추신수의 고향이기 때문에 그에게는 남다른 곳일 수밖에 없다. 20년 만에 방문한 사직구장을 본 감회는 더욱 새로웠다.

추신수는 "야구의 꿈을 키웠고, 나에게는 정말 소중한 곳이다. 떼려야 뗄 수 없는 곳이다. 사직구장에서 인사를 해야된다고 했을 때 더 설레었다. 항상 왔던 곳인데 20년 만에 오니 많이 변해있는 모습이 새롭다. 한국에 온 게 더 실감난다"고 말했다.


다음은 추신수와의 일문일답.

- 선수단과 첫 만남은.

▶ 설레었다. 격리를 하면서 선수들 운동하는 것, 경기하는 것을 봤다. 개개인의 장단점을 들을 수 있는 기회도 있었다. 많은 걸 알고 왔기 때문에 선수들을 하루빨리 만나고 싶었다. 떨리거나 하지 않냐고 물어보시는데, 그런 건 전혀 없었다. 이 시간을 기다렸다. 기분 좋은 시간이었다.

- 자가격리 생활은 어땠나.

▶ 처음 2~3일은 지루하고 따분했다. 다르게 생각을 해보니 과연 내가 인생을 살면서 2주간 한 곳에 머물면서 아무런 걱정도 없이 지냈던 게 한 번도 없었던 것 같다. 즐기자라는 생각과 KBO 연습경기를 보면서 분석할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처음 3~4일 정도는 길게 느껴졌지만 시간이 정말 빨리 갔다.

- 경기를 분석했다고 하는데.

▶ 야구는 다 똑같다. 한국프로야구도 좋은 기량을 가진 선수들이 많다. 어떤 선수들이 좋은 투수, 타자인지, 외야수들은 어떻게 하는지 파악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 메이저리그와 KBO리그의 차이점은.

▶ 평균 구속이 2~3km 정도 떨어지는 것 빼고는 큰 차이가 없는 것 같다. 연습경기로만 판단하기는 힘들 것 같다.

- 미국에서 OPS, 출루형 타자였는데, 한국에서는 스타일이 바뀔까.

▶ 똑같이 접근할 것이다. 미국에서 해왔던 대로 똑같은 마음가짐으로 타석에 임할 것이다. 준비과정이나 마음가짐도 똑같이 할 예정이다.

- 김원형 SSG 감독이 몸 관리와 루틴의 본보기가 될 것이라고 칭찬했다. 후배들에게 해 줄 조언은.

▶ 내가 하는 게 모든 것이 맞지는 않다. 내가 하고 있는 루틴, 마음가짐은 하루아침에 생긴 것이 아니다. 좋은 점은 배우고 맞지 않은 것은 버렸다. 그런 식으로 반복하다 보니 지금의 루틴이 만들어졌다. 이렇게 준비를 하라고 한다면 많은 예를 줄 것 같다. 그리고 내가 보여준다면 자연스럽게 따라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체형 조건, 재능들이 다 다르기 때문에 다 맞지는 않을 것이다. 프로 선수이기 때문에 자기 자신에 대해 충분히 알고 있을 것이다. 말이 아닌 마음 속에 와닿게끔 알아야 한다.

- 사직구장에 방문한 소감은.

▶ 어린 시절의 기억이 많이 난다. (박정태) 삼촌이 여기서 야구를 했었다. 밥 먹듯이 들락날락했던 곳이다. 여기 관리하시던 분들도 잘 알고 그랬다. 김민재, 김민호 선배님들을 통해 배우고 야구의 꿈을 키웠던 곳이다. 소중한 곳이다. 떼려야 뗄 수 없는 곳이다. 사직구장에서 첫 인사를 해야 된다고 했을 때 더 설레었다. 항상 왔던 곳인데 20년 만에 오니 많이 변해있는 모습이 새롭다. 더 잘 돼 있다. 한국에 온 게 더 실감난다.

- 우승에 대한 갈망은.

▶ 메이저리그 선수가 되고, 자리를 잡으면서 운동하는 사람이라면 우승, 최고의 자리를 원하는 것이다. 마지막 염원이었다. 한국에 오느냐 하는 큰 갈림길에서 결정을 할 수 있었던 것은 SSG는 우승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을 봤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국행을 결정했다. 미국에 있는 지인분들은 미국에서 우승하는 게 더 좋지 않느냐 하는데 와닿지 않았다. 한국에서 하는 게 더 나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미국 야구를 10여 년 동안 하면서 추신수라는 사람을 가까이할 수 없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한국에서 야구를 하면서 팬들과 좀 더 소통할 수 있기를 바란다. 종합적으로 봤을 때 월드시리즈 우승보다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할 때 더 보여드릴 수 있는 게 많다.

- 몸 상태는.

▶ 좋다. 몸이 가볍다. 실내에 있을 때와 운동장에서 나와 있을 때는 다르다. 팀 훈련할 때 봐야할 것 같다.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 같다. 하루 이틀 몸 상태를 보면서 감독님과 상의해 빠르면 삼성전(16일)에 나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타석에서 공을 많이 봐야 할 것 같다.

- 이태양에게 선물을 줬는데.

▶ 세상에 당연한 건 없더라. 고마움을 표현해야 했다. 저한테는 17번이 의미가 큰 번호다. 초등학교 때 야구할 때부터 17번을 달았기에 특별하다. 애착이 가고 소중한 번호다. SSG 결심하고 나서 누가 17번을 달고 있는지 확인했다. 부탁을 드리려고 했는데, 이태양이 먼저 양보해줬다. 후배이지만 고맙고, 이태양이 17번이 의미가 있는 번호라면 어쩔 수 없었을 텐데 양보해줘서 고마웠다. 미국에서는 항상 있는 일이다. 번호를 받으면 선물을 한다. 특별한 것을 하고 싶었다. 받았을 때 기억에 남는 것을 하고 싶었다. 내가 좋아하는 빨간색 시계다. 미국에서 가져왔다. 주면서도 아직까지도 고맙다.

- 부산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 미국에서 오래 있었기 때문에 여기서 좋은 플레이를 보여주고, 미국에서 뛰는 모습을 보고 싶었는데 못 보신 분들이 많으실 거라 생각한다. 그분들에게 여기서 건강하게 뛰는 모습을 보여드린다면 좋을 것 같다. 부산에서 야구의 꿈을 키웠지만 SSG에 왔고, 내가 원하는 팀에 다 갈 수는 없다. 팬들도 이해할 것이라 믿는다.

- 도쿄올림픽 출전 의지는.

▶ 격리하면서 김인식, 김경문 감독님과 통화했다. 김경문 감독께서 나에게 (출전 의지를) 물어 보는 게 예의일 것 같다고 해주셔서 감사했다. 많은 분들이 병역 혜택을 받고 참가를 못한 것에 대해 의견이 많은데 개인적인 부분들이 있었다. 거부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 처음에 왔을 때부터 (출전을) 생각하고 있었다. 김경문 감독님께 실력이 된다면 뽑아달라고 말씀드렸다. 추신수라서가 아니라 국가대표 팀에 보탬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WBC도 그렇게 해서 나갔다. 몸이 100%가 아니라 팀에 보탬이 되지 않는다면 나갈 수 없다. 실력이 된다면 기꺼이 나가겠다고 말씀드렸다.

- SSG 유니폼에 빨간색이 유지된다고 하는데.

▶ 너무 좋았다. 17번도 뗄 수 없지만 어릴 때부터 빨간색을 좋아했다. 유난히 빨간색을 보면 힘도 난다. 개인적인 바람이 있다면 전체적으로 빨간색이면 좋겠다.

- 올 시즌 목표는.

▶ 성적에 대한 기대가 크신 걸 안다. 예상 성적을 너무들 높게 잡으셨다. 부담은 되지 않는다. 걱정하지도 않는다. 항상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건강이다. 건강에 좀 더 신경쓰겠다. 예전에는 몸이 안 좋아도 자존심에 밀고 나갔었다. 나이도 있으니 한 발 두 발 물러날 필요성도 느낀다. 성적을 지금 말하기보다는 건강하게 개막전부터 시즌 끝날 때까지 뛰는 게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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