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와일드카드 고심하다... '박지성' 떠올린 김학범

파주=김명석 기자 / 입력 : 2021.07.03 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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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1년 한일전에 출전한 박지성. /AFPBBNews=뉴스1
"박지성 보면서 느꼈다니까...."

최종 엔트리 발표 이후 올림픽대표팀의 첫 훈련이 진행된 2일 파주 축구대표팀 트레이닝센터(NFC). 훈련을 모두 마친 뒤 취재진과 만난 김학범(61) 감독이 박지성(40)의 이름을 언급했다. 손흥민(29·토트넘)을 와일드카드로 발탁하지 않은 것을 설명하는 과정이었다.


김 감독의 한 마디엔 이른바 혹사 논란 속 박지성이 이른 나이에 은퇴했던 사례가 반복되면 안 된다는 바람이 담겼다. 이는 김학범 감독이 '자의'로 손흥민을 올림픽 와일드카드에서 제외한 가장 결정적인 이유이기도 했다.

이날 김 감독은 훈련 전 인터뷰에서 "손흥민 스스로 올림픽 출전에 대한 의지를 보여줬고, 직접 구단에 전화해 올림픽 차출 허락까지 받았다"면서도 "하지만 여러 차원에서 빠지게 됐다. 손흥민한테 그래서 굉장히 미안하다"고 말했다.

손흥민 스스로의 올림픽 출전 의지, 그리고 토트넘 구단의 차출 허락 등 손흥민을 와일드카드로 발탁할 여건은 모두 갖춰졌지만 정작 김 감독이 직접 제외한 셈이다.


이어 김 감독은 더 구체적으로 손흥민을 제외한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손흥민은 지난 시즌 51경기 4000분 정도, 정확히는 3996분을 뛰었다"면서 "올림픽 대표팀의 훈련 스케줄과 경기 일정 등을 길게 봤을 때 더 혹사시킬 수도 있을 가능성이 부각됐다. 더구나 햄스트링 부상 등 몸 상태에 이상 기운이 감지된 상태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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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범 올림픽축구대표팀 감독. /사진=대한축구협회
손흥민이 이미 지난 시즌 많은 경기를 소화한 상황에서 올림픽까지 출전하게 될 경우 더욱 혹사를 당할 수도 있다는 게 골자였다. '분' 단위로 기억한 출전 시간, 그리고 프리미어리그에서 부상을 당한 라운드까지 세세하게 언급할 정도로 깊은 고민의 흔적도 묻어났다. 그저 올림픽 성적만을 노렸다면 김 감독 표현대로 손흥민을 와일드카드로 뽑는 게 가장 쉬운 선택이었겠지만, 굳이 어려운 선택을 한 배경이었다.

김 감독은 "만에 하나 올림픽에서 부상이라도 당하면, 토트넘에서의 프리시즌은 물론 오는 9월 월드컵 예선 등에도 영향이 있을 수 있다. 내가 책임질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난다"면서 "손흥민은 우리가 보호하고, 아끼고, 사랑해줘야 할 선수다. 그래서 다시 한번 손흥민에게 미안하고, 또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훈련을 모두 마친 김 감독이 박지성을 언급한 것 역시 같은 맥락이었다. 박지성은 만 30세에 대표팀에서 은퇴하고, 33세에 선수 생활에 마침표를 찍었다. A매치는 100경기를 뛰었고, 프로통산 435경기를 소화했다. 김 감독은 "손흥민의 지난 10여 년간 출전 기록을 살펴보니 벌써 프로팀에서 451경기 등 500경기를 넘게 뛰었다"고 말했다.

결국 그는 앞서 소속팀과 대표팀을 오가며 혹사 논란의 중심에 있다 일찍 은퇴한 박지성의 전례가 손흥민에게는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 것이다. 명단 발표 당일 새벽까지 이어진 고심 끝에 손흥민의 이름을 대표팀 명단에서 지운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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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오스트리아에서 열린 카타르와의 평가전에 출전한 손흥민. /사진=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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