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별점토크] '골 때리는 그녀들' 그야말로 각본 없는 드라마!

이수연 방송작가 / 입력 : 2021.07.30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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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SBS


한 때 우스갯소리로 유행하던 설문 유머가 있다.

Q. 여자들이 가장 싫어하는 남자들 얘기는?


3위. 군대 얘기

2위. 축구 얘기

1위. 군대에서 축구하는 얘기


아무리 유머라고 하더라도 여자들이 군대와 축구 이야기를 정말 싫어하기 때문에 나온 것이라 짐작된다. 군대나 축구는 그야말로 남자들의 전유물이나 다름없으니 말이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여자들이 축구를 한단다. 바로 SBS의 '골 때리는 그녀들' 이야기다. 이 제목의 '골'은 'goal', 즉 '공'을 말한다. '축구공을 때리는 그녀들'이라는 뜻이다.

'골 때리는 그녀들'은 SBS 사장배 여성 축구팀을 가리는 예능 프로그램으로서 총 여섯 팀이 겨룬다. 여섯 개팀에는 국가대표의 가족들인 'FC 국대 패밀리', 개그우먼들이 모인 'FC 개벤져스', 평균 나이 48세로 구성 된 'FC 불나방', 모델팀인 'FC 구척장신', 배우들로 이루어진 'FC 액셔니스타', 그리고 한국에서 활동하는 외국인 방송인들인 'FC 월드 클라쓰'가 참여한다. 그리고 이들을 이끄는 감독들은 왕년 축구 스타인 김병지, 황선홍, 이천수, 최진철, 최용수, 이영표다.

여자들과 축구, 뭔가 매칭이 잘 안 되는 것 같으나, 사실 이들은 매회 각본없는 드라마를 만들어내고 있다. 아주 진한 감동으로 말이다. 자, 그런 이유가 뭘까?

?정통성으로 승부를 보다!

여자들이 축구한다는 것, 자칫하면 동네 아이들 축구보다도 못한 형태가 될 수도 있다. 실제로 여자들에게 축구는 너무 어려운 과제다. 학창시절, 피구나 발야구, 간혹 농구나 배구는 체육 시간에 할 일이 있지만, 희한하게도 축구는 전혀 할 일이 없다. 체육 선생님들조차 '축구=남자들 운동'이라는 공식이 있는 게 아닐까, 싶다. 그러니 여자들이 축구를 할 경우 흔히들 이야기하는 '똥볼'만 차고 끝날 가능성이 다분하다는 것이다. 축구공 하나에 우르르 몰려다니며 아웅다웅하다가 피식, 하는 헛웃음만 나온 채로 경기가 끝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골 때리는 그녀들'은 축구를 기본부터 배워서 정통적으로 진지하게 임한다. 예능 프로그램이지만 '웃음'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진정성을 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들이 늘 말해서 일종의 유행어처럼 되어버린 말, '이게 뭐라고...' 이렇게까지 열심히 하나 싶을 정도로. 그러다보니 발가락이 부러지고, 얼굴이 부어터지고, 온몸이 멍들고, 다리를 절뚝거리는 사고가 매 경기마다 일어난다. 직업이 축구 선수가 아닌데 실제로 월드컵 경기에 출전하는 선수들마냥 몸을 사리지 않고 싸운다. 어찌 보면 얼굴과 몸이 생명인 연예인들이 자신을 아끼지 않고 온몸을 내던지는 모습에 시청자들은 진한 감동을 받을 수밖에 없다.

?영원한 일등도, 영원한 꼴지도 없다!

이들 여섯 개 팀의 선수들 중에는 에이스도 있고, 정말 못 하는 선수들도 있다. 또한 팀 자체도 어떤 팀은 강하고, 어떤 팀은 약하다. 그건 천성적으로 타고난 운동신경 때문이지 노력을 하지 않아서 그런 건 아니다. 모두들 100%의 노력을 하고 있는 건 보인다. 다만 운동신경이 있고 없냐에 따라 실력 차이가 나는 건 어쩔 수 없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다. 이런 실력 차이는 전문가가 아니어도 좀만 지켜보면 다 보인다. 그러다보니 매회 두 팀이 붙는 순간 시청자들은 이미 마음속으로 어느 팀이 지는지, 이기는지 결정을 끝낸다. 다시 말해, 선 결정 후 시청이란 얘기다. 그런데 희한한 건 경기가 끝날 때 되면 예상과 달리 승부가 뒤집어지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객관적으로 볼 때 실력이 부족한데도 집요한 근성으로 이길 때가 있고, 실력이 우수해도 여러 가지 상황이 안 맞아 떨어지면서 질 때도 있다. 설사 진다고 해도 노력이 없거나 끈기가 부족해선 아니다. 경기라는 것이 그날의 운과 컨디션, 여러 상황들의 조화가 맞아떨어져야 하는 일이다보니 예상치 못한 결과를 낳는 것이다. 그렇기에 시작부터 끝까지 단 한 순간도 긴장의 끈을 놓칠 수 없다. 선수들 역시 그런 비장함이 보인다. 때문에 지는 팀도, 이기는 팀도 모두 심판이 종료 휘슬을 불 때까진 젖 먹던 힘까지 다해서 사투를 벌인다.

그렇기에 '골 때리는 그녀들'은 그 어떤 드라마보다도 감동과 여운을 준다. 이것이 바로 각본없는 드라마의 매력 아니겠는가!

? '골때리는 여자들' 매회 예측할 수 없어 끝까지 볼 수 밖에 없는 프로그램! 그래서, 제 별점은요~ ★★★★☆ (4개 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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