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윤의 눈] 벤투의 ‘빌드업 축구’ 무엇이 문제일까

스포탈코리아 제공 / 입력 : 2021.09.08 18:41 / 조회 : 9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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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탈코리아]한국 0-0 이라크, 한국 1-0 레바논, 1승 1무 승점 4점

10회 연속 FIFA 월드컵 본선 진출을 노리는 한국 축구가 2022 카타르 FIFA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 예선 1, 2차전 경기에서 얻은 결과다. 2경기 모두 홈경기였다는 점에서 아쉬움은 크다. 그렇다면 최정예 멤버에도 불구하고 기대에 못미치는 성적표를 받아든 이유와 원인은 과연 무엇일까?

가장 큰 원인은 바로 대표팀 지휘봉을 잡고 있는 파울루 벤투(52.포르투갈) 감독의 구체적인 근거나 논리가 제시되지 않은 볼 소유에 의한 빌드업 축구의 난맥상이다. 따라서 벤투 감독이 추구하는 빌드업 축구 철학 염원이 현실적이기 위해서는 몇 가지 사항이 개선되지 않으면 안 된다.

우선 그 개선 사항의 첫 번째 조건은 속도다. 현재 벤투 감독이 축구하는 빌드업 축구는 오직 볼 소유를 위한 의미 없는 백패스, 횡패스로 속도가 결여되어 있다. 이는 현대축구 키워드 중 하나가 속도라는 사실을 직시할 때 이와 정면 배치되는 축구로 경쟁력 발휘에 취약하지 않을 수 없다. 두 번째는 수비 포메이션인 포백 양쪽 측면 풀백들의 오버래핑에 의한 공격 가담 전술 활용 제한이다. 현재 벤투호 공격 라인에는 손흥민(29.토트넘 홋스퍼), 황의조(29.지롱댕 보르도), 이재성(29.마인츠), 황희찬(25.울버 햄튼), 황인범(25.루빈 카잔) 등 걸출한 유럽파가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풀백들의 잦은 오버래핑 공격 가담으로 이들 포지션 역할이 일정 부분 제한되며 팀 경기력에 큰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특별한 상황을 제외하고 이같은 전술 구사는 손흥민, 황의조, 이재성, 황희찬, 황인범의 능력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바람직하지 않은 측면이 있다. 한편으로 이 같은 카드는 벤투 감독이 추구하는 빌드업 축구에서 공격 제1 옵션으로, 상대방에게 쉽게 간파당하는 단순한 전술로 자리 잡고 있어 이의 제한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볼 소유에 의한 경기 지배는 승리와 비례한다는 사실에 이견을 제시할 사람은 없다. 그렇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공격 빌드업 과정에서 속도가 뒷받침되는 효과적인 플레이가 전개됐을 때 이야기다. 현재와 같은 벤투호의 속도가 결여된 빌드업 축구로는 상대방 수비가 경기장 1/4 지역까지 내려서서, 촘촘하게 수비라인을 구축한 밀집수비 형태에서는 공략 해법을 찾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벤투호는 2018년 8월 출범 이후 34경기(21승9무4패:비공식 친선경기 포함)를 소화하며 총 56골을 기록 경기당 약 1.6골을 터뜨렸지만, 이는 국내 평가전과 2022년 카타르 FIFA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에서 투르크메니스탄, 스리랑카, 레바논 등 약체팀과의 대전에서 얻은 대량득점에 의한 수치에 불과할 뿐 현실적으로는 약 1골에 그치는 빈약한 득점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분명 손흥민, 황의조, 이재성, 황희찬, 황인범은 벤투호의 경쟁력을 한 계단 업그레이드시킬 수 있는 충분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대표팀 핵심 자원이다. 그럼에도 벤투 감독은 빌드업 축구 결정의 당위성과 납득할 만한 설명이 없어 이들의 실질적 능력이 발휘되고 있지 못한 채, 해외파 선수들은 컨디션 문제까지 겹치며 원치 않는 어렵고 힘든 축구를 반복하고 있다.

이와 함께 팀의 플랜 A의 완성도조차 물음표까지 붙어있어 한국 축구의 10회 연속 FIFA월드컵 본선 진출은 현재로서는 안개국면이다. 두 말할 나위도 없이 이번 2022년 카타르 FIFA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이라크, 레바논과의 2연전에서 벤투호는, 빌드업 속도를 의식한, 직진 패스 결여와 공격 라인에서의 개인적인 과감한 돌파 및 세밀함이 뒷받침되는 유기적이고 다양성 있는 플레이 부족은 물론, 중. 장거리 슈팅 같은 플랜 B의 전술, 전략 축구 변화 모색 미흡으로 절반의 성공에 그치는 경기 결과를 얻는데 그쳤다. 이번 최종 예선은 벤투 감독에게 또다시 주어지는 개인적인 실험 무대가 아니다.

오직 한국축구 운명이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중요한 무대다. 그래서 벤투 감독은 3년 동안 누누이 강조해온 말과 현실이 부합하지 않는 빌드업 축구에 무엇이 문제인지 이제라도 성찰하여 급진적 변화를 모색하지 않으면 안 된다. 벤투 감독은 2019년 1월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59년 만의 우승을 '호언장담'하고도 무기력한 빌드업 축구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며 8강에서 탈락했지만, 대한축구협회(KFA)의 '대표팀과 관련된 모든 사안을 철저히 재검토하여 이를 실효성 있게 개선하기 위한 TF팀을 구성하겠다'라는 발표로 경질의 위기를 벗어났다. 또한 지난 3월 25일 일본 요코하마에서 개최된 한. 일전에서 0-3의 굴욕적인 참패를 당하며, 국민들의 정서와 자존심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안겨줬음에도 코로나19 여파와 KFA 정몽규 회장의 사과문 발표로 일단락 경질에 면죄부를 받았다.

이런 벤투 감독에게 코로나19로 주어졌던 시간으로 3년이라는 대표팀 최장수 감독이라는 영예까지 안겨졌다. 하지만 벤투 감독이 잘해서 이 같은 영예가 안겨진 것은 결코 아니라는 사실이 그동안 제기된 비난으로 충분히 입증되고도 남음이 있다. 벤투 감독이 대표팀 지휘봉을 잡고 보여준 지도력은 보수적 성향의 자도자로서, 선수 선발과 자신의 전술에 대한 과도한 집착으로 선수들의 동기부여와 경쟁의식 고취에 의한 장점을 살리기보다는, 전술이라는 틀 안에 끼워 맞추는 단점을 고스란히 노출하는 변화 없는 빌드업 축구였다는 사실뿐이다. 이런 상태에서는 비록 A조에 포함되어 있는 이란을 제외한 이라크, 레바논, 시리아, UAE 보다 FIFA 랭킹과 객관적인 선수들의 능력에 의한 팀 전력이 우위에 있는 벤투호라 해도, 이라크, 레바논을 상대로 한 경기 내용과 분위기 상으로 볼 때 앞으로 남은 8차례 경기에서도 원하는 경기 결과를 얻는다는데 확실한 보장을 할 수 없다.

다음 3차전 상대는 10월 7일 시리아를 불러들여 벌이는 홈 경기다. 진정 한국 축구에게 홈에서 가진 이라크와 레바논전은 원하지 않았던 시나리오가 현실이 됐다. 이에 벤투 감독은 한국 축구대표팀이 자신의 개인적인 신념이나 축구 철학을 실험하기 위한 실험장이 아니라는 것을 이제라도 깨우치고, 선수들의 성향과 특성을 더욱 세심하게 간파해 팀으로서의 능력을 최대치로 이끌어낼 수 있는 전술과 전략은 물론 지략이 어우러지는 실효성 있는 축구를 만들어 내어 내지 않으면 안 된다. 만약 그렇지 않으면 벤투 감독은 빌드업 축구 이전에 레바논전과 같이 선발멤버 고착화 고수에서 절반씩이나 교체하는 무리수 축구를 할 수밖에 없다.

지도자로서 이 같은 선택은 변화가 아닌 '고육지책'으로 실로 납득하기 힘들다. 특히 가장 중요하고 결정적인 경기에서 원톱 포지션에 A매치 데뷔전 선수를 기용하며, 전술적 실패를 가져왔다는 사실은 빌드업 축구뿐만 아니라 벤투 감독의 지도 역량을 신뢰할 수 없는 부분이 아닐 수 없다. 이에 결과론이지만 만약 레바논전 역시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면 벤투 감독은 엄청난 비난에 휩싸였을 것은 자명하다. 그동안 대표팀은 한국축구 고유의 특징을 앞세워 국민들에게 자부심과 긍지를 일깨워 주는 계기를 마련해 줬다. 하지만 벤투호는 역대 대표팀 중 최고의 한 팀으로 평가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효율적이지 못한 빌드업 축구로 그 정통성의 명맥을 이어가지 못한 채 자부심과 긍지는 전설이 되고 있다. 이에 한국 축구는 그 정체성을 되찾을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강구하지 않으면 안 된다.

김병윤(용인축구센터 코치)

사진=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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