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유일 챔스 우승→승부조작' 영욕 남기고 떠난 구단주 [이종성의 스포츠 문화&산업]

이종성 한양대 스포츠산업학과 교수 / 입력 : 2021.10.05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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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베르나르 타피의 2013년 모습. /AFPBBNews=뉴스1
세계 굴지의 스포츠용품사 아디다스의 대표였으며 프랑스 클럽 유일의 유럽챔피언스리그 우승을 달성한 올랭피크 마르세유의 전 구단주 베르나르 타피(프랑스·향년 78세)가 4일(한국시간) 위암으로 사망했다.

정치인이기도 했던 타피의 별세 소식에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43) 대통령은 "그의 에너지와 열정은 프랑스인들에게 많은 감화를 주었다"며 애도의 뜻을 표했다.


기업인과 정치인으로 1990년대 프랑스를 이끈 주요 인물로 평가받는 타피는 프랑스 축구계와 이민자들, 그리고 항구도시 마르세유에도 커다란 족적을 남겼다.

프랑스 프로축구의 명문 구단이었지만 2부리그로 추락했던 마르세유는 1985년 타피가 구단주가 되면서 유럽을 대표하는 클럽으로 성장했다.

엄청난 재력을 바탕으로 타피는 마르세유에 스타 선수를 모셔왔다. 그는 장 피에르 파팽(57), 크리스 워들(60)뿐 아니라 현재 프랑스 국가대표팀 감독인 디디에 데샹(52), 에릭 캉토나(55)와 루디 푈러(61)도 영입했다.


프랑스 축구에서는 일찍이 볼 수 없었던 타피의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어 마르세유는 1988~1989시즌부터 프랑스 리그 4연패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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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세유 팬들이 4일(한국시간) 타피의 얼굴이 그려진 배너를 들고 고인을 추모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마르세유 축구의 부활을 이끈 타피에게 시민들은 환호했다. 마르세유는 당시 프랑스 도시 가운데 이민자 비율이 가장 높았고 이슬람 교도가 전체 인구의 1/4에 달했다. 마르세유에서 주로 노동자 계층을 형성하고 있던 이민자들이 특히 좋아했던 종목이 축구였기 때문에 타피의 인기는 치솟기 시작했다.

프랑스를 너머 유럽 평정에 나선 마르세유는 1990~1991시즌 유러피언컵(챔피언스리그의 전신) 결승에 진출했지만 부상 선수가 속출해 결승전에서 유고슬라비아 클럽 레드스타 베오그라드에 패했다. 1990년 독일(당시 서독)의 월드컵 우승을 이끈 프란츠 베켄바워(76)를 마르세유의 감독으로 데려와 유럽 정상의 꿈을 키웠던 타피는 준우승에 크게 아쉬워했다.

절치부심하던 마르세유는 챔피언스리그로 명칭이 바뀐 1992~1993시즌 드디어 유럽 정상에 올랐다. 유러피언컵을 포함해 프랑스 축구 클럽으로는 최초의 우승이었다. 마르세유는 AC 밀란과 결승전에서 1-0 승리를 거뒀다. 당시 마르세유의 주장과 골키퍼는 1998년 프랑스 첫 번째 월드컵 우승의 주역이었던 데샹과 파비앵 바르테즈(50)였다.

하지만 마르세유는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논란에 휩싸였다. 구단주 타피의 욕심이 화를 불렀기 때문이었다. 마르세유는 챔피언스리그 결승이 펼쳐지기 1주일 전에 열린 프랑스 리그 경기에서 상대 팀 선수를 매수했다. 승부조작 사건으로 마르세유는 국내 리그 우승이 박탈됐다. 리그 경기의 승부조작과 직접 관련이 없었던 마르세유의 챔피언스리그 우승은 취소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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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한국시간) 마르세유의 홈구장 스타드 벨로드롬에 마련된 챔피언스리그 우승컵과 타피의 사진 앞에서 한 추모객이 묵념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마르세유는 이후 추가 제재 조치로 2부리그로 강등됐고 사실상 파산했다. 타피 구단주도 상대 선수 매수 문제로 구속됐다. 타피가 이룩한 마르세유 구단의 축구와 그의 정치 생명도 사실상 끝난 셈이었다. 마치 마르세유가 고향인 프랑스 축구의 전설 지네딘 지단(49)의 '마르세유 턴'처럼 마르세유와 타피의 운명도 순식간에 바뀌었다.

프랑스 프로 축구리그는 유럽 5대 빅 리그에 포함돼 있지만 다른 국가 리그에 비해 산업적 규모가 가장 작다. 이런 이유로 마르세유 이후 오랜 기간 유럽을 대표할 수 있는 슈퍼 클럽이 존재하지 않다가 최근 카타르 자본이 투자한 파리 생제르맹(PSG)이 급부상하고 있다.

마르세유의 챔피언스리그 우승은 프랑스 축구 팬들에게 영원히 논란의 대상이다. 영광스러운 우승인지 아니면 오명을 남긴 우승인지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 이런 이유로 파리 생제르맹을 비롯한 다른 프랑스 클럽이 무결점의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차지하기를 바라는 프랑스 축구 팬들은 적지 않다.

프랑스 클럽은 마르세유 우승 후 AS 모나코(2003~2004시즌)와 파리 생제르맹(2019~2020시즌)이 두 차례 결승전에 진출했지만 우승컵을 들어 올리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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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성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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