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에서 볼넷·볼넷·볼넷 동점... 이영하는 무엇을 느꼈을까 [★잠실]

잠실=한동훈 기자 / 입력 : 2021.10.12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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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이영하가 12일 잠실 KT전 7회초 1-1 동점을 허용한 뒤 주저앉은 모습이다. /사진=뉴스1
두산 베어스 이영하(24)결정적인 승부처에서 볼넷을 남발했다. 두산 벤치는 동점을 줄 때까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무언의 메시지를 전달한 듯 보였다.

이영하는 12일 잠실 KT전에 구원투수로 나서 1이닝 1피안타 3볼넷 1실점을 기록했다. 5⅓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은 선발 곽빈의 승리를 지켜주지 못했다. 공을 스트라이크존에 못 넣으며 크게 고전했다. 계속 볼만 던지는 와중에도 두산 더그아웃은 이영하를 놔뒀다. 분명히 의도하는 바가 있었을 텐데 이영하는 무엇을 느꼈을까. 경기는 두산이 4-1로 이겼다.


이영하는 1-0으로 앞선 6회초 1사 1, 2루 위기에 구원 등판했다. 박경수와 배정대에게 차례로 삼진을 빼앗았다. 완벽하게 불을 껐다.

그러나 7회의 이영하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었다. 스트라이크보다 볼을 더 많이 던지며 자멸했다.

이영하는 선두타자 심우준에게 좌전안타를 맞았다. 조용호의 희생번트로 1사 2루가 됐다. 여기서부터 무언가 꼬이기 시작했다.


KT는 황재균, 강백호, 호잉으로 이어지는 중심 타순이었다. 이영하가 피할 구석은 없었다. 그나마 수위타자 강백호를 피한다는 전제 하에 황재균, 호잉과 정면 승부는 필수였다.

황재균에게 던진 초구와 두 번째 공이 모두 볼이 됐다. 두 번째 공은 147km 패스트볼이었다. 바깥쪽 스트라이크존을 아슬아슬하게 벗어났다. 2볼로 몰리자 황재균이 극도로 유리한 위치를 점했다. 3구 유인구는 크게 빗나갔다. 이영하는 3볼 1스트라이크서 5구째, 땅에 꽂히는 패스트볼을 던졌다.

두산 불펜에서는 권휘와 김명신이 몸을 풀기 시작했다. 위기로 인식했다는 신호다.

이영하는 1사 1, 2루에서 강백호에게 또 볼 2개를 던졌다. 결국 포수 박세혁이 마운드를 방문했다. 3구 유인구에 강백호의 방망이가 나와 스트라이크를 하나 잡았지만 4구는 다시 볼이었다. 강백호도 볼넷으로 나가면서 베이스가 꽉 찼다.

교체 타이밍은 이미 지나쳤다. 황재균을 내보냈을 때, 강백호에게 투볼에 몰렸을 때, 강백호를 또 내보냈을 때, 충분히 벤치가 움직일 수 있었다.

김태형 감독은 참았다. 이영하는 호잉을 상대로 또 초구 볼을 던졌다. 그래도 파울과 헛스윙을 유도하며 2스트라이크 1볼, 7회 들어 처음으로 타자보다 앞선 카운트를 잡았다. 그러나 이영하는 4구에 다시 존과 멀리 떨어진 볼을 던졌다. 급기야 박세혁이 더그아웃을 바라봤다.

김태형 감독은 계속 참았다. 결자해지를 주문하는 것 같았다. 이영하는 공 하나 하나에 기합을 넣어 가며 힘을 짜냈다. 호잉과 11구 승부 끝에 결과는 또 볼넷이었다. 구심의 손이 올라가지 않자 이영하는 주저앉고 말았다. 연속 볼넷 3개로 1점 리드가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김태형 감독은 이제야 움직였다. 김명신으로 투수를 바꿨다. 김명신은 유한준, 장성우를 모두 삼진 처리했다. 이영하의 책임주자를 전부 막아줬다.

금상첨화로 두산은 7회말 곧바로 3점을 내며 승기를 잡았다. 이영하가 받을 상처 또한 줄어든 셈이다. 이영하는 2년 연속 10승 투수에 2019년에는 17승도 해봤다. 2020년에는 마무리까지 맡아 본 귀한 자원이다. 하지만 올해는 평균자책점이 7점대로 치솟으며 성장통을 겪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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